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알려주는 혈뇨의 원인과 치료 방법


[편집자주] 강아지들은 우리가 집에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며 따뜻하게 맞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냄새를 맡습니다. 어디를 갔다 왔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등을 관심 있게 살핍니다.

우리 보호자들도 말 못하는 반려동물을 관심있게 살펴야 합니다.  아픔을 숨기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반려동물들이 하루라도 더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길 바랍니다.

엽경아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센터장이 강아지의 '혈뇨'를 주제로 3회에 걸쳐 유익한 정보를 들려 드립니다.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결석에 대한 내용은 지난 회에 다루었으니 이번엔 혈뇨의 원인 두 번째인 방광염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방광염은 세균 감염에 의한 급성 방광염 그리고 결석이 방광 벽을 만성적으로 자극하여 생기는 비감염성 만성 방광염으로 나뉜다. 이번 글에선 세균성 방광염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요도의 길이가 짧고 항문과 요도 입구가 가깝기 때문에 급성 세균성 방광염이 더 잘 생기듯, 강아지도 같은 이유로 암컷이 세균성 방광염에 더 취약하다. 더군다나 사람은 속옷·겉옷을 입지만 강아지는 옷을 입지 않으니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세균성 방광염 원인균의 대부분은 대장균(E.coli)이다. 그 외에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클레브지엘라균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세균성 방광염에 의한 혈뇨·빈뇨·잔뇨감은 결석에 의한 경우보다 증상이 더욱 심하다. 또 빈뇨의 횟수 뿐만 아니라 혈뇨도 더 심하면서 농뇨이기 때문에 악취도 난다.

사람이 방광염에 걸리면 배뇨시 통증 및 작열감(요도가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데 강아지는 말만 못 할 뿐 비슷할 거다. 필자도 한번 걸린 적이 있는데 하필, 주말 밤부터 증상이 나타나 월요일 아침에 바로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 시간에 열 번도 더 화장실 가고 싶은 빈뇨 증상, 갈 때마다 느끼는 배뇨통, 혈뇨를 확인했을 때의 충격과 공포는 필자가 의료인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응급실을 찾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 뇨검사로 방광염을 진단한다. 방광염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의심이 들면 우선 뇨배양검사를 의뢰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광범위항생제를 처방한다. 혹은 물을 많이 마셔 방광을 빨리 빨리 비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강아지는 사람처럼 "물 좀 신경써서 많이 드세요"라는 처방이 어렵다.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뇨배양검사란, 원인균의 이름을 밝히고(=너는 누구냐!) 그 원인균을 박멸하기 위한 항생제를 찾는(=어떤 약으로 너를 죽일 수 있지?) 검사다. 

강아지는 일반적으로 원인균이 1~2가지가 나오고, '듣는 항생제'도 초반에는 다양하다. 즉, 정답은 여러 가지니 그중에 가장 처방하기 쉽거나 또는 그 항생제 중에서도 잘 듣는다고 나온 약을 처방하면 된다. 그러나 재발이 된다면 내성균에 의한 방광염이 되어 '듣는 항생제'는 점점 적어진다.

그럼 내성균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약을 끝까지 먹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항생제를 끝까지 용법·용량을 지켜서 투약해야 하지만 증상이 중간에 없어졌다는 이유로 내복약을 끝까지 투약하지 않아 죽어가던 세균이 더욱 강력한 세균으로 업그레이드 되기 때문이다.

이러면 점점 쓸 약은 없어지며 세균성 방광염으로 환자는 고생스럽고 보호자는 왜 못 고치냐고 성을 내시니 수의사들은 난감해지기 일쑤다. 세균성 방광염으로 진단 받았다면 반드시 끝까지 약을 먹어야 한다. 다 먹였다면 한번 더 뇨배양검사를 받아 뇨에서 세균이 없어졌는지 확인하자.

(출처=엽경아)
(출처=엽경아)

세균성 방광염을 방치할 경우 세균이 요관(신장에서 방광까지의 길)을 통해 신우(오줌이 일시적으로 모이는 곳)까지 다다라 신우신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신우신염이 발생되면 식욕부진과 발열 등의 전신증상이 시작된다. 이는 신장기능감소를 일으키기에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드문 경우지만, 신우의 농뇨가 방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신우에 일시적으로 배액관(신우에 튜브를 장착해서 신우의 뇨를 몸 밖으로 직접 제거)을 장착해야 한다.

또는 일시적인 요관스텐트(방광에서 신우를 연결하는 스텐트)등을 하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니 기억하자.

방광염은 흔한 질병이지만 흔한 만큼 재발되기 쉽다. 재발이 계속되면 치료가 어려워진다. 뇨에서 악취가 난다거나 빈뇨 또는 혈뇨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한다. 

보호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강아지는 더 고통스러울 거다. 

광범위항생제를 1~2회 투약하는 것만으로 증상은 개선되겠지만, 반드시 뇨배양 검사에 의거한 항생제를 써야한다. 마지막에도 뇨배양 검사를 하여 세균이 뇨에 더 이상 살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엽경아 센터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졸업
* 서울대학교 수의외과학 석사
* 현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인터벤션&MIS 센터장, 수의외과
* 전 이리온 청담점 외과 과장
* 전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외과 진료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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