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하겠다는 건 ‘김칫국’ 사고
헌법 3조,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도 적용하라
'폭풍군단'이든 아니든, 젤렌스키에겐 카드일 뿐
북한군 병사들이 남의 나라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다. 평온한 서울에서 모니터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전투 현장의 참혹함을 어찌 상상할 수 있겠냐마는 그 곳은 분명 촌각을 다투는 생지옥일 것이다. ‘죽이느냐 죽느냐’ 뿐인 그 곳의 전황을 모니터로 보며 평하는 것이 얼마나 위선인지 나 스스로 되묻는다. 한때 나의 동무들이었고 나의 친우들이었을 그들이 훈련도 아닌 전쟁터에 나와 의미 없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들의 공포를 상상만해도 내 몸이 다 아프다. 그들을 사지로 내 몬 위정자들에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

파병된 군인들을 두고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또 반대로 20대 젊은 신참 일반병사들이 파병됐다는 보도도 있다. 폭풍군단이든 허풍군단이든 중요치 않다. 병사들을 따라다니며 정밀 폭격하는 드론이 전쟁의 판세를 바꾸는 상황에서 북한 특수군이라고 별수가 있겠는가. 네이비 씰(Navy Seel) 특전사 서너 명이 군단을 전멸시키는 할리우드 영화가 현실은 아니지 않는가. 결국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북한군이 박격포와 야간투시경으로 무장했다는 우크라발 소식만 접하면 지레 겁먹을만하다. 하지만 우크라발 소식들의 이면을 보면 한국과 서방세계에 빨리 더 많은 무기를 보내 달라는 젤렌스키의 긴급한 손짓이 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에 공격용 무기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용산 대통령실도 북한이 파병을 하면 공격용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러의 군사협력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북한군들이 이미 쿠르스크 지역에서 교전하였으며 1명을 제외하고 전원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급기야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전신에 부상으로 붕대를 감고 북한 군인 말투를 사용하는 부상병의 영상이 텔레그램을 통해 전파됐다. 물론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거의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수차례 들어보니 북한 군인이 쓸법한 용어가 있었다. 전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인지 알 수는 없으나 서방진영에서는 이미 북한군으로 규정했다.
젤렌스키는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송환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러시아에 포로가 된 자국의 병사와 맞바꿀 귀중한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포로교환을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다. 러시아군이 과연 우크라이나 포로 한 명과 북한군 포로 한 명을 맞바꿀 동기가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젤렌스키는 북한군 포로를 교환용 카드로 쓸지, 한국의 무기와 맞바꿀지 계산기를 돌리고 있을 것이다.
심리전으로 한국에 송환하겠다는 ‘김칫국’ 사고
한국에서는 북한군들에게 심리전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우크라이나군보다 국정원이 북한군 포로 심문에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이들을 회유하여 한국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근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이다. 북한군도 한국 국민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파병된 북한군을 폭격하고 이를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문자를 보내자 동의한 사실이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격용 무기 지원까지도 염두에 둔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이니 데려오겠다며 심리전을 펼치고, 또 한편으론 공격용 무기로 폭격을 하자는 주장을 한다. 모두 한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데려올 수만 있다면 나도 그러기를 바란다. 죽음에 내몰린 병사들에게 한국으로의 송환은 새로운 삶을 의미한다. 얼마나 희망적인가?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이들은 다름아닌 일부 북향민들이다. 사지에 내몰린 병사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병사들에 대한 불쌍한 마음은 아마 북향민들 모두 같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자신들이 직접 가겠다며 군 출신 북향민들이 성명을 냈다. 탈북 1호 박사로 알려진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과 북한 정치장교 출신인 심주일 목사를 중심으로 일부 북향민들이 동참했다. 북한군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전쟁터에 가서 심리전을 펼치겠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는 한국어로 된 투항 권유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전 당사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다. 북한은 파병하였으니 포로교환에 대해서는 협상 당사국이다. 제네바 협약에 따라 전쟁포로에 대한 송환 및 교환은 당사국들의 권리다. 한국은 여기에 어떠한 권리도 없다. 포로심문에 대한 참관권이나 심문권도 없다. 우크라이나가 통역을 이유로 한국에 요청한다면 통역으로 참가할 수는 있다. 또 우크라이나가 묵인하거나 망명으로 처리한다면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데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기능하려면 한국에서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공격용 무기를 비롯한 상당한 지원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젤렌스키가 북한인권을 생각할 인물일리는 만무하다. 그를 만족시킬 만한 한국정부의 지원에 달렸다.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송환할 경우 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의 휴머니즘적인 희망과 달리 전쟁포로 송환 및 교환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이뤄진다. 제네바 협약 제118조는 “포로는 적극적인 적대행위가 종료한 후 지체 없이 석방하고 송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포로들을 희망에 따라 송환하지 않고 석방했던 사례는 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로송환 문제는 전후처리 과정에서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심리전으로 어찌어찌 해서 한국으로 송환한다고 해도 향후 제네바 협약 위반 여부, 북한의 ‘자국민 억류, 납치 공작’ 반발 문제, 한국사회의 민심 등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한국정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멈춰야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의 지원에 달렸다. 서방진영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로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서방이 군사원조를 하지 않는다면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오래전에 끝났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원조로 버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투력도 고갈되었다. 북한의 무기와 파병이 전쟁의 균형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전쟁의 성격이 바뀌었다. 북한군의 공식 파병으로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가 커진다.
한국이 보낸 무기가 북한군 살상에 쓰이고 있다. 윤 정부가 공격용 무기까지 보낸다면 우크라이나에서 남북의 직간접 대결이 가시화될 수 있다. 아직까지 한국군 파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확전이 된다면 한국군 파병도 수면위에 다시 올라올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남북은 다시 교전국이 된다. 남의 나라에서 다시 동족상잔이 발생할까 두렵다.
이제 한국의 무기지원 중단을 논해야 한다. 이 전쟁은 러시아의 패배로 끝이 날 수 없는 전쟁이다. 우크라이나의 패배로 끝날 수도 없는 전쟁이다. 전쟁의 종료는 병사들의 목숨보다 명분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명분을 위해 싸우고 죽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은 당사국들과 미국에 달렸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무기지원 중단과 남북관계 악화를 멈출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 외엔 없다. 적대국 관계에서 교전국 관계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헌법 3조,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도 적용하라
전투에서 죽어가는 북한군 병사를 살리겠다고 헌법 3조를 들먹이며 갑론을박을 할 것이 아니라 북한군이 전투에 나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젤렌스키의 욕심 때문에, 전쟁의 명분 때문에 머뭇거리는 서방은 확전 방지를 위해 교전을 멈추고 협상을 해야 한다. 한국이 포로송환에서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서도 헌법 3조를 적용해야 한다. 북한군도 대한민국 국민이니 우리는 살상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명분이라도 내세워서 무기지원을 멈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군을 포로로 데려올 때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무기지원 할 때는 적군이란 말인가. 정부는 호들갑을 멈추고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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