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초대대통령의 망명,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의 복역, 그리고 김영삼 대통력과 김대중 대통령의 자녀의 구속, 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 등, 한국의 대통령의 비

범털들의 행진곡

‘범털’이 무엇인가요? 죄수들의 은어(隱語)로,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었거나 지식수준이 높은 죄수를 이르는 말이 범털입니다. 그런데 교도소에서는 설 명절을 맞이하여 “범털이 많아도 너무 많다” “범털이 이렇게 많은 때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범털’은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은 거물급 죄수를 말하는 은어인데 반해, 돈도 배경도 없는 죄수는 ‘개털’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그런데 교정당국의 말이 아니더라도 ‘범털이 천지’라는 말은 헛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현 정권 출범 전후 검찰의 ‘적폐수사’의 칼날을 맞은 두 전직 대통령과 전 대법원장까지 구치소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또 전 대통령비서실장⦁경제부총리도 있습니다.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던 전⦁현직 도지사들도 대선 여론 조작과 여비서 성폭행 혐의로 최근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갇혀 있지요.

이들이 머무는 구치소에도 어김없이 설 연휴가 찾아왔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경수 경남지사는 설 아침으로 떡국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아침 음식은 떡국과 김치 등이었습니다. 이후 만두 6개와 우유(200㎖)가 설 특식으로 제공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오징어뭇국과 두부조림으로 설 아침을 들었습니다. 이들이 있는 서울동부구치소는 점심 때 떡국을 내놓았습니다. 특식으로 미숫가루처럼 물에 타 먹는 곡물 분말(40g)도 나왔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설 점심으로 떡국을 먹은 뒤 한과 한 봉지(6개)를 특식으로 받았다고 하네요.

이렇게 범털들은 명절에도 특별대우를 받습니다. 만약 이들을 너무 개털처럼 대하다간 그 교도소장과 직원들의 승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또 너무 우대해주다가는 언론의 지적을 받아 ‘황제취급’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범털들은 미결수일 때 변호사 접견 권을 이용해 개인 휴게실을 쓰기도 합니다. 일반 면회는 시간제한도 있고, 교도관이 참관하고 창문을 사이에 두고 하게 됩니다. 하지만 변호사 접견은 시간제한이 없고 교도관이 불참하며 대면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변호사들을 접견변호사라고 하지만, 비웃는 말로 집사변호사라고도 한다네요.

물론 범털은 유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랑스의 권리선언에서 비롯된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하여 유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오류(誤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소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진리의 인과(因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요.

특히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삼세인과론(三世因果論)을 보면 ‘순후업(順後業)’과 ‘순차후업(順次後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순후업’은 현생에서 지은 선악의 행위에 대한 과보를 다음 생에서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순차후업’은 현생에서 지은 선악의 행위에 대한 과보를 다음 생 이후에서 받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범털들을 보면, 현재와 같은 초스피드 시대에는 우리 원불교의 기본 인과인 ‘순현업(順現業)’이 실감납니다. ‘순현업’은 현생에서 지은 선악의 행위에 대한 과보를 현생에서 받는 것입니다.《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서 서가모니 부처님은 ‘재물과 색을 탐하는 사람은 비컨대 어린 아이가 칼날에 묻은 꿀을 탐하는 것과 같나니, 한 때도 족히 달게 먹을 것은 없고 도리어 혀를 끊을 염려가 있느니라.’고 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권력이라는 것은 칼날에 묻은 꿀과 같아서 혀를 끊을 수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의 역사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망명,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의 복역, 그리고 김영삼 대통력과 김대중 대통령의 자녀의 구속, 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 등, 한국의 대통령의 비극적 역사가 이를 말해 줍니다.

원불교《대종경(大宗經)》<인과품(因果品)> 14장에 보면,「한 제자 여쭙기를 “벼락을 맞아 죽는 것은 어떠한 죄업(罪業)으로 인함이오니까?”」하고 여쭙자,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은 이렇게 답하십니다.「부지불각 간에 벼락을 맞아 죽는 것은 그 죄업도 또한 부지불각 간에 중인(衆人)에게 벼락을 준 연고이니, 예를 들면 자기의 권력이나 무력 등을 남용하여 많은 대중을 살생하였다든지, 또는 악한 법을 강행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많은 해를 입혔다든지 하는 등의 죄업으로 인한 수가 많으니라.」라고 하십니다.

이와 같이 권력은 위기와 기회 양면의 칼날이나 마찬 가지입니다. 권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 만큼 대중에게 은혜를 베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반면, 권력자는 동일한 만큼 죄를 지을 수 있는 가능성도 큰 것입니다.

중생들이 철없이 많은 죄업을 짓는 가운데 특히 무서운 죄업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바른 이치를 알지 못하고 대중의 앞에 나서서 여러 사람의 정신을 그릇 인도함이요,

둘째, 여러 사람에게 인과를 믿지 아니하게 하여 선한 업 짓는 것을 방해함이요,

셋째, 바르고 어진 분을 헐고 시기함이요,

넷째, 삿된 무리와 당을 짓고 삿된 무리에게 힘을 도와줌이요,

다섯째, 대도정법의 신앙을 방해하며 정법 회상의 발전을 저해함인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 죄업 짓기를 쉬지 아니하는 사람은 삼악도(三惡道)를 벗어날 날이 없는 것입니다. 그럼 삼악도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육도세계 중, 지옥도(地獄道)⦁아귀도(餓鬼道)⦁축생도(畜生道) 이 세 가지 세계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생에서 쟁취했던 권력을 잘 썼던들 범털들의 행진이 형무소행으로 막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한 때를 풍미(風靡)했던 저 기라성(綺羅星)같은 권력자들이 권력의 무상함을 깨닫고 지은 업보(業報)를 달게 받아 범털들의 행진곡은 이제 멈추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생에선 큰 공덕 짓기를 서원하면 어떨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2월 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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