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축구선수 김기희.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축구선수 김기희.

2012년 런던에서 개최된 올림픽 축구 3·4 위전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다.

동메달이 걸린 이 경기에서 한국은 박주영 선수와 구자철 선수가 전후반 천금 같은 골을 각각 성공시켜 2ㅡ0 으로 앞선 채 경기 종료를 불과 4분 남기고 있었다. 이때 안절부절하면서 감독이 부르길 기다리는 한 명의 선수가 있었다. 바로 김기희 선수였다. 이유는 단 하나, 동메달을 따냈을 경우 단 1분이라도 경기장에서 뛰어야만 병역면제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를 인지한 홍명보 감독은 김기희를 교체선수로 투입했다. 그리고 그는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240초를 뛰었다. 경기는 그대로 2ㅡ0 으로 종료돼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경기가 끝나고 김기희는 군 면제 혜택과 함께 연금 수혜(受惠)자로 인정받아 받아 평생 52만 5천원을 수령하게 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부상(副賞)으로 1800만원의 포상금도 받았다. 단 4분으로 23살 김기희는 그날 엄청난 초대박을 터뜨렸다.

축구의 김기희와 달리 대조적인 복싱 선수가 있었다. 복싱 국가대표로 무려 6년간 활약하면서 국제대회 5관왕을 달성한 1970년대 복싱 스타 황철순(한국화약)이 그 주인공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황철순은 연금 점수에서 불과 1점이 부족해, 연금 수혜자 명단에서 탈락했다. 1954년 경남 고성 태생의 황철순은 1973년 김충배(명지대)를 꺾고 고교생 국가대표(플라이급)로 발탁되면서 국제무대에서 활약한다.

국제대회 5관왕 황철순(왼쪽 손 올린 이).
국제대회 5관왕 황철순(왼쪽 손 올린 이).

1974년 테헤란 아시안 게임(밴텀급) 은메달,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8강, 1977년 인도네시아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1978년 방콕 아시안 게임 금메달, 1979년 제1회 뉴욕 월드컵 은메달, 1980년 킹스컵 최우수상(금메달)·아시아 선수권 금메달·인도네시아 대통령배 최우수상(금메달)을 받으며 국위를 선양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도 황철순은 당당하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런 화려한 성적을 바탕으로 황철순은 1977년 대한복싱협회 최우수복서로 선정됐고, 1978년에는 체육훈장 백마장도 받았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황철순은 연금 점수(20점)에서 단 1점이 부족해 연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 가장 안타까운 대회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이었다.

올림픽 선발전에서 황철순(왼쪽)과 박인규가 경기하고 있다.
올림픽 선발전에서 황철순(왼쪽)과 박인규가 경기하고 있다.

황철순은 국내 선발전에서 남산공전 동기이자 극강의 라이벌인 박인규를 꺾고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다.

그리고 16강전에서 뮌헨올림픽(1972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쿠바 선수를 꺾어 메달 획득이 유력했다. 하지만 황철순은 8강전에서 미국 선수에게 3ㅡ2로 판정패하면서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필자와 황철순의 인연은 1983년 7월 시작됐다. 당시 필자가 청소년 대표로 선발되어 훈련한 장소가 바로 황철순 관장이 근무하는 답십리에 위치한 한국화약 체육관이었다. 

한국화약에는 당시 국가대표 안달호·권채오가 있었다. 서울시 체육회에 근무하는 1990년 북경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 이창환과 1989년 아시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이자 상무팀 감독 이훈은 중학생이었다.

황철순은 리라공고·한국화약·서울시청을 지도자로 순차적으로 거치면서 1984년 LA 올림픽 8강 1985년 서울 월드컵 동메달 안달호를 비롯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김기석, 2011년 바쿠 세계선수권 은메달 신종훈, 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 한순철 그리고 권채오ㆍ박찬목ㆍ조인주ㆍ변정일ㆍ김기석ㆍ이창환ㆍ박기홍ㆍ이훈ㆍ김진호ㆍ김호철 등 수많은 국가대표들을 키워냈다. 이를 통해 1점 차로 연금을 수령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스승 황철순(왼쪽)과 수제자 안달호 실장.
스승 황철순(왼쪽)과 수제자 안달호 실장.

수년전 필자는 황철순 관장의 자택이 있는 남양주시 모처에서 그의 수제자이자 친구인 안달호 실장과 만나 점심과 저녁을 함께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가버린 세월은 말이 없고 떨어진 낙엽처럼 추억만 덩그러니 남은 그때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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