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공급 등 투자 편중 방지책도 마련

(자료 = 한국신용평가 제공)
(자료 = 한국신용평가 제공)

자기자본 8조원 이상으로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영위할 수 있는 증권사가 처음으로 지정됐다.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주인공으로, 향후 두 회사의 양강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제20차 정례회의를 열고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종투사 지정과 키움증권㈜에 대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종투사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를 심의·의결했다.

지금까지는 한투·미래 외에도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총 4개사가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이제 키움증권이 참여하게 됐고, 삼성·메리츠·하나·신한 역시 인가심사가 진행 중이다.

IMA는 고객 자금을 통합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계좌다. 발행어음과 마찬가지로 조달 규모 확대와 비용의 절감이 가능하고, 이에 사업 확대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 상응하는 운용의무도 부과되는데, 가령 만기 1년 이상 상품을 70% 이상 구성하고, 만기가 설정된 경우 원금보장 의무도 부과되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지정을 두고 “발행어음 사업은 순이자마진(NIM) 창출 비즈니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회사별로 운용성향 및 포트폴리오에 따라 조달 의지의 차이를 보이지만,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주로 채무증권 등 여신성자산에 투입되는 운용구조를 감안할 때 그러하다는 의미다.

제도 도입 이후 2017년 11월 한국투자증권을 필두로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순으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았다. 미래에셋의 경우 다소 보수적 접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무튼 전체 발행어음 조달액은 2021년말 17조원에서 2025년 9월말 48조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2022년과 2023년의 시장 상황은 예외적이긴 했지만, 2020년 이후 매년 순이익에서 약 10% 내외에 기여했던 것으로 나신평은 추산하고 있다. 요컨대 수익 다각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의미다.

IMA 역시 일정 부분에서 이와 같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전경남 미래에셋증권 트레이딩사업부 사장은 “IMA 도입 취지에 따라 모험자본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IMA는 원금 지급이 증권사의 신용으로 이뤄지는 만큼, 글로벌투자전문회사로서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 및 운용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신뢰 있는 IMA 상품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역시 "IMA 도입은 고객 맞춤형 자산 관리와 안정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구축하고, 제도 도입 취지에 맞춰 기업금융 활성화 및 자본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사가 밝힌 내용처럼 우리 금융 당국은 IMA를 통한 조달액의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하고, 25% 이상은 모험자본 영역에 배분해야 한다는 허들도 놓았다. 이러한 성격으로 볼 때 규제 요건 충족 차원에서도, 장기수익률 확보 차원에서도 발행어음 사업과는 질적으로 다른 ‘운용 역량’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모험자본이란 지난 7월 고시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 기준 중소·중견기업이 발행한 지분상품 및 채권, A등급 이하 채무증권(대기업 계열사 제외), P-CBO 매입 장려, 벤처기업이나 정부 장려 고위험 투자분야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모험자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자산으로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A등급 채권 및 중견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모험자본 공급의무액의 최대 30%까지만 인정하는 방안도 규정됐다.

종합하자면 모험자본 투자 영역은 수익 가능성과 함께 높은 신용·유동성 위험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성패는 선별적인 자산인수 역량이나 정교한 리스크관리 능력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장기적인 자금조달 수단이 추가됨에 따라 조달구조의 다변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업계 경쟁지위 제고효과가 기대된다. 브랜드 가치 상승과 자산관리 및 자산운용 부문에서 시너지 등 부가적인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는 내년부터 자기자본 요건이 2개 연도로 강화된다는 점도 시간을 버는 셈이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NH투자증권의 지정 여부가 관건이겠으나, 이를 제외한다면 차기 신규 인가 시점이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투와 미래 양사는 초기 사업자의 우월한 지위를 단기적으로 누릴 수 있다. 고객 선점 효과는 물론 상품이나 서비스 구조의 주도권 확보도 가능하고, 향후 금융 당국과의 제도개선 협업 등의 관계를 다질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이 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이번 지정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며 “IMA가 일종의 플랫폼 기능을 하면서 국내 및 해외 주식, 사모대출, 대체투자 등 투자군의 저변을 넓히고, 소싱능력, 운용, 리스크관리 노하우가 쌓일 경우 증권사의 기업금융 사업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그동안 발행어음 사업에서 보였던 미묘한 온도차 역시 향후 어떤 경쟁을 펼치게 될지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가장 적극적으로 발행어음 조달수단을 활용한 곳이다. 9월말 기준 발행어음 잔액은 18조7000억원, 자기자본대비 156% 수준으로 이를 통한 운용마진율도 1.5% 이상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그에 반해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 5월 발행어음 사업에 들어왔으며 9월말 기준 잔액은 8조3000억원 가량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참고로 4개 발행어음 인가 증권사의 평균 잔액은 11조원에 이른다. 또한 현금성자산, 양호한 신용도의 채무증권 등 안전자산 위주 운용으로 마진율 역시 1% 미만이다.

시장은 IMA 역시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든 한국투자증권이 1호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한투는 12월 중 첫 상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다만 제도 초기 안정형 상품을 우선 공급하며 시장의 신뢰를 쌓고, 점진적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에 반해 미래에셋증권은 1호 실적배당형 상품 이후 “단기적인 잔고 확대에 집중하기 보다,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글로벌 투자 역량과 벤처 투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양질의 IMA 2호·3호 상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IMA는 아직 일반 투자자에게 생소한 상품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상품 구조에 대해 충분한 이해 없이 가입이 확대될 경우, 기대 수익률을 하회할 때 불완전판매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이는 곧 규제리스크나 평판 하락, 보상비용 부담 등이 발생할 수 있기에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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