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은 NFZ수첩

조국 당선은 법치주의 파괴를 초래할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을 둘러싼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가장 뜨겁고 치열한 이슈다. 조 전 장관이 스스로 ‘조국’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소환된 조국은 ‘조국의 강’을 불렀다. 지난 5년 동안 도도하게 흐르던 ‘조국의 강’은 우리 사회를 불통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조국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랐다. 지지파와 반대파는 사생결단할 것처럼 싸운다. 국론은 분열됐다. 아직도 그 현장 확인이 가능하다. 조 전 장관의 재판정 앞에서다. 이곳에서는 늘 ‘조국 구속’과 ‘조국 무죄’라는 외침이 맞서고 있다. 조국의 강이 남긴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의 재판은 진행 중이다. 그는 지난 8일 2심 판결에서 2년 징역형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상고했다. 최종의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사진: 조국 전 법무부(왼쪽) 장관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조국 전 법무부(왼쪽) 장관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그 사이에 사달[`사단(事端)']이 났다. 2심 판결 5일 뒤인 지난 13일 조 전 장관은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저의 힘은 미약하지만, 국민과 함께 큰 돌을 던지겠다”라고 밝혔다. 검찰 독재 정권의 심판을 위해 ‘저항군의 선봉’에 서겠다는 선언이었다. 정계 진출을 위한 준비는 진작부터 있었다. 봉화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두 차례나 방문했다. 함께 마신 술병 사진도 공개했다. 가는 곳마다 수위를 높이면서 정계 진출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 “길 없는 길을 가겠다”라고 정계 입문을 시사했다. “비법률적 명예 회복에 나서겠다”라고 출마를 예고했다. 일종의 정치적인 신원(伸· 가슴에 맺힌 한을 품)이었다. 드디어 “예전의 조국으로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라고 퇴로를 차단했다. 그리고 “국민이 가라 하시는 길로 가겠다”라고 말했다. 마치 국민을 위한 희생을 자임하는 듯했다.

조 전 장관이 ‘조국’을 소환한 이상 ‘조국의 강’도 스스로 건너야 한다. 조국의 강은 탁류다. 거짓과 위선이 넘실댄다. 조 전 장관이 거짓과 위선의 탈을 벗지 않으면 결코 건널 수 없는 강이다.

조 전 장관은 정공법을 회피했다. ‘비법률적 명예 회복’을 선택했다. 비법률적 명예 회복은 조 전 장관 신당과 총선 출마다. 정치를 사법의 방패로 활용하기 위해서 창당과 정계 진출을 꾀하고 나섰다. ‘길 없는 길’의 종착지는 국회 입성이다. 그렇게 된다면 정치적으로는 ‘민의=사법적 복권=조 전 장관의 명예 회복’으로도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정치가 법을 심판하는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는 곧 사법 시스템, 즉 법치주의를 무너트리는 결과를 낳는다. 법치주의의 부정과 다름이 아니다. 정치적 행위로 사법적 판단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만이 아니다. 입법부도 조 전 장관의 범죄 방탄의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위선의 탈을 벗지 않으면 명예 회복 없다                     

조 전 장관의 정치 행위가 정말 사법의 방패는 될 수 있을까.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사법부는 사법적 판단을, 일반 국민은 윤리적 판단을, 유권자는 당파적 선택을 한다”라고 말했다. 당파적 선택은 진영논리와 세력 판도에 의해 결정될 여지가 크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말대로 조 전 장관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도 있다. 국회에 입성한다면 조 전 장관은 유권자로부터 무죄 판정받았다고 선언할 것이다. 이어 국회의원 당선 자체가 정치적 사면이라고 우길 것이다. 

국회의원에 당선이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조 전 장관은 검찰 독재의 대항마로서의 상징성을 갖는다. 이 상징성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하는 데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조 전 장관의 혐의에 관한 최종 판결해야 하는 대법원도 정치권의 눈치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국회 입성까지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특권과 반칙, 위선의 상징으로 낙인된 조 전 장관의 정계 입문을 탐탁하게 보지 않는 여론을 넘어야 한다. 신당 창당을 계기로 국민적 분노는 증폭되고 있다. ‘방탄용 총선’, ‘명예 회복용 정계 진출’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후안무치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맹렬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국민의 분노가 조 전 장관을 향할 것은 자명하다. 국민은 신당을 만들 자격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명분이 있느냐고 따지고 있다. ‘위선적 특권 의식을 버리라’라는 요구와 다름없다. ‘더 이상의 내로남불을 보고 싶지 않다’라는 주장인 셈이다. 국민의 바람을 따르는 게 진정한 조 전 장관의 명예 회복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또 한 번 국민에게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조 전 장관은 재판받는 피고인 신분이다. 그는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사실심리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의원직이 박탈된다. 조 전 장관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신당 창당 명분은 ‘검찰 독재 정권 타도’와 ‘윤석열 정권 심판’이다. 조 전 장관은 ‘검찰 독재와 횡포’에 희생된 산증인임을 강조한다. 검찰 독재 정권의 최고의 희생자로 코스프레하고 있다. 스스로 ‘정치검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알리기 위해 수시로 ‘슬픈 가족’을 거론한다. 가족을 향한 입시 비리 수사를 정권의 탄압으로 위장하고 있다. 가족이 고통받은 것은 ‘검찰의 횡포’라는 인식이다. 그 피해자로서 검찰 공화국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가족의 고통에 대한 점층적 표현은 조 전 장관의 결의이고 전의다. ‘멸화지문이 됐다’, ‘우리 가족은 지옥에서 살고 있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딸 조민 씨가 기소됐을 때 “차라리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 고문하라”라고 반발했다. 급기야 지난 14일 광주 5·18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찾아서는 “우리 가족은 죽음 같은 수사의 대상이 됐다”라면서 “뒤늦게 (광주시민의) 그 고통과 분노를 피부로, 몸으로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마치 가족의 고통을 군부의 군홧발에 밟히고 총칼에 목숨을 잃은 5·18민주화운동 유족의 아픔으로 환치시켰다. 조 전 장관의 가족이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희생된 가족으로 착각할 지경이다. 이보다 더 약자나 피해자 흉내를 낼 수 없다. 피해자 흉내를 넘어 순교자 코스프레를 하는 듯하다. 자녀의 생일을 바꾸거나 표창장을 위조하고 입시 서류를 조작하고 부모가 자녀의 시험을 대신 쳐주는 일을 한 피고인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희생자인가. 조 전 장관이 말한 ‘검찰 독재 권력’을 누가 만들었는가. 권력 핵심부에 있던 사람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지 않았나. 조 전 장관도 윤석열 정권 탄생의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조국 신당은 민주당의 미운 오리 새끼

검찰의 부당한 수사, 과잉수사에 항변할 수도 있다. 억울한 일이다. 조 전 장관을 지지하지 않는 많은 국민도 검찰의 가혹 수사를 인정한다. 그렇다고 조 전 장관 가족이 지은 죄가 없어지지 않는다. 하물며 조 전 장관은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15차례나 사과했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반성도 아니다. 이것은 가중처벌의 요인이 됐다. 오히려 이 선택이 조 전 장관을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으로 밀어 넣게 될지 모른다. 이 방법은 국민의 증오와 분노를 잠재우기는커녕 더 키울 것이다.

여기에 조 전 장관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민주당이다. 창당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조 전 장관은 민주당에 계륵이다. 조 전 장관의 정계 진출 자체가 민주당에 악재로 여기는 것이다. 민주당은 ‘조국의 강을 건넜다’라고 선언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계 입문한 조 전 장관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차지하자. 조 전 장관의 정치활동 자체가 민주당의 총선 프레임인 정권심판론의 약발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것은 중도 표가 이탈로 이어질 게 뻔하다. “조국의 강은 안 건넌 게 아니라 못 건넜다. 강폭이 넓어서”라는 이재명 대표의 말에서도 조 전 장관을 안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을 드러낸 것이다. 잘못 대응하면 ‘조국의 강’이 ‘조국의 바다’로 변할 수 있다. 민주당만이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의 추진단장인 박홍근 의원은 “조국 신당과 연대하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지난 22대 총선 때 만들어진 열린민주당 모델을 따르라는 주문인 셈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 무관하게 총선을 치렀다. 총선이 끝난 뒤 합당했다. 

김경은 칼럼니스트
김경은 칼럼니스트

조 전 장관도 이에 맞서 “제 갈 길을 가겠다”라며 독자 노선 행보를 선언했다. “민주당보다 더 잘 싸우고 더 앞서 발리 움직이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역할이 구별될 것”이라고 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하는 듯했다. 정치는 현실이다. 비례대표정당도 3% 이상 득표를 해야 원내 진입이 가능하다. 과연 조 전 장관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조국과 ‘조국의 강’은 총선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조국의 시간은 지금도 가고 있다.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