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부형태에 대해서 논의가 되고 있는데요, 저는 사실 의원내각제주의자입니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의회가 책임 있게 국정에 참여함으로써 대통령의 권한 집중과 권한 독식을 방지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이 승자독식의 대통령제로 인한 우리의 극단적 정치 갈등을 좀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원내각제주의자입니다” (지난해 3월 6일,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

“우리가 그동안 많이 토론했지만 아마 의원내각제에 관한 많은, 우리 의원들의 관심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이런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고 여기에 대해서 합의할 노력을 해야 됨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통령께서 4년 중임제를 무조건 발의하시고…” (지난해 3월 19일,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헌법개정및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했던 발언들을 모아봤다. 나 원내대표는 이렇게 스스로 자신이 ‘내각제주의자’임을 대놓고 드러내곤 했다. 그러면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곤 했다.

의원내각제는 현재의 대통령제를 사실상 폐지하자는 것으로, 현재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모두 국회에 몰아주자는 것이다. 대통령은 사실상 명예적인 존재로만 남고, 국가를 통솔하는 이는 총리(혹은 수상)다.

분권형 대통령제같은 경우도 대통령이 통일·외교·국방 등 외치만을 담당하고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형태다. 대부분 실권은 총리가 쥐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부분 국회가 차지하자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한다면, 의원내각제를 받아들일 것인지, 내각제적 요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 명백히 표시해줘야 한다”며 문 대통령을 향해 내각제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었다.

최근 선거제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나 원내대표는 자신이 내각제주의자임을 거듭 재확인했다.

선거제 개편과 관련, 수개월째 입을 다물고 있던 자한당은 선거제도 개편 당론으로 현재 300석인 국회의원수를 10% 줄이되 47석인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253석인 지역구의원을 270석으로 늘리자는 안을 내놓았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이 신속안건 처리절차인 ‘패스트트랙’ 발동 카드를 내밀며 연동형 비례제 논의 동참을 압박하자 꼼수로 해당안을 발표한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한당 제외한)여야 4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제는 의원내각제 개헌을 하지 않는 한 동의할 수 없다”며 “의원 정수를 줄이고 내 손으로 뽑는 의원수를 늘리자”고 목소릴 높였다. 더 나아가 여야 4당이 연동제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의회 쿠데타’를 강행하면 의원직 사퇴도 적극 검토하겠다머 목소릴 높였다.

절대 다수 시민들은 국회 권한을 대폭 강화시키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5년 단임제나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MBC

이런 발언을 들어보면, 그의 속내는 앞서 밝혔듯 대통령의 권한을 몽땅 국회에 몰아주자는, ‘내각제 개헌’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에 찬성하는 여론은 ‘국회 불신’이 엄청 심한 한국에선 전혀 동의를 받지 못한다.

여기서, ‘의원수를 줄이자’는 제안이 사람들에게는 얼핏 솔깃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국회는 언제나 국민 신뢰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세금 먹는 의원 수 줄이자는 데 동의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표적인 ‘국회 불신’ ‘정치 불신’을 이용하는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는 지난 2012년 안철수 전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왔을 때 내놓았던 공약들과 언뜻 비슷하게 들린다. 그는 당시 의원수 감축, 정당보조금(세금) 축소 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의원수가 줄어들수록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의 권한은 오히려 더 확대되고, 정치신인들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정당보조금을 축소하면, 더욱 금권 정치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정당엔 돈이 없으니, 더욱 큰손들(재벌들)의 로비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군사독재정권이나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엔 충실한 거수기로서 행동하며 악행을 거들고, 지금처럼 야당일 때는 툭하면 국회 보이콧을 일삼으며 민주정부가 하는 일에 ‘겐세이’만 놓으며 사람들의 정치 불신을 무한대로 키워온 게 자한당이 해오던 일 아닌가? 그런 정당이 ‘정치 불신‘에 기대는 포퓰리즘을 쓰니 참 뻔뻔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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