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일 피스아고라 대표

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유세 연설 무대에 방탄유리로 된 가림막이 등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방탄 유리막이 설치된 연단에서 연설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테러 우려가 지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이재명 후보에 대한 테러 우려가 있었다. 선거운동 시작 후 급기야 총기가 반입됐다는 제보까지 나오자 이재명 후보는 방탄조끼를 입고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방탄유리는 이동식으로 제작되었으며 향후 선거 유세 현장마다 설치된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속적인 테러 우려 속에 방탄유리까지 등장하는 이 장면은 그동안 한국의 선거운동 역사에는 없었던 일이다. 방탄유리는 지난해 12·3 계엄선포라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내란사태 이후 여전히 내란을 옹호하거나 동조하는 자들의 극우적 돌출행동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마치 미국의 선거운동 장면을 연상케 한다. 

지난 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유세 현장에서 저격범에게 피습당했다. 다행이 오른쪽 귀를 살짝 다치는 사고였고 저격범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저격하려는 시도는 여러번 있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저격범에게 현장에서 사망했다. 저격범에 의한 피습이나 총기사고 등은 총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방탄유리 등장은 어딘가 많이 어색하다. 

한국은 총기소지가 불법이다. 치안이 가장 안전한 나라로도 유명한 한국에서 방탄유리라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방탄유리가 등장하자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호들갑이라며 테러자작극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방탄복에 방탄유리까지 등장한 이 웃픈 상황이 현실화 된데에는 국민의힘의 책임이 팔할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테러 시도가 있었다. 지난 해 1월 가덕도신공항 건설부지를 방문하고 이동중이던 이재명 후보가 괴한의 칼에 목을 찔리는 피습을 당했다. 테러 도구는 양날검이었다. 상황이 이럴진대 총기 테러가 없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12·3내란사태를 거치면서 내란을 동조하는 극우세력이 급격하게 등장하며 사회 안전망을 흔들어놓았다. 사법부에 난입하는 폭동을 일으켰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척결하자는 구호를 입에 달고 있다. 이 극우들의 폭동의 씨앗은 바로 자유민주주의 헌정체제를 반역한 윤석열이다. 윤석열은 헌법을 부정하고 입법부를 총으로 제압하려 했다. 그것도 모자라 마음에 들지 않는 법관들을 체포하도록 하는 등 사법부도 총으로 제압하려 했다. 따라서 윤석열은 삼권분립을 훼손한 폭동의 원조이자 내란자이자 반역자이다. 그리고 여전히 윤석열을 옹호하고 동조하는 이들을 내란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내란죄로 수사받고 있는 윤석열과 절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윤석열의 입김이 여전히 국민의힘을 흔들고 있으며 김문수 후보 본인도 12.3내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되고 나서 선거운동에 나서서야 소극적으로 사과했을 뿐이다. 내란에 사과는 하되 내란자를 절연하지 못하고 그에 대한 탄핵도 부당하다고 말하니 그의 사과는 거짓말이다. 

탄핵심판으로 대통령직을 파면당한 윤석열은 여전히 활개치며 공원을 산책하고 식당을 다니며 일상을 즐기고 있다. 사회는 극우세력의 폭력성에 안전망이 흐트러졌는데 내란자는 만사태평이다. 12·3 내란으로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제1의 공당은 내란을 옹호하며 민주적 사고의 결핍상태에 빠졌다. 내란 옹호자들과 동조자들의 홍수 속에 공당은 혼수상태다. 

책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를 쓴 카스 무데 교수는 민주주의를 망치는 가장 큰 위협은 극우라고 했다. 우리는 내란을 겪으면서 극우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망쳤는지 똑똑히 경험했다. 그들은 폭력으로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하려 했다. 내란이 실패하였으나 민주주의는 여전히 회복중이고, 내란자들은 마치 아무일 없었던 듯 일상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폭력을 지켜보며 민주주의가 무너질까봐 거리로 뛰쳐나왔던 시민들은 여전히 그 후유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6월 3일 자정쯤 돼야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이 민주주의 회복을 외칠 수 있지 않을까. 총기소유가 금지된 대한민국에서 방탄조끼와 방탄유리가 없는 일상을 되찾는 선거가 될 줄 누가 알기나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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