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동영상보다 센 김건희의 문자 메시지“텍스트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는 의외로 역사가 유구하다. 19세기가 저물 무렵 최초의 무성영화가 상영됐을 때도, 20세기 중엽에 이르러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이 차례로 대중화됐을 때도, 2010년대에 접어들어 전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채널이 한국인을 비롯한 인류의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을 때도 글자로 의사를 주고받는 행위는 인간 생활에서 더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않을 것이란 분석과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이러한 전망과 예측은 여타의 분야와 영역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세계일보의 86식 닫힌 세계관푸른 산호초가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자리한 동해를 파랗게 물들이고 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기획ㆍ결성ㆍ지도한 스타 걸그룹 뉴진스의 일원인 하니가 도쿄돔에서 진행된 대규모 팬미팅에서 노래한 J-POP의 명곡 「푸른 산호초」가 수많은 일본인들을 일본 경제의 황금기인 1980년대의 추억 속으로 돌려보냈고, 이 일이 우리나라에서 유튜브를 중심으로 크게 화제가 되면서 해당 곡을 최초로 취입한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에게 적잖은 한국인들이 뒤늦은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긍
대통령 배우자가 경선판에 등판한 날이쯤 되면 거의 징크스였다. 여당 당권의 향방이 결정되는 중요한 고비마다 의문의 문자메시지가 어김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준석을 대표직에서 축출하는 데서는 대통령의 문자메시지가, 한동훈이 대표가 되지 못하도록 막는 과정에서는 김건희의 문자메시지가.더군다나 기괴해도 너무나 기괴했다. 집권당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무대에 느닷없이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가 뛰어드는 미증유의 유례없는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금년 1월경에 자신의 프랑스제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하여 그
로빈슨과 사보니스가 서울에 왔던 날미국에서 민주당 정권이 등장하면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실현ㆍ정착되는 데 유리한 대외환경이 조성된다고 철석같이 믿던 시절이 과거에 한때 있었다. 미국의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외교 활동을 전개했기 때문이다.이러한 믿음은 자주 배반당하곤 했다. 일례로 전두환의 신군부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려는 목적으로 대규모 군병력을 이동시켰을 때 미국에서는 민주당 소속의 카터 행정부가 집권하고 있었다.6ㆍ25 전쟁 발발 초기인 1950년 7월, 이승만 정부는 한국군의
‘철수정치’의 원조는 노태우최태원 SK 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통치기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새롭게 제공했다.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과 어울려 12ㆍ12 군사반란을 주도했다는 명확한 역사적 사실은 새삼스레 거론할 나위조차 없으리라. 이는 노태우의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영구보존될 테다.대통령으로서의 노태우는 군인 출신이라는 이력이 무색하게 강단과 기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줄곧 받아왔다. 이를테면 노태우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전신인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
양이 이끄는 사자 무리가 돼버린 독일“사자가 이끄는 양의 무리가 양이 이끄는 사자의 무리를 이긴다.”필자는 이 이야기를 최초로 접했을 때가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말을 처음 들었을 적의 강렬한 느낌은 영원토록 잊히지 않을 듯하다. 영도력(Leadership)의 가치와 중요성을 이처럼 명징하고 박진감 넘치게 형용해낸 문장도 드물 터이기 때문이다.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교활함을 겸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훌륭하고 성공적인 군주가 되고픈 한 인물이 방금 언급된 두 가지 덕목들 중에서 부득이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는 7월 23일 화요일 실시될 예정인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이로써 법률 기술자들만의 잔치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력한 당권 주자들로 손꼽히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원희룡 전 제주지사 모두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전직 검사 또는 판사인 탓이다.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방금 거명된 세 사람 가운데 누가 차기 당대표로 선출되는지와 관계없이 ‘대통령도 법률 기술자, 여당 당대표도 법률 기술자’인 칙칙한 구도와 고리타분한 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러 양국의 동맹을 28년 만에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는 두 나라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동맹’ 차원으로까지는 아직 규정하지 않았다고 한다.그러나 양측이 체결한 이른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는 협정 당사국 중 한 나라가 무력침공을 당해 전쟁상태에 돌입했을 경우 다른 나라가 지체 없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과 원조를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된 걸로 알려졌다. 사실상의 군사동맹에 준하는 내용인 셈이다.소
“너 자신을 알라”, 서양 철학사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원수를 사랑하라”, 서양 종교사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주사위는 던져졌다”, 서양 정치사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너 자신을 알라!”는 원래 고대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 내부에 적힌 문구였다고 한다. 아테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이를 논쟁에 인용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원수를 사랑하라!”는 신약성경 마태복음 5장에 수록된 예수님의 말씀이다. 예수의 이와 같은 가르침이 기독교를 전 세계적 보편 종교로 도약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주사위는 던져졌다!”
인류 문명에는 세 개의 법정이 유구하게 존재해왔다.첫째는 실정법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일반적 개념의 법정이다. 둘째는 여론으로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민심의 법정이다. 셋째는 후세의 사가들에 의해 잘잘못이 판가름 나는 역사의 법정이다.쿠바의 혁명가이자 정치가인 피델 카스트로(1926~2016)는 젊은 시절에 독재를 일삼아온 바티스타 정권 타도를 목적으로 쿠바 동남부에 위치한 몬카다 병영을 기습했다. 현지시간으로 1953년 7월 26의 일이었다.체계적인 군사훈련을 받지 않은 소수의 유격대원들로 정부군의 주요 기지를 대담하게 습격한 이 무모
도로변이나 옥외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동차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기름값이 폭등하는 와중에도 서울을 필두로 주요 대도시 도로들은 운행하는 차량들로 가득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 현상을 자아내고 있는 급박한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평균적인 한국인의 경각심이 갑작스레 고조된 탓일까?언론에 보도된 이유를 알고 나니 씁쓸했다. 아니, 솔직히 슬펐다. 북한이 풍선에 매달아 휴전선 남쪽으로 날려 보낸 오물이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 차체에 떨어져 묻을지 모른다고 걱정한 운전자들이 지하주차장에 앞다투어 차량을 주차해뒀기 때문이었다.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에게는 세 가지 꿈이 있었다.우리 가족의 꿈은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었다.우리 민족의 꿈은 남북한이 통일되는 것이었다.우리 경제의 꿈은 한국도 산유국이 되는 것이었다.내 집 마련의 꿈은 더는 보편적이지 않다. 서울을 진원지로 하여 집값이 급등한 탓이다.남북한 통일의 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남한의 보통 사람들은 물론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마저 영원히 분단된 채로 살자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세 가지 꿈들 가운데 아직껏 그나마 비교적 의연히 건재한 소망은 우리나라에서도 석유가 생산되기를 바라는
가수 김흥국을 수십 년 동안 이름난 유명인으로 군림하도록 만들어준 요소들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ㆍ집약될 수 있다.첫째는 「호랑나비」이다. 1989년도 최고 히트곡이기도 했던 이 노래는 MBC 문화방송이 매해 12월 31일 발표하는 ‘10대 가수’의 영광스러운 반열에 그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극시켰다.둘째는 축구이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공식 응원단으로 자리매김한 붉은악마가 결성되기 이전부터 김흥국은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가 개최되면 자비를 들여 해외로 출국해 경기장에서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이 인연이 발판이 되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공통분모가 있다. 4수 끝에 꿈을 이뤘다는 점이다. 김 전 대통령은 네 차례 대선에 출마했다. 이 의원은 보궐선거를 포함해 통틀어 네 번에 걸쳐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하지만 도전 횟수만 같을 뿐 김대중은 7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 책상 앞에 앉을 수가 있었다. 이준석은 만으로 39세 2개월에 금배지를 달았다. DJ는 역대 최고령으로 대통령에 취임했고, 22대 총선의 당선인 평균 연령이 만으로 평균 56.7살임을 감안하면 이준석은 대단히 이른 나이에 원내에 입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네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첫 번째 공식 기자회견 때의 일화이다. 김영삼 정부 말기,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 사태가 한국으로까지 확산되며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경제주권을 포기해야만 하는 굴욕적 처지로 내몰리고 말았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들 가운데 한국 혼자 이무기로 다시 추락한 꼴이었다. 나머지 세 용인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는 국가부도 위기를 비교적 여유롭게 피해간 상태였다.회견장에 등장한 김대중 당선인에게 가장 먼저 쏟아진 질문은 그의 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연일 뜨겁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을 거의 매일 직격하고 있기 때문이다.홍 시장의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맹공은 아직은 소리만 요란할 뿐 실속은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준표를 편드는 보수층 유권자가 현재까지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탓이다. 싸움은 홍준표가 한동훈을 정조준해 포탄 한 발을 야심 차게 발사하면 한동훈의 인터넷 팬클럽을 기지로 삼아 출격한 수많은 한 전 위원장 추종자들이 홍 시장 머리 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금은 어엿한 공당인 조국혁신당의 대표자로 변신해 며칠 후에는 정식 국회의원 신분으로 원내에 입성하게 되었다. 그가 임명직인 법무부 장관으로 입각하는 경로 대신에 총선 출마 등과 같은 선출직 형태로 공직의 길에 들어섰다면 대한민국 제도정치권의 지형은 현재와는 판연히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시계를 수년 전 과거로 돌려보련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절정으로 치달을 즈음, 단행본 하나가 출판됐다. 제목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조국 흑서」란 별칭으로
추미애가 졌다. 2024년 5월 16일 목요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총회에서 6선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5선의 우원식 의원에게 9표 차이로 패배했다는 소식이다.우리나라에서 국회의장은 원내 1당에서 배출되는 것이 관례로 정착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4월 10일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한 사실을 감안하면 우원식 의원은 다음 달 개회될 예정인 22대 국회의 첫 본회의에서 차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될 게 확실시된다. 이날 총회에서는 4선의 이학영 의원을 야당 몫의 국
“국정운영의 기조와 방향은 옳지만, 태도와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3대 보수일간지가 며칠 전 취임 2주년을 맞이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내린 평가는 대체로 이처럼 요약된다. 그런데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의 윤석열 평가에는 중대하고 본질적인 불일치(Mismatch)가 교묘하게 은폐돼 있다. 이들이 옳다고 가리킨 대상과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대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조중동이 옳다고 칭찬한 분야는 경제 및 외교와 관련돼 있다. 태도와 방법론의 측면에서 잘못됐다고 비판한 부분은 윤석열 정권이 정치와
윤석열 대통령이 1년 9개월 만에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2024년 5월 9일 목요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국민들에게 그간의 국정운영 성과를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만약 여당이 올해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완패하지 않았다면 기자회견이 온전히 성사됐을지를 생각하면 국민은 기쁜 마음으로 보고를 받은 게 아니라 조금은 떨떠름한 심정으로 보고를 당한 격일지 모른다.민심의 시선은 윤 대통령이 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여부와 관련된 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