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필요한 푸틴과 김정은, 실리 잃은 윤 정부
최악의 남북 관계... 국민 위한 실리 외교 나서야

푸틴이 24년만에 방북했다. 그만큼 중요했단 얘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포탄이 부족하다. 군인도 부족하다. 전쟁물자가 고갈되고 있다. 서방의 압력도 여전하다. 푸틴에게는 우군이 필요하다. 전쟁을 옹호해줄 동맹군 말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러시아의 전통적 우군인 벨라루스는 파급력이 약해 서방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푸틴에겐 북한의 지원이 절실하다. 서방에게 '깡패국가'인 북한이야말로 이번에 전력을 보여줄 기회다. 푸틴이 김정은을 찾았다. 김정은도 푸틴이 오기를 바랬다. 둘의 만남은 서방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북러는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를 맺었다. 공격을 받을 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도 포함됐다. 이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파병가는 건 시간 문제다. 

서방은 북러동맹을 두고 냉전시대로 후퇴한 처사라고 비판한다. 한미군사동맹이 냉전시대부터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불편한 역설이다. 어쨌든 북한과 러시아는 이제 밀착관계로 나아간다.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편을 들어줄 확실한 우군,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에 반대표를 손들어줄 확실한 우군이 서로에게 생겼다.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은 필연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러시아 홀대, 대북 강경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념과 가치외교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는 정작 실리를 잃었다. 푸틴과 김정은은 실리를 택했다. 가치는 후순위다. 이 와중에 한중관계는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 북러관계 밀착에 따른 일시적인 반사현상일지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친중이라고 비난해왔다. 중국도 잘 안다. 현재 한중관계는 일시적일 수 있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는 균형외교의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작금의 외교 상황이다. 푸틴의 방북은 북러의 밀착관계만을 뜻하지 않는다. 한국의 대러시아아 외교 실패를, 남북관계의 실패를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미국의 대리전이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이익은 무엇인가. 푸틴이 한국에 경고장을 날렸다. 전쟁에서 빠지라고. 한국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 대러시아 외교의 수정이 필요하다. 늦지 않았다.

김정은은 핵무장 완성을 선언했다. 이제 정찰위성 완성을 목표로 한다. 미국 본토에 도달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앞으로 더 쏘아 올릴 것이다.  미국에겐 핵무기 자체보다 파급력이 더 큰 무기다. 미국 본토에 북한 포탄이 떨어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은 더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한다.

위성발사 기술, 정찰위성 기술 등 모두 미국을 위협하는 것들이다. 푸틴이 한국에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면 북한에 더 많은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북한의 무기 기술 확보가 한국에 달렸다는 얘기다. 위성기술 및 발사기술 확보는 미국으로서는 용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한국의 이익은 ‘가치’ 외에는 크게 없는 것 같다. 자유진영이 자유진영 국가를 지원한다는 게 주요 명분이다.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이해관계 요소가 적다. 대북제재와 북한인권 지적이 주요 대북전략인 윤석열 정부에겐 러시아가 필요하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에 러시아가 동참할 수 있어야 대북제재의 실효성이 있다. 그런데 이제 물건너 갔다. 푸틴과 김정은은 위기를 함께 돌파해 나가자고 동맹을 맺었다. 한국이 대러시아 관계를 관리할 카드가 소진됐다. 그나마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중단 카드가 남았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면 푸틴은 북한에 첨단기술을 보낸다고 한다. 북한은 더 파괴력을 얻을 것이다. 

이 와중에 남북관계는 지저분한 싸움을 하고 있다. 서로 오물풍선을 보낸다고 비난한다. 풍선에 폭탄이 담겨서 날아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 국민들 걱정이 크다. 정부는 여전히 표현의 자유라며 탈북단체들의 대북 풍선 날리기를 방관하고 있다. 방관의 모습을 한 독려인지도 모르겠다.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은 모든 출구를 닫았다. 김정은도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김정은의 새 출구는 푸틴이다. 식량을 실은 트럭이, 무기를 실은 트럭이 북러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북한은 노동자 파견을 넘어 군인들도 파병할 태세다.

푸틴은 징집령을 내렸다. 군인이 부족하다. 김정은은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의 백만 군인들은 농사만 짓는다. 러시아 파병이야 말로 김정은에게는 막힌 혈을 뚫어주는 활로가 될 수 있다. 베트남 파병이 한국 산업 발전을 당겨주었 듯 말이다. 

조경일 작가(피스아고라 대표)
조경일 작가(피스아고라 대표)

한러관계 정상화 모색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 무기지원 말고 경제, 보건, 시설복구 등 민간 지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최악의 남북관계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첨단기술이 김정은에게 넘어가면 한반도의 위기는 더 커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가치외교가 아닌 실리외교를 택해야 한다. 외교는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쫓아 행해져야 한다. 불가피한 선택지를 받아든 상황이라면 자국의 이익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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