수의사가 알려주는 혈뇨의 원인과 치료 방법


[편집자주] 강아지들은 우리가 집에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며 따뜻하게 맞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냄새를 맡습니다. 어디를 갔다 왔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등을 관심 있게 살핍니다.

우리 보호자들도 말 못하는 반려동물을 관심있게 살펴야 합니다.  아픔을 숨기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반려동물들이 하루라도 더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길 바랍니다.

엽경아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센터장이 강아지의 '혈뇨'를 주제로 3회에 걸쳐 유익한 정보를 들려 드립니다.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강아지가 화장실을 잘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뇨 색에 붉은 끼가 보이거나 다 눈 것 같은데 계속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 비뇨기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의심해야 한다. 강아지의 혈뇨, 빈뇨, 잔뇨감은 동물병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증상이다.

혈뇨는 약간의 핑크빛이 돌거나 아예 붉은 핏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모양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빈뇨는 평소에 3~4회 정도 배뇨하던 아이가 더 자주 화장실에 가는 것이다. 한 시간 전에 분명 배뇨한 것을 확인했는데도 또 화장실에 간다. 심지어 5분 전에 갔다 왔는데도 또 간다. (산책 시 다리 들고 영역 표시하는 것은 제외다)

어떤 보호자들은 "화장실 다녀오면 잘했다고 간식을 줘요. 간식을 얻어 먹으려고 또 화장실에 가는거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물론, 그렇게 머리를 쓰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상 빈뇨는 대부분 방광의 문제로 생기는 증상이다.

혈뇨, 빈뇨, 잔뇨감 등의 원인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돌이 있다 (결석)
2. 감염·염증이 있다 (방광염)

3. 종양이 있다 (방광암·전립선암) 

드물지만, 피가 잘 나고 멎지 않는 질환 (혈소판 감소증, 용혈성빈혈)이 있다면 잇몸이 창백하고 멍이 잘 들거나 황달이 있는 등의 전신증상을 동반한 혈뇨 증상이 나타난다.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 AI 사용)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 AI 사용)

혈뇨의 원인 첫번째인 결석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비뇨기에 생기는 결석은 신장, 요관, 방광, 요도 모두에서 생길 수 있는데 신장과 요관의 결석은 혈뇨 증상이 미약하고, 방광과 요도의 결석은 혈뇨 증상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특히 요도에 결석이 있는 경우 배뇨 마지막에 핏방울이 똑똑 떨어지기도 한다. 오늘은 방광과 요도의 결석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겠다. 신장과 요관의 결석은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해서다.

운이 나쁜 경우 결석이 요도를 완전히 막기도 한다. 배뇨를 하고싶어 하고 자세도 취하지만 밖으로 나오는 뇨가 극소량이고 배를 만지면 아파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응급실에 내원해야 한다.

배뇨를 48시간 이상 못 하면 급성신장손상과 요독증에 의해 아주 위험한 상태에 빠진다.

혈뇨, 빈뇨, 잔뇨감을 보이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결석 또는 방광염 혹은 둘 다를 가지고 있다. 이 경우 방사선 검사, 뇨검사, 초음파 검사로 확진하고 치료 계획을 세운다.

결석은 '식이관리로 녹는 결석'과 '무슨 수를 써도 녹지 않는 결석'으로 나뉜다.

녹는 결석은 세균성 방광염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통 항생제와 식이관리를 시작해본다. 만약 녹는 결석이 의심되지만 결석의 개수가 너무 많은 경우에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미지 제작= 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이미지 제작= 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녹지 않는 결석은 하복부 개복 후 방광절개술로 제거하거나 레이저로 부숴서 꺼낸다. 요도에 결석이 걸려있는 경우 요도를 절개하는 수술 보다는 결석을 방광으로 이동시켜 방광을 절개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요도 절개술은 수술이 더 까다롭고 수술 후 요도가 좁아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꺼낸 결석은 결석 성분검사를 하여 식이관리 계획을 세운다.

결석 질환은 수술 보다 수술 이후의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하단 것을 잊지 말자.

많은 보호자들이 수술하고 증상이 없어지면 정기검진에 오지 않는다. 1~2년 후 다시 혈뇨를 본다며 내원하고 이미 방광 안에 여러 개 생긴 결석을 확인한 후 또 수술을 하게 된다. 오히려 결석을 제거하는 수술 과정은 단순하다. 그러나 결석이 생길 때마다 수술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 외에도 보호자들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사료를 계속 급여했는데 왜 또 생긴 거냐"라며 속상해한다. 이 또한 정기검진을 받지 않고 같은 처방식을 장기간 급여하다 증상이 생기니 그제야 내원하는 것으로 그러면 안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결석의 종류에 따라 뇨의 목표 산성도가 다르다. 처방식 중 나트륨 함량을 높여 물을 많이 마시게 해 배뇨의 량을 늘리게 하는 처방식도 있다. 어떤 방법으로 처방할지, 몇 주 간격으로 검사할지를 주치의와 약속하고 꼭 지켜야 한다. 

핵심은 결석 성분에 따라 식이를 결정하고 먹으면 안되는 음식에 대해 정보를 얻어야 하며 정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필자의 환자 중 4kg 포메라니안 암컷이 있는데 결석 재발이 잦다. 첫 번째 진단 시 수술을 해 방광결석을 제거했고 칼슘옥살레이트로 확인됐다. 이후 3~6개월에 한 번씩 방사선, 초음파, 뇨검사 등을 진행했는데도 최근 3개월만에 갑작스럽게 여러 개의 결석이 재발했다. 처방식도 잘 먹였고 3개월 전 재진 시에도 분명 괜찮았는데 말이다.

좀 더 캐물어보니 시금치가 들어간 육포 간식을 최근 두 달 동안 먹였다고 한다. 시금치는 사람한테도, 강아지한테도 결석을 만드는 주된 원인이 된다. 재발된 결석은 다행히도 작은 크기라 비수술적 방법으로 제거해 보기로 했다.

우선 수면마취 후 카테터로 방광을 가득 채웠다가 압박하여 결석이 배출되게 하는 방법으로 방광 내의 대부분의 결석을 제거했다. 이어 입원해 수액을 맞으면서 다량의 배뇨를 하며 남아있던 아주 작은 결석 또한 제거했다.

만약 이 환자가 3개월 재진 약속을 지키지 않고 6~9개월 후 심한 혈뇨를 보면서 내원했다면 두 번째 수술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요로결석은 사람한테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유명하다. 강아지는 사람처럼 말로 표현을 못 할 뿐 결석은 분명 고통스러울 것이다. 혈뇨와 빈뇨 그리고 잔뇨감이 있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결석 수술을 수개월 혹은 수년 전에 하고 재검사를받지 않은 보호자들은 하루빨리 병원에 방문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엽경아 센터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졸업
* 서울대학교 수의외과학 석사
* 현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인터벤션&MIS 센터장, 수의외과
* 전 이리온 청담점 외과 과장
* 전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외과 진료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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