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몰골의 기사’와 ‘비겁한 몰골의 피고인’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근대 소설의 시효라고 할 만큼 대단한 소설이다. 한 늙은 기사의 망상을 좇는 해학극 같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현실 속에서 어떻게 관철해 나가는지 보여주는 장엄한 투쟁기다. 주인공 알론소 키하노는 스스로를 ‘돈키호테’라 명명하고, 비루한 현실을 기사도의 세계로 재편하려 했다. 소설 속에서 그는 우스꽝스러운 미치광이라 조롱받는 기사로 묘사되지만,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필수 고전으로 읽히는 이유는 세르반데스가 책을 잘 써서기도 하지만 돈키호테가 비록 망
국회는 입법 기능 외에 국가정책 전반에 관해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갖는다. 1988년에 부활한 국감이 대표적이다. 헌법과 국감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국정’의 개념은 ‘의회의 입법 작용뿐만 아니라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국가작용 전반’을 뜻한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이나 신앙과 같이 순수한 사적 사항은 제외된다. 국감은 정부를 상대로 한 국회의 감시활동이라는 점에서 여야는 초당적 입장에서 긴밀한 공조를 통해 민의의 전당으로서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과거처럼 야당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매몰되고, 여당은 정부를 감싸는
지난 12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국회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체포된 데 반발하며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 발언으로 여당은 물론 자당 안에서도 비판목소리가 나왔다. 규탄대회에서는 종종 과격한 발언이 나온다. 그런데 장동혁의 이 발언은 선을 한참 넘었다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이는 보수 정당의 정체성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자기 파괴적 고백이다. 제1야당이 여전히 내란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하는 것은 시대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2012년 런던에서 개최된 올림픽 축구 3·4 위전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다.동메달이 걸린 이 경기에서 한국은 박주영 선수와 구자철 선수가 전후반 천금 같은 골을 각각 성공시켜 2ㅡ0 으로 앞선 채 경기 종료를 불과 4분 남기고 있었다. 이때 안절부절하면서 감독이 부르길 기다리는 한 명의 선수가 있었다. 바로 김기희 선수였다. 이유는 단 하나, 동메달을 따냈을 경우 단 1분이라도 경기장에서 뛰어야만 병역면제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규정 때문이었다.이를 인지한 홍명보 감독은 김기희를 교체선수로 투입했다. 그리고 그는 그
2025년 11월 18일, 대한민국의 어깨에 얹혀 있던 4천억 원의 빚이 사라졌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벌인 투자자-국가 중재절차(ISDS)에서 나온 중재판정이 뒤집힌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4천억 원의 혈세를 미국계 사모펀드이자 헤지펀드인 론스타에 물어내지 않게 되었다. 경제와 관련하여 답답한 소식만 들려오던 요즘 드물게 속이 뚫리는 희소식이다.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현 정부가 다소 애매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총리와 정성호 법무부장관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의 승소를 축하하며 법무부 직원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상승하며 전 세계 주요 통화 중 원화 가치가 가장 크게 하락했다. 원화 환율은 지난 50여 년 동안 꾸준히 우상향했다. 1970년 200원이던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000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1,600원까지 치솟았다. 달러는 여전히 세계 결제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국제 금융 질서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확률은 약 84%로 추산된다. 한국 경제는 다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약 30% 수준으로 평가된다. 따
우리의 미래를 위해선 경제주체들이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 대‧중소기업, 업종별 빈부차 심화 등 해결 과제가 적잖다. 미래형 4차 산업혁명시대 전략을 짜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저마다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짜고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독일의 경우 공장자동화를 핵심으로 한 '인더스터리 4.0' 전략으로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 공장이 다시 독일로 돌아오면 제2의 산업 전성기를 맞고 있다. 4차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 제조업은 국가경제의 근간이자 일자리 창출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사람이 판단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의 결과가 좋을 때 성공, 좋지 않을 때 실패라고 말한다. 그런데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선택의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크게 두 가지가 달라졌다. 하나는 선택할 것이 점점 늘어나며 더 많은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또하나는 무한한 선택 상황에서 우리는 맞춤화 알고리즘 추천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환경에서 우리는 어떻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선택 문제를 이야기할
국가가 지켜야 할 ‘가장 민감한 정보’가 무너졌다. 최근 SH공사 도시연구원이 연구 수행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 포함 5천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관계기관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못하고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공공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산하 도시연구원이 2022년 연구 수행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 등 공공임대 입주자 5천여 명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외부 연구자들에게 비식별화 조치 없이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최근 민간기업
지난 11월1일 용인대 종합체육관에서 프로 복싱 경기가 개최됐다. 신보미레(신길체) 선수가 WBA 아시아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을 걸고 호주의 타이워나 캠벨 선수와 10회전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경기장에 들어서면서 김진표 용인대 교수, 버팔로 프로모션 유명우 대표, 전무후무(前無後無)한 3회 연속 국가대표 코칭스탭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이흥수 감독을 만났다.이 세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표적인 복싱인이다. 유명우 챔프와 김진표 교수는 71학번(1971년 초등학교 입학) 동기다. 1964년 1월 서울태생의 유명우는 1승3패의 평범
11월 5일 오전 9시 46분,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올해 두 번째 발동된 코스피 사이드카였다. 오전 10시 36분에는 코스닥에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주식시장의 지수가 급격히 떨어질 때, 시장이 '패닉 셀' 모드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반대로 말하자면, 사이드카가 발동되었다는 것은, 시장이 공포에 사로잡힐 우려가 있었다는 뜻도 된다.사이드카가 발동되고 매수 주문이 들어오면서 주식시장은 종가 기준 4000선 위에서 마감했다. 하지만 11월 5일의 주가 폭락은 지금
지난 10월26일 경기도 포천(종합체육관)에서 프로복싱 제40회 MBC 신인왕전이 3년 만에 부활돼 열렸다.MBC 전국 신인왕전은 1962년 10월28일 거인체육관 정석제 관장에 의해 최초로 탄생됐다. 그때 라이트급 신인왕이 유명우·지인진·김철호를 탄생시킨 대원체육관 김진길 관장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제6회 대회를 끝으로 중단됐다. 신인왕전이 본격적으로 부활한 것은 1977년 제7회 신인왕전부터다.그때부터 복싱 대통령 장정구를 위시하여 김태식 박종팔, 김철호, 백인철, 박영균, 이형철, 백종권, 최요삼 등 현재까지 16명의 세계 챔
잊을 만하면 한국경제에 대한 공포심리가 수면 위로 오른다. 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급상승할 때다. 2023년 1월 21일 원화는 달러 당 1230원이었다. 그러다 2024년 12월 28일 1472원으로 치솟더니 2025년 5월 24일에는 1364원으로 내렸다. 좀 잠잠하나 싶더니 2025년 10월 24일 환율이 1438원으로 급히 올랐고 30일 현재 1423원 수준이다. 달러 당 원화환율이 급등하면 한국인은 불안하다. IMF 외환위기가 떠올라서다. 환율문제가 불거지면 동시에 소환되는 것이 있다. 외환보유고다. 지난 5년간 외환보유고는
인공지능(AI)이 대중화하는 거센 열풍 속에서 정반대의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 프리(AI free)’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분야에서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별 맞춤화를 앞세우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만들었다”는 마케팅이 등장한 것이다.미국의 한 고급 증류주 업체는 자사의 위스키를 ‘AI free’라고 마케팅하고 있다. 제조와 숙성, 마케팅 전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인공지능에 결함이 있거나 나빠서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넘
며칠 전 용인대 출신 체육관 선배 한 분이 필자의 체육관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올해 12월13일 용인대 송년회(送年會)가 경기도 모처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했다.그의 말을 듣는 순간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5년 12월13일 발생한 지난날 악몽이 스쳐간다. 40년 전 그날은 '검은 금요일'(Black Friday)이었다.바로 그날은 WBC 슈퍼 플라이급 챔피언 와다나베 지로(일본)와 도전자 윤석환의 타이틀전이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날이다. 필자는 그날 언더 카드로 출전해 아마 프로 통틀어 46전 만에
한국은 외환보유고 확충과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이 시급하다. 최근 한국 원화 환율이 달러당 1430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 세계 주요국 통화 중 원화의 가치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원화 약세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구조적인 외환 불안의 신호다. 외환보유액 부족, 대외 투자 불균형, 미·중 패권 경쟁, 그리고 통상 마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환율 급등의 근본 원인원화 환율 급등의 가
지난 16일 수요일 오전 김영관 용복회(용인대 복싱 동문회) 회장이 필자의 체육관을 방문 했다.1967년 충남 태안 출신의 김영관은 지난 3월 10대 회장직을 맡으면서 김왕순 사무총장 김학영 수석부회장과 삼각편대를 형성 용인대 복싱 발전을 위한 결속(結束)을 다지고 있는 인물이다.삼국지에서도 촉나라의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맺었듯이 뜻이 같이하는 인물 3명의 뭉치면 팀과 조직발전에 촉매제(觸媒劑) 역할을 하는 것 같다.한국시리즈를 한화가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99년도에 정민철 구대성 송진우등 3명의 특급 투수가 있었고 역사적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제는 몇 가지 키워드만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계약서를 완성해주는 플랫폼이 흔하다. 스타트업의 투자계약서, 프리랜서의 용역계약서, 심지어 부동산 매매계약서까지 ‘AI 초안’을 바탕으로 작성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이러한 변화는 거래비용을 크게 줄이고, 법률문서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AI가 대신 작성한 계약서도 법적으로 유효한가?”계약의 본질은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합치’에 있다. 그리고 계약의 성립을 위한 의
정보사회에서 ‘더 적절한 정보’를 갖추는 방법으로 앞선 칼럼에서 ‘언러닝(비움학습)’을 다뤘는데, 또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 있다. ‘구독’ 서비스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구독 서비스는 신문, 우유 등 이용자가 지정한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달받는 과거의 형태와 다른 점이 많다.디지털 세상에서는 소유 가치가 사용 가치로 대체되고 있다. 스트리밍과 구독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이용 방법이 등장해 구매와 임대 관행을 대체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구독 경제’ 모델의 대표격이다. “4달러에 빌린 DVD에 대해 연체료로 40달러를 내게 된 상황을 아내
"최근 부동산 시장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수요와 공급 양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원칙 하에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고자 합니다."지난 15일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 골자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을 확대 지정하여 가수요를 차단한다. 둘째, 부동산 대출규제를 보완한다. 셋째, 부동산세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한다. 넷째, 이상 거래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