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단편소설 〖독도 아리랑〗5회그것은 오래 전의 그 촌장님은 도쿠카와이에야스 시대에 우리 일본에 쓰나미가 한 번 있었는데 촌장은 그 쓰나미가 어느 높이까지는 침범하지 않으리라 측량하고 그 마을을 둘러 높은 벽을 쌓기 시작하였다는 거야. 그 촌장님의 제안에 모두들 미쳤다고 하고 뭐하러 그렇게 돈을 많이 들여서 그 높은 담을 쌓아야 하냐고 반문하며 비협조적인 사람들도 있었어. 그런데 그의 끈질긴 노력으로 예산을 확보하여 마을을 성벽으로 둘러치게 하는데 성공하였던 것이야. 그 촌장님은 역사적으로 그런 참사가
순간 일본을 덮쳤던 커다란 혀처럼 물살을 이고 도심을 쓸어버린, 쓰나미가 대한민국의 국토를 휩쓸고 있었다. 하늘은 검푸른 구름으로 뒤덮였고 사나운 쓰나미는 도시를 삼키고 있었다. 그는 엉겁결에 쓰나미 속에 휩쓸려 전봇대 위에 오르려고 안간힘을 썼다.“망… 망하였다……”전봇대위에 매달려 살아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은 검은 가운과 금색 뺏지를 차고 이마가 번들한 거만하게 생긴 자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먼저 살아남으려고 서로 아귀다툼을 벌인다. 그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늘 대중에게 사랑받고
지난 15일 마포구 월드컵로에 위치한 백휘철 목사께서 시무하는 마음의집짓기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에서 창립 1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행사를 개최하였다. 백휘철 목사님과 한애자 사모 두 분이 시작한 교회가 이제는 성도들과 예배를 드릴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소회를 밝히셨다. 2017년 7월 창립 이틀을 앞두고 교회 앞에서 전도하다가 만난 분은 너무도 뜻밖의 일이었다. 하나님께서 꿈으로 붉은 벽돌의 건물 에 가서 섬기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자초지정을 들으면서, 교회는 하나님께서 성령으로 역사하시며 사람을
한애자 단편소설 〖독도 아리랑〗3회그는 약간 늦은 9시쯤에 집에 들어섰다. 중학생인 아영이의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듯 하였다. 언제나 서로가 바빠서 마주볼 기회가 없어 모처럼 관심을 가지고 딸의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아영이는 부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컴퓨터 소리가 나지 않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인기 연예인 사진을 모으고 가요를 듣고 있었지만 혹시 음란 싸이트를 접속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섬뜩하였다. 유해싸이트 차단은 하였지만…&
그는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그래서인지 정부에 대한 여러 시책에 대해서도 매우 날카롭게 통찰하고 비판적 안목이 있었다. 동료교사들은 그저 학교근무에만 힘쓰고 역사의식이 희미해 보였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국민의식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사가 먼저 깨어 있어야 하는데 냉냉한 분위기라 통렬히 여기고 있었다. 교사일동과 등산을 하거나 모임이 있을 때에도 그는 시국에 대해 열심히 토로하며 심각하지만 다른 교사들은 관심 없다, 일 없다는 표정이다. 언제나 혼자 흥분하다가 사라지는 그런 분위기였다.“일본이 역사왜곡을 본격적으로 추
모처럼 휴일이라 느긋하게 일어났다. 아침 7시. 샤워를 하고 거실에 TV 모니터를 습관처럼 눌렀다. 뉴스였다. 화면에는 일본 전역을 덮친 쓰나미가 보도되고 있었다. 대지진의 참사가 펼쳐진 현장은 참혹하였다. 그는 야릇한 쾌감이 밀려왔다. 일본이 망하여간다는 것에 은근히 쾌재를 올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아내가 외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아마 일본어를 배우러 갈 모양이다.“일본은 망하여 가는데 무슨 놈의 일본어를 배우는지 모르겠네. 차라리 중국어를 배워 보는 게 어때?”그러나 아내는 일본어를 배워야 중국어도 쉽게 배우게 된다고 고집
지난 1일 마음의집짓기교회에서 선교사님의 특강과 선교보고의 행사를 가지게 되었다.마음의집짓기 교회에서 후원하는 남아공화국에서 선교하는 오경환 선교사님의 특강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하나님께서 그의 부친시대부터 은혜의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는 것이다. 그 당시 예수를 믿지 않았지만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고난을 당한 선교사님의 아버님의 의로운 행위를 하나님께서 지켜보셨고 그 아들을 예수를 믿게 하시고 농촌에서 농사의 거친 일을 하게 하시면서 아프리카 선교훈련을 미리 준비하셨다는 하나님의 경륜을 나누기도 하였다.오경환선교사 (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마지막 회앵무새 소리채성은 애춘이 시니컬하게 풍부한 어휘력을 발휘하며 비아냥거리는 것에 놀랐다. 언제나 언어의 어휘가 한정되고 고정되었으며 단순하고 기계적이었는데, 앵무새 같이 반복적인 그녀가 이젠 창조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자신이 해부하고 여과한 언어를 내뿜고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자라왔고 추종하고 자랑하며 숭배해 왔던 삶에 대한 허탈감 때문인지 더욱 언어표현이 절실해 보였다. 채성은 현대인에 대한 애춘의 통찰에 아연해질 지경이었다.“송 박사는 대학 때부터 우리들과는 달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99회앵무새 소리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 이 세상의 질서, 조물주가 세운 질서, 그것을 탈선했을 때 그것은 파괴요 불행이요 좌절이었다.“연남동에 자리 잡은 한옥이에요.”“모델하우스도 같이 경영하고 있다고 들었지!”“민 선생님께서 저를 초대해서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전 새로운 모델의 하우스를 자각했으니까요,”“당신에게 정말 행운이었군!”“그런데 왜 모델하우스란 이름을 지었을까!”“현대인들은 화려하고 멋진 모델하우스를 찾아다니잖아요. 진정한 모델하
앵무새 소리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도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도 서로가 외로웠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애춘은 채성의 가슴에 안겼다. 순간 오랫동안 굳었던 온몸이 풀려지는 듯 몸은 자유와 안정감을 찾으며 평안이 넘치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계속 훌쩍이는 애춘을 채성은 침실로 부축해 눕혔다. 애춘은 똑바로 누웠다. 그 동안 쌓였던 막힌 담벽이 헐리고 넓은 평원을 보듯 자연스럽고 평온해지기 시작했다.“저, 고호의 그림을 좀 보세요!”애춘이 채성에게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고호의 해바라기! 고호는 언제나 저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갈망하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97회앵무새 소리결혼 전날 애춘이 반쪽씩 나누어 채성의 입에 넣어 주었다.‘오빠, 달콤하고 맛있게 먹어요. 그래야 부부생활이 달콤하고 행복하게 된대요!’기대와 행복에 가득차서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반으로 잘라서 애춘이 채성의 입에 넣어 주던 그 초콜릿이었다.“결혼 때 당신이 나에게 가나초콜릿을 권했듯이 이제는 내가 당신에게 권하고 싶소!”채성은 초콜릿의 겉봉투를 꺼내고 은박지로 쌓여 있는 가나 초콜릿을 꺼내어 반으로 ‘뚝’ 소리를 내어 잘랐다. 그것은 천진스런 어린아이 같았다.“
앵무새 소리그 다음날 아침에도 2층의 화실로 달려갔다. 새벽 다섯 시였다. 애춘은 다시는〈꽃과 나비〉의 산란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녀는 학교의 미술실에서 그렸던 그림들을 모두 쓰레기장에 소각해 버렸다. 꽃과 나비의 입맞춤, 주제 없이 산만하고 달콤한 육욕을 자극하는 그림은 모두 한데 모아 불에 태우기 시작했다. 불타버리는 그림을 바라보면서 애춘은 자신의 모든 과거와 어두운 것들이 사라지는 듯 후련함을 느꼈다.‘사라져라, 모두….’이제 화실은 새로운 그림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주제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붓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95회앵무새 소리애춘은 고개를 저으며 만약 거꾸로 채성이〈아내〉를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면 생명과 감각이 마비된 플라스틱 인형을 그렸을 것 같았다. 늘 꽃과 나비의 둘레를 맴돌며 자신의 몸을 조각하는 어느 방탕녀의 모습을 그렸을 것이다. 붓대를 멈추고 망설이다가 애춘은 화실에서 나왔다. 내일부터는 화실에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거듭 다짐했다.‘이 훌륭한 그림을 잘 보관하시고 가끔 제가 댁에 구경하러 가도 괜찮겠지요? 그리고 더 훌륭한 명화가 탄생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총기와
앵무새 소리 그 다음의 작품 또한 두 눈에 가득하게 들어왔다.〈아내〉란 제목의 인물화인데 같은 화가의 그림이었다. 애춘은 국내에서 꽤 인정받는 화가라고 잠깐 언급해 주었다. 아마도 화가의 가슴엔 현대인의 시대적 정서의 필요성을 내다보며 절실히 가슴 속에서 물결치는 그 내적인 생명을 그려낸 듯했다.〈아내〉란 그림은 애춘에게 사뭇 뭉클하게 다가왔다. 전원적인 농촌을 배경으로 한 어느 한 농부의 아낙이었다. 그 여인은 석양이 지는 들녘을 바라보며 처마 밑의 마루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순박한 모습이었다. 화가는 아내란 늘 기다림과 그
앵무새 소리고개를 돌리고 외면했다. 그는 마치 앵무새의 비참함이 자신의 비참함처럼 여겨졌다.“6개월이 지나면 다시 데려오지!”휴대폰으로 부른 조류 전문가인 친구의 방문은 채성에게 강한 수치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마치 채성에게 앵무새를 살리는 방법을 연구해 보라는 듯이 힐난하는 눈빛이었다.“즐거운 소리를 따라 해보게. 그 앵무새가 말일세. 송 박사의 곁에 있었더라면 털에 윤기가 나며 힘차게 즐거운 노래를 부르고 있을 걸세!”그는 송문학을 지지하는 친구였다.마침 다음 달에 송문학의 모델하우스에 처음 가는 날이었다. 채성은 앵무새 살리기
앵무새 소리 채성은 오후 늦게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요 며칠 동안 애춘에 대한 회오와 자각 등으로 그의 마음은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 자살하려던 애춘의 그 절망적인 상태, 자신을 유혹하는 남자를 뿌리치던 그녀의 진지한 모습, 이 두 가지 일만 가지고도 채성의 마음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이 한 여자를 말살하려했던 살인자라는 죄인임을 인정하였다. 후회와 연민과 책임감이 밀려와서 요즘 그는 잠시 소강상태였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속히 애춘과의 어떤 결의를 보여야할 때라고 여겼다. 조만간 속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91회마음의 집─ 모델하우스 -그들은 감사를 표시하며 잔잔하게 두 부부를 향해 우러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애춘은 빨리 몸을 숨겨 정원 쪽으로 걸어 나왔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승용차에 몸을 싣고 서서히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마음의 집─ 모델하우스 -지선이 피아노 앞에서 전주곡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세 자녀와 함께 송 박사도 자신의 악기인 기타를 들고 합주하기 시작했다. 큰딸은 플루트, 작은 딸은 바이올린 아들은 만돌린을 연주했다. 그들은 이 크리스마스 행사를 위해 미리 준비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특히 송 박사가 클래식 기타를 들고 연주하는 모습은 멋지고 경건하기조차 했다.“우리 가족은 인생을 연주할 악기를 하나씩 소유하고 있어요. 사람이 하늘로부터 받은 자기의 소명! 그것이 악기가 아닐까요? 자기만이 멋지게 다룰 수 있는 악기를 가진 것은 삶을 신
마음의 집─ 모델하우스 -청소년들의 표정은 뭔가에 결의가 찬 표정으로 외치듯 따라했다. 그들은 박수를 치며 메리크리스마스, 메리크리스마스…. 서로가 기쁨에 못 이겨 껴안고 축복했다. 곧 이어서 지선의 가족이 음악을 연주하려는지 움직이고 있었다.애춘은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다.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담벼락에 바싹 붙어 몸을 숨겼다. 모피 코트를 걸쳤고 날씨가 포근하게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서 그리 춥지는 않았다. 애춘은 숨을 죽이며 너무나도 아름답고 그윽한 실내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이고
애춘은 비가 온 후 하얀 눈송이가 휘날리는 정원에 나왔다. 어느덧 나무 위에 하얀 눈꽃 송이가 쌓이고 있었다. 눈송이는 반짝거리며 포근하고 침착해 보였다. 어디선가 성가의 캐롤송이 희미하게 들려왔다.‘아!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구나!지난 세월의 이맘때, 화려한 파티에 마음이 들떠 있었고 남선생들과 먹고 마시고 춤추고 안기고 토하고… 그것이 크리스마스였고 처참한 자신의 삶이었다. 애춘은 깊이 심호흡을 했다. 현관에 채성의 구두가 보였다. 아마 취하여 밤늦께 들어온 듯했다.‘멀고도 가까운 사람!’오늘 같은 날은 지선과 맘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