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국회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체포된 데 반발하며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 발언으로 여당은 물론 자당 안에서도 비판목소리가 나왔다. 규탄대회에서는 종종 과격한 발언이 나온다. 그런데 장동혁의 이 발언은 선을 한참 넘었다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이는 보수 정당의 정체성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자기 파괴적 고백이다. 제1야당이 여전히 내란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하는 것은 시대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요즘 극우 성향의 일부 단체들이 ‘혐중시위’를 조직하며, 거리에서 중국을 향한 적대와 배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집회를 열고 확성기를 통해 “차이나 아웃”, “공산당 아웃”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하며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윤석열의 12.3 계엄 선포 명분이기도 했다. 중국이 개입해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이후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와 탄핵, 현재 진행중인 내란재판 상황에서 혐중시위는 국민의힘의 비호 또는 동참아래 세력이 커졌다. 윤 대통령과
인권이 바로 정치다우리는 흔히 인권을 보편적 가치라고 말한다. 맞다. 이 자명한 명제를 누가 동의하지 않을까.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고 선언했다. 1919년 3.1 기미독립선언서에도 “인류 평등의 큰 진리를 환하게 밝히며”라고 명시돼있다. 모든 인간은 맨몸으로 왔다 맨몸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이런 보편적 존재들이 살아갈 때 필요한 권리, 즉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정말 보편적
공론장의 부재에 대하여내가 대표로 이끄는 청년모임 피스아고라(Peace Agora)에서 지난달 세 번의 포럼을 진행했다. 포럼의 이름은 '북향민주시민포럼'이다. 먼저 피스아고라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평화를 뜻하는 영어 Peace와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들에서 자유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던 장소인 Agora를 합친 말이다. 피스아고라는 시민의 토론장, 평화의 공론장이다. 분단된 한반도에서는 평화 공론장이며 동시에 통일 공론장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피스아고라를 통일 공론장으로 설명한다. 내가 모임 이름을 이렇게 다소 거창하
미완의 해방해방 80주년이다. 여기서 해방은 1945년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이며 독립국가 건설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해방 3년 후 한반도는 하나의 독립된 국가 대신 두 국가로 출발했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게 벌써 77년째다. 우리는 곧 분단 80주년을 마주하게 됐다. 8.15 해방은 식민지 상태를 해방했지만 우리는 다시 분단되어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외세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적대시하는 분단에 다시 구속되었다. 언제든 다시 전쟁이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로 불안한
정체성을 지워야 하는 사람들북향민들은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신분을 갖고 말이다. 하지만 북향민들의 한국 사회에서의 삶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신분증 하나로 동등해지거나 평범해지지는 않는다. '탈북자'라는 호칭에 내재된 한국 사회의 무시와 혐오, 관심으로 포장된 동정의 시선이 때로는 이들의 정착에 큰 장벽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감정이나 시선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북향민들은 학업을 위해, 취업을 위해, 친구를 사귀기 위해 끊임없이 '북한'이라는 흔적을 지워내야만 한다. 자신이
6월 3일은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결정되는 날이다. 이번 선거는 무너진 한국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의미도 있지만, 북한이탈주민들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누구인가?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 정권의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대한민국에서야 처음 얻었다.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와 정의를 믿고 이 땅에 정착했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은 이 나라의 법치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지난해 12월 3일 저녁까지 대한민국은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나라이며, 국민의
지난 27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서 수준이 역대급으로 저질스러운 내용이 전 국민에게 전달됐다. 그 주인공은 개혁신당 후보 이준석이었다. 방송토론에서 이준석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 데에 집중했다. 토론 도중 이준석 후보는 “올해 4월 고등학교 폭력사건 당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했던 욕설인데 중요 부위를 찢겠다고 했다. 누가 만든 말인가”라며 이재명 후보의 책임을 물었고, 이재명 후보는 과거 자신의 가족사에서 발생한 발언들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하지만 이준
북향민(북한이탈주민)들의 대략 80%는 경제적으로 하층 계급 출신이다. 북한에서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았다면 애초에 탈북을 결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는 북한에서 중산층 정도의 삶을 살아가는 인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고, 같은 이유로 상류층 집단들의 평균적 인 삶은 알 수가 없다. 이들의 삶은 소수의 고위급 출신 북향민을 통해서만 조금 들을 뿐이다.그렇다면 북한을 더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로선 북한학 연구자가 되거나, 아니면 최근에 탈북한 북향민들의 이야기를 좀 더 귀기울여 듣는 수밖에 없다. 북
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유세 연설 무대에 방탄유리로 된 가림막이 등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방탄 유리막이 설치된 연단에서 연설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테러 우려가 지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이재명 후보에 대한 테러 우려가 있었다. 선거운동 시작 후 급기야 총기가 반입됐다는 제보까지 나오자 이재명 후보는 방탄조끼를 입고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방탄유리는 이동식으로 제작되었으며 향후 선거 유세 현장마다 설치된다고 한다.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속적인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은 한미일 협력강화의 일변도였다. 가치외교라는 슬로건아래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에 매진했고 이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대중관계는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러우전쟁 발발과 함께 한국은 ‘자유진영’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지원에 나섰다. 중국도 러시아에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섰다.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으며 파병이라는 적극적 지원에 나섰다. 사실상 한미일 대 북중러, 다시 냉전적 진영대결의 구도가 사실상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두고 서방의 국제사회가 일제히 비판에 나섰
'폭풍군단'이든 아니든, 젤렌스키에겐 카드일 뿐북한군 병사들이 남의 나라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다. 평온한 서울에서 모니터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전투 현장의 참혹함을 어찌 상상할 수 있겠냐마는 그 곳은 분명 촌각을 다투는 생지옥일 것이다. ‘죽이느냐 죽느냐’ 뿐인 그 곳의 전황을 모니터로 보며 평하는 것이 얼마나 위선인지 나 스스로 되묻는다. 한때 나의 동무들이었고 나의 친우들이었을 그들이 훈련도 아닌 전쟁터에 나와 의미 없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들의 공포를 상상만해도 내 몸이 다 아프다. 그들을 사지로
부모세대보다 뛰어나지만 열패감에 내몰리는 청년세대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은 화가 나 있다. 기성세대에 화가 나 있고, 각박한 사회 시스템에 화가 나 있고, 두 번째 기회가 없는 비정함에 분노가 쌓였다. 부모세대에 화가 나 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불의에 맞서 반기를 든 세대는 청년세대였다. 그런데 오늘날 청년들은 이런 불의에 과거의 청년들처럼 반기를 들 힘도 세력도 없이 그저 바쁘기만 하다. 취업전선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세상을 향한 정의감보다는 당장 취업을 위한 자격증 공부가 더 중요해졌다. 그게 현실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
일대 사변: 최초의 30대 야당 대표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사건이었다. 2021년 6월 11일, 이준석이라는 30대 청년이 국가의전서열 7위, 대한민국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된 것이다. 이준석은 돌연변이 같은 존재다. 특출 난 개인기로 살아남아 당대표 자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일등공신이었지만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뒤통수를 맞고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현재 한국 정치 현장에서 ‘청년’은 소외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국회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50이 넘는다는 사
푸틴이 24년만에 방북했다. 그만큼 중요했단 얘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포탄이 부족하다. 군인도 부족하다. 전쟁물자가 고갈되고 있다. 서방의 압력도 여전하다. 푸틴에게는 우군이 필요하다. 전쟁을 옹호해줄 동맹군 말이다.러시아의 전통적 우군인 벨라루스는 파급력이 약해 서방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푸틴에겐 북한의 지원이 절실하다. 서방에게 '깡패국가'인 북한이야말로 이번에 전력을 보여줄 기회다. 푸틴이 김정은을 찾았다. 김정은도 푸틴이 오기를 바랬다. 둘의 만남은 서방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북러는 포괄적 전
[리얼리티와 유니티] ④ 동원하는 통일교육, 동원되는 아이들해마다 5월 마지막 주는 통일교육 주간이다. 통일교육에 대한 다양한 행사와 강의들이 진행된다. 학교들은 저마다 평화, 통일, 인권 관련 강의를 개설한다. 정부는 해마다 ‘통일교육 시범학교’를 모집하고 관심 있는 학교들은 통일교육 강의를 진행한다. 초중고 학생들이 강의실과 대강당에 모여들어 준비된 통일교육 강의를 듣는다. 통일교육 전문가나 교수들, 북향민들이 강연자로 나서서 통일을 해야 할 이유들과 북한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목소리 높여 수군수군 대며 떠
[리얼리티와 유니티] ③ 제22대 총선과 북향민 정치인 등장의 의미지난 달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북향민 청년 박충권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국민의미래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내기 위해서 만든 위성정당이며, 선거 후인 4월 26일 합당 절차가 완료돼 국민의힘에 통합됐다. 박충권 당선인은 2009년 탈북해 서울대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제철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총선 1호 인재로 영입됐고, 국민의미래 기호 2번 후보로 공천받아 당선
통일부,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발표지난 2월 통일부가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발표했다. 통일부는 2010년부터 「북한 경제·사회 심층정보 수집」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2013년부터는 경제, 사회, 주민의식 분야로 문항을 체계화하였는데,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및 심층인터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북한의 경제·사회 변화에 대한 공식보고서라는 의미가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정착한
"타탕! 타탕! 타탕!"세 번의 총성이 울렸다. 발사된 총탄은 총 아홉 발. '목표물'이 매달린 말뚝 5미터 앞에 군인 세 명이 차렷 자세로 섰다. 그리고 "쏴!" 사격 신호와 함께 동시에 목표물의 무릎과 가슴,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때 나는 겨우 일곱 살, 소학교 1학년이었다.광대가 춤추는 구경리를 관람하듯 수백 명이 모인 현장에서 우리는 키 작고 어리다는 이유로 목표물의 맨 앞에 서서 '직관'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에 동원된 행사였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앞자리에서 관람한 '공개처형'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는 물론 선거를 이끈 지도부 아무도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김기현 대표는 재신임을 받는 형식으로 소위 ‘2기 지도부’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대신 의사 출신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한 혁신위가 구성되어 ‘통합’을 키워드로 한 1호 혁신안을 내놨다. 1호 혁신안은 당내에서 징계받은 인사에 대한 ‘일괄 대사면’이었다. 주요 대상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둘 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