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평범한 가족의 비극, 슬픔과 분노

영화 ‘1980’은 12·12 군사반란 불과 5개월이 지난 1980년 5월17일 이후, 광주에서 평범하고 우리네 이웃 같은 시민들이 겪은 불행을 강승용 감독이 진실 그대로 담은 영화다.

영화 ‘1980’의 한 장면
영화 ‘1980’의 한 장면

철수의 할아버지(강신일)는 평생 중국 음식점에서 수타면을 뽑다가 1980년 5월 17일 드디어 개업을 한다. 철수와 엄마, 아빠, 이모 그리고 새신랑이 될 삼촌과 예비 신부까지, 철수네 대가족은 이제 행복한 꿈만 꾸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며 비극을 맞게 된다.

영화 ‘1980’의 한 장면
영화 ‘1980’의 한 장면

‘1980’은 영화 ‘택시운전사’처럼 1980년 5월17일 이후의 광주를 다루고 있지만 다른 80년 5월의 이야기를 펼친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한 실존 인물인 독일인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와 그를 태우고 달린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이야기다.  이 영화가 외부인의 눈에 비친 그 날들을 기록했다면, ‘1980’은 전남도청 뒷골목에서 5월 17일 중국 음식점을 개업한 철수네 가족과 이웃을 다룬, 그곳을 살며 지켜내고 있던 광주 시민들의 직접 겪은 일들에 대한 기록인 셈이다. 

영화 ‘1980’의 한 장면
영화 ‘1980’의 한 장면

 

영화 ‘1980’의 한 장면
영화 ‘1980’의 한 장면

짜장면을 잘 만드는 철수할아버지 가족은 둘째 아들의 결혼을 준비하며 들떠 있고,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맏며느리, 미용실이 잘 되길 꿈꾸던 군인이 남편인 이웃 등은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평범했던 삶은 12·12 군사반란 5개월 후에 무너져 내리게 된다.

영화 ‘1980’의 한 장면
영화 ‘1980’의 한 장면

언제나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맏며느리이자 집안의 활력소 철수 엄마 역은 드라마 ‘학교 1’과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배우로 데뷔, ‘여고괴담’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 신인연기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 신인상을 수상하고 2004년 ‘한강수타령’으로 연기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규리가 맡았다.

영화 ‘1980’의 한 장면
영화 ‘1980’의 한 장면

철수 할아버지역의 강신일은 1986년 연극 ‘철수와 만수’를 거쳐 1999년 ‘이재수의 난’으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이후 '공공의 적' ‘실미도’ 등에 출연하며 흥행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중국 음식점 사장님이자 철수 할아버지로 앞에선 엄하지만, 뒤에서는 웃음을 머금는 대가족의 든든한 가장을 연기한다. 

영화 ‘1980’의 한 장면
영화 ‘1980’의 한 장면

낙지 짜장의 원조가 되길 꿈꾸며 결혼을 앞두고 설레는 철수 삼촌 역에는 1994년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에서 아역배우로 데뷔한 뒤 드라마 ‘태조 왕건’, ‘허준’, ‘천국의 계단’ 등을 거치고 2017년 드라마 ‘보이스’에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백성현이 캐스팅됐다.

영화 ‘1980’의 한 장면
영화 ‘1980’의 한 장면

철수네와는 둘도 없는 절친 이웃인 영희 엄마는 영화 '조용한 세상'과 '너와 나의 21세기'의 배우 한수연이 연기한다.

영화 ‘1980’의 한 장면
영화 ‘1980’의 한 장면

강승용 감독은 1995년 ‘테러리스트’의 미술 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왕의남자’, ‘강남 1970’, ‘사도’, ’안시성‘ 등의 미술 감독으로 30년 이상 활약했다. 

2002년 ‘YMCA 야구단’으로 춘사국제영화제 미술상 수상, 2010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으로 부일영화상 미술·기술상을 수상했고 영화 ‘1980’에서 처음 연출자로 나선다. 미술감독 출신 답게 디테일한 묘사를 보여준다.

영화 ‘1980’ 포스터
영화 ‘1980’ 포스터

강승용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우리 이웃 같은 평범한 시민들이 겪은 불행과 울분을 진실 그대로 담고자 했다”며 “전사나 투사, 영웅을 내세운 이야기가 아닌 아주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과장 또는 과잉되지 않은 담담한 이야기로 진실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1980’은 상식이 무너지는 상황을 보여주며 피해자들이 느꼈을 혼란과 불안을 관객이 피부 깊숙이 느끼게 하는 영화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마음 한 켠에 부채 의식을 안고 있는, 잊어도 지워져도 안 될 5.18 광주 이야기, 영화 ‘1980’은 3월27일(수)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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