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의 폭풍이 지난다. 총선패배의 폭풍은 윤석열 대통령을 코너로 몰고 있다. 레임덕 징후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선거 한 주 전보다 무려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23%였다. 취임 후 최저다. 결정적 원인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이었다. 지금까지 이처럼 거센 비난을 받은 대통령의 메시지는 없었다. 민심이 성을 낼 만하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보잘것없는 성적을 얻었다. 108석이다. 겨우 개헌과 탄핵저지선을 방어했다. 헌정사상 집권 여당이 받은 최악의 의석이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따끔하게 문책한 것이다.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은 옳았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러나’를 16차례나 반복하며 “~~은 부족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조는 유지하면서 ‘부족한 부분’만 고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반성과 성찰은 없었다. 오직 자기합리화만 있었다. 화난 국민은 윤 대통령의 자기합리화를 들어줄 만큼 너그럽지 못하다. ‘권력에 취해 빠진 무오류의 함정’으로 이해한다. 국민 여론이 다시 이를 ‘심판’한 것이다. 국정 지지율이 폭락한 이유다. 거기에는 제대로 민심을 파악하라는 간절한 바람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의 역정은 대통령 발언이 불씨가 됐다. 정치적 의미는 덧칠됐다. 그 변질의 과정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레임덕을 지난 데드덕이 될 수도 있다. 임기가 3년 남은 상태에서의 레임덕.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레임덕은 ‘절음 발이 오리’다. 뭔가 부족해서 균형이 깨져 원만한 국정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흔히 ‘권력누수현상’이라고 일컫는다. 그렇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의회 내 권력 균형이 기울어졌다. 야권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했다. 절대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려 한다. 물론 이는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다. 아무리 의석의 불균형이 심하더라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까지 제압하지는 못한다.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윤 대통령에게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전제는 있다. 과지필개(知過必改·잘못을 반드시 고친다)하는 자세로 국정운영에 임해야 한다. 그것이 확인될 때 국민은 다시 윤석열 정부로 돌아갈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권에게는 레임덕은 없다. 설령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넘겨줬다고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당 관계자들과 10일 국회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있다.민주당은 국회 의원회관, 국민의힘은 도서관에서 개표상황실을 만들었다.2024.4.10 [공동취재]](https://cdn.newsfreezone.co.kr/news/photo/202404/563222_573310_5411.jpg)
우선 총선패배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처방을 제시할 수 있다. 국민이 말하는 총선 패인은 ‘대통령 리스크’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진심으로’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 생각에 윤 대통령은 ‘아직도’ 검사다. 검사는 범법자를 상대한다. 도덕적 우위에 있다. 검사는 옳다는 자기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쁜 놈’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는 게 검사의 사회관이다. 어떻든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그 같은 ‘법적 사고’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번 선거에서 명확하게 입증됐다. 범죄자, 막말꾼, 투기범, 위선자가 당당히 당선됐다. 심지어 피의자와 피고인 당선자도 수두룩하다. ‘검사적 세계관’을 가진 윤 대통령은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야 한다. 그들에게 국민의힘 후보는 졌다. 그 이유에 대해 따져보고 봐야 한다. 불행스럽게도 윤 대통령에게도 잘못이 있다. ‘남의 눈 티끌’에 앞서 ‘내 눈의 들보’를 보지 못했다. 국민은 나의 잘못을 남의 잘못으로 덮으려 하는 접근법에 거부감을 보였다. 거기다가 잘못의 경중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힘 가진 자’가 자신의 ‘들보’를 보는 태도를 지켜봤을 뿐이다.
국정운영도 난폭했다. 불통 이미지가 굳어졌다. 내로남불도 불사했다.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들이다. 국민의 믿음은 깨졌다. 특히 공정에 관한 신뢰를 상실했다. 공정성 회복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당장 회복될 것 같지 않다. 검사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 사례가 총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시민사회수석실 폐지를 공언했다. 시민사회수석실은 각종 시민사회·종교단체와 창구다. 소통의 문을 닫았다. 대신 법률의 잣대를 다시 들고 나섰다. 법률수석비서관실을 만든단다.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실을 통합하고 승격시킨 것이다. 그것도 국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란다. 기가 막힌다. 과연 그렇게 해서 ‘불통리더십’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선악(법)의 개념으로 민심을 살피는 게 가당한 일일까. 궁금하다. 혹시라도 사정 정국의 예고는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어떻든 국민의 바람과는 크게 동떨어진 처방이다. 국민이 선거의 패배 원인이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에 있다는 비난을 회피하려는 꼼수같이 보인다. 매우 언잖다.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윤 대통령은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났다. 홍 시장은 총선과 관련 윤 대통령의 책임을 언급한 일이 없다. 오직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공격했다. “철부지 정치 초년생” “대권 놀이용 셀카 찍기”라며 책임을 뒤집어씌웠다. 한 전 위원장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돌리는 언사였다. 급기야 “주군에 대들다 폐세자된다”라는 경고를 보냈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권 경쟁자’의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꼴이다. ‘대통령병이 도졌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현실과 인식의 괴리를 보여주는 행동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그런 그를 만났다. 과연 정국 처방과 관련한 현명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불가능함을 이미 보여줬다. 홍 시장은 김한길 총리, 장재원 비서실장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미 회자된 인물이다. 홍 시장의 정치적 상상력이 어느 수준인지 잘 보여주는 ‘처방’이었다. 결국 윤 대통령은 홍 시장을 만남으로써 자신 패배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드러낸 비겁한 행동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사실 4·10총선의 여당 패배는 예고된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경고장’을 받았다. 국정운영 방향과 기조를 바꾸라는 요구였다. 독선에서 벗어나라는 명령이었다. 수평적 당정관계를 회복하라는 촉구였다. 하지만 용산과 국민의힘은 꿈쩍도 안 했다. 국민이 총선의 승리 해법을 제시했는데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용산은 끝까지 국민의힘을 수족 부리듯이 했다. 수직적 관계에서 당을 좌지우지했다. 국민의힘 역시 대통령의 불통과 오만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
그런 오만과 불통이 이번 총선에서 완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다시 말한다. 윤 대통령 모든 걸 바꾼다는 얘기는 가당치 않다.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성사는 환영한다. 기립박수를 보낸다. 윤 대통령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8차례의 영수회담을 요청했다. 이를 거절하던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만남을 수용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달라진 정치환경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21대 국회와 의석수가 비슷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한다면 주도적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의료보험 개혁 등 많은 개혁과제를 총선 뒤로 미뤄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에 앞서 향후 국정운영의 로드맵 다시 짜야 한다. 로드맵만으로 일이 성사되는 건 아니다. 로드맵 즉 전략지도에는 정책 계획과 전개 과정, 정책 추진 이후의 뒷마무리까지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울타리 치기’를 쳐야 한다.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국정이라는 한 카테고리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그럴 때 ‘의회 독주’를 끝낼 수 있다. 야생마도 울타리 안에서 순해진다.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야 길도 드릴 수 있다. 울타리가 쳐지는 순간부터 ‘동료의 압력’이 작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이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국정운영에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조급하다. 퍼포먼스를 원한다. 조금씩 양보해서 국가적 문제에 대한 해결에 협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도 지지를 얻게 될 것이다.
만일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윤석열 정부는 정말 레임덕에 빠질 것이다. 이미 그 증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 증상은 어떤 것일까. 레임덕은 크게 세 가지 현상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인사다. 국정운영 기조와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다. 이미 그런 상황에 봉착했다. 사의를 표한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열흘이 지났다. 용산 대통령비서실이야 욕 한 번 먹으면 그만이지만 총리와 각료는 다르다. 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기왕 늦어진 인선이다. 더 폭넓은 인재 발굴과 검증을 통해서 국정 기조 변화를 입증하길 바란다. 주변에 있는 윤석열 사단을 배제하라.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 현장관리 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 도전 의식과 용기 등 많은 자질과 능력을 꼼꼼히 따져라. 두 번째는 레임덕의 증거는 정책 수행이다. 윤 대통령이 하고 싶은 정책을 하지 못하는 일이 빚어질 것이다. 대부분 정책은 의회에서 법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인선을 통해 국정 기조의 변화를 보여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세 번째는 국정의 기밀이 새어나간다. 대통령의 권한이 약화하면 공직기강은 흐트러진 결과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비밀이 새게 되어 있다. 이미 이번 인선 과정에서 ‘박영선 국무총리’설이 흘러나가지 않았던가. 사실상 박영선 설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는 그 카드는 효용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효력 여부를 떠나서 언론에 보도됐는데 공직 루트에서는 이를 부정했다.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박영선 이야기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 전개 과정에서 국민이 정말 듣고 싶지 않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 ‘관저 정치’, ‘비선 인선’이 그것이다. 레임덕 상황이 아니면 나올 수 없기다. 빨리 선거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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