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수원, 업권 관계자 20여명과 3박4일 선전 연수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보험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고, 그중에서도 글로벌 굴지의 첨단 기업들이 밀집한 선전지역을 손꼽을 수 있다. 변화의 주 동력은 인공지능(AI)이다.
보험연수원은 하태경 원장을 중심으로 KB라이프생명·NH농협생명·한화생명, KB손보·롯데손보·코리안리·하나손보·한화손보, 인카금융서비스, UIB손해보험중개, 히어로손해사정 등 보험업권 각사의 전문 인력 20여명과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보험·AI 벤치마킹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연수에서 도출한 인사이트는 보고서 형태로 발간해 국내 보험사와 CEO 등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연수의 핵심 주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보험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 선전에서 AI가 보험 업무의 전 과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특히 연수 프로그램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속도 혁명에 나선 핑안보험 ▲플랫폼에 보험을 접목한 텐센트 ▲전기차 제조사면서 보험을 운영하는 BYD를 직접 방문해 체험하고 기업 관계자들을 면담한 내용이다.
핵심 인사이트를 요약하자면, 중국 대형 보험그룹들은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닌 데이터에 기반해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이를 다시 고객경험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요소’로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금융과 기술의 융합 생태계가 형성돼 있으며, 특히 음성·영상 인식, 언더라이팅(심사) 자동화, 클레임 처리 속도 개선 등 보험 산업 전 단계에 AI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플랫폼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강화되고 있으며, 보험사 자체가 기술기업이나 데이터기업 수준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동차 사고나면 3분 만에 수리비 산정, 1시간 내 정비소 연계하는 핑안보험
프랑스의 악사, 독일의 알리안츠와 함께 글로벌 톱티어 보험그룹으로 손꼽히는 핑안보험그룹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핑안그룹의 고객 수는 생명보험 9000만명, 손해보험 1억명 등 총 2억7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기술기반 금융’을 표방한 이후 2017년부터는 이를 위해 AI를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지정했다.
AI 기술이 도입된 분야는 대표적으로 고객상담, 언더라이팅, 클레임 부문의 자동화다. 구체적인 사례 중 눈에 띄는 내용은 자동차보험 클레임 과정인데, 사고가 났을 때 고객이 해당 부위를 촬영해 앱으로 업로드하면 AI가 3분 내 수리비를 산정하고, 1시간 이내에 정비소 연계까지 자동으로 진행하는 점이다.
이러한 자동차보험의 판매 부문은 AI 도입률이 90%라고 하는데, 신차 보험 가입 시간은 평균 5.7분에서 1.2분까지 단축됐다.
AI 도입의 배경에는 회장과 그룹 차원의 기술 중시 경영방침과 10년 이상의 빅데이터·AI 준비 경험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전체 기술의 약 95% 이상을 오픈소스 기반으로 자체개발했고, AI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는 특허는 물론 기술인력 확보에 적극적 투자가 이뤄졌단 의미다.
연수 참여자들과 핑안보험 관계자와의 적극적인 질의응답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자동차보험 클레임의 경우 사고 신고부터 배상 청구, 서류 접수, 자동심사 등 전 과정에 AI가 개입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사고 AI 견적 정확도는 92% 수준이며, 소비자 만족도는 99%에 달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모델은 국내 보험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보험사들도 프로세스에서 부분적으로 AI 등 자동화 단계를 도입하긴 했으나, 이러한 구조는 전체 프로세스 자체를 AI와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핑안보험의 경우 보험 판매 채널 비중을 보면 생명보험은 대면이 90%이며, 손해보험은 비대면이 80% 수준이다. 이는 곧 설계사·고객·채널 등 다양한 접점에서 AI가 역할을 분담하면서 인간 직원과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운영 모델이 주는 강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핑안그룹이 설립한 핀테크 원커넥트는 보험과 금융사의 디지털화 전략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주요 상품이다. 중국 내 주요 은행 전체와 시중 상업은행의 99%, 보험사의 53%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동남아와 중동 등 20여개국 192개 금융기관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10억명 사용자 기반으로 6초 내 보험금 지급하는 텐센트
1998년 설립된 글로벌 기술·인터넷 기업 텐센트도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다. 메신저 서비스 QQ와 위챗은 10억명이 넘는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이들은 클라우드와 AI 부문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AI 클라우드 플랫폼은 보험사의 내부 문서, 이미지, 표 등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이는 보험가입, 상품비교, 보상청구 등 업권 모든 단계에서 AI가 결정 속도와 정확도를 향상시키며 사용자 신뢰도와 전환율을 제고한다. 클레임 과정의 사례를 보면 30개 이상 보험사와 연계해 온라인으로 3단계 청구 절차를 완료할 경우 최단 6초 내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 2023년까지 누적 4억3000만위안, 한화 893억원 가량이 지급됐다.
국내 실정과 비교하면 ‘카카오톡’ 생태계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는 것처럼, 위챗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연계 전략에 대해 우리 보험 산업에도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오류 사고시 책임 소재 방향 제시한 BYD
전기차와 배터리 중심 신에너지차량 제조사인 BYD의 방문 프로그램은 다소 이색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이 보험산업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가 AI와 전기화 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감안하면 BYD가 제시하는 비전도 흥미롭다.
특히 보험업은 전통적인 자동차 손해보험 중심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데이터 기반 인텔리전스 보험 서비스로 진화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기술 혁신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자율주행 및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BYD는 자체 ADAS 탑재 차량에 대해 스마트 주차 오류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가 책임을 지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향후 AI 기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경우 사고 발생시 책임 문제가 제도화에 큰 논쟁거리임을 감안하면, 향후 자동차보험 리스크 모델에 제조사 책임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존 자동차보험의 경우 사고차량의 책임보험 중심의 모델이었다.
또한 판매 차량의 운행·주행·배터리·모빌리티 서비스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하고 있기에, 이를 활용해 보험료 산정, 리스크 예측, 리스크 분담 구조 재설계 등이 가능할 수 있다.
결국 보험사는 내부적으로 계약조건이나 책임주체, 리스크 보험료 구조 등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와 같은 데이터와 AI 분석 중심의 모빌리티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제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진다.
선실행 후규제 구조, 보험산업 혁신 촉진할까
이번 연수를 통해 참가자들은 중국의 빠른 기술 상용화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시장실험이 성공하면 제도화로 이어지는 ‘선실행 후규제’ 구조가 산업혁신을 촉진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정부나 금융 당국 차원의 노력과 함께 각 보험사 역시 단순한 기술 소비자가 아니라 AI 생태계의 주체(플랫폼 참여자)로서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이번 연수 참가자들은 AI 보험 서비스에 대한 한중 격차를 몸소 느끼고 돌아왔다”면서 “보험연수원이 중국의 AI 보험 서비스 기술과 협력해 관련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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