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일 피스아고라 대표 
조경일 피스아고라 대표 

지난 27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서 수준이 역대급으로 저질스러운 내용이 전 국민에게 전달됐다. 그 주인공은 개혁신당 후보 이준석이었다. 방송토론에서 이준석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 데에 집중했다. 토론 도중 이준석 후보는 “올해 4월 고등학교 폭력사건 당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했던 욕설인데 중요 부위를 찢겠다고 했다. 누가 만든 말인가”라며 이재명 후보의 책임을 물었고, 이재명 후보는 과거 자신의 가족사에서 발생한 발언들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의 이 공격은 부당할 뿐더러 전 국민에게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대통령 후보자격을 토론하는 방송으로도 적절하지 않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질문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준석 후보는 권영국 후보에게 "만약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 얘기할 때 '여성의 어떤 성기나 이런 곳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 이런 얘기를 했다면 이건 여성혐오에 해당하는가"라고 물었다. 이 얼마나 저급하고 비열한 질문인가. 이준석은 대통령 후보 방송토론을 일베들의 게시판 놀이로 만들었다. 

이준석의 발언은 이 칼럼에 글로 옮겨 적는 것으로도 모욕적이고 불쾌하다. 그런데 생방송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을 지경이다. 이준석은 왜 이토록 비열하고 저열하고 메스껍고 혐오적인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그것도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내뱉었을까. 이렇게 생각해도 저렇게 생각해도 도무지 이준석의 혐오정치는 정서적으로 불쾌하기만 하다. 양두구육이 몸에 밴 그의 갈라치기와 혐오정치의 민낯이 만 천하에 그대로 드러났음에도 그는 여전히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고 있다. 논란이 일자 이준석은 사과 대신 페이스북에 반론을 남겼다. '대선후보의 성범죄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을 묻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성적모욕 발언과 여성혐오적 사고에 강한 확신에 찬 반응을 내놨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준석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불편할 국민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그래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항변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성폭력과 여성혐오에 대한 기준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자신의 발언은 문제가 없다는 사고를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 상대 후보에게 성폭력과 여성혐오에 대한 기준을 묻는 것은 있을 수 있다.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방송토론에 나와 그걸 확인하는 질문 방식이 불쾌하고 혐오스러울 필요는 전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이준석은 국민들에게 상기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이준석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모르는 것도 죄'라고 했으니 이준석의 비열함은 죄가 맞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준석이 “여성의 신체에 엽기적인 위해를 가하겠다는 글을 쓰는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준석은 펨코나 일베수준의 언어를 전 국민에게 자신의 혀를 통해서 다시 내뱉었다. 이것이 잘못의 본질임을 그는 여전히 모른다. 펨코나 일베에서 발화되는 혐오를 등에 없고 정치'질'을 하는 이준석은 펨코나 일베들의 대통령 후보에나 적합한 수준을 드러냈다. 그 이상의 평가가 불가한 존재다. 소위 '압도적 해로움'이 이준석 정치의 본질이다. 

'자세가 내용을 압도한다'는 표현이 있다. 모든 상황에는 그 상황에 맞는 태도와 언변을 필요로 한다. 친구들끼리 모인 사적인 대화에서는 격 없고 욕설로 가득해도 그건 그들 모임의 성격일 뿐이다. 하지만 공적인 장소에서 대중을 대변하겠다며 후보에 나선 이라면 해당 직무가 요하는 자격과 그가 대변하겠다는 대중에게 격식을 갖추어야 함은 백번 지당하다. 그래서 정책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해도, 'USDT나 USDC'같은 가상자산 용어를 몰라도 방송토론에서 격을 갖추었다면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준석의 저열함은 그가 아무리 하버드 출신이고 똑똑하다고 해도 그의 태도는 그를 너무도 쉽게 나락으로 밀어넣었다. 

똑똑한게 자격의 전부는 아니다. 젊은 것도 자격의 전부는 아니다. 태도가 전부다. 태도는 그의 철학을 설명한다. 그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그런 가치는 어떻게 언어로 발화되는지에 따라 그의 됨됨과 자격을 평가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사람의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으므로 '진정성'을 확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확인 할 수 없는 진정성은 중요하지 않다. 공적 장소와 상황들에서 보여지는 태도와 발화로 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정치인 이준석의 발화들은 반정치적이고, 반여성적이고, 반민주적이고, 비윤리적이다. 그의 정치적 자산은 혐오를 이용하는 저열함 뿐이다. 과소평가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의 태도는 그의 내용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만듭니다.

정기후원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