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현상의 나비효과 ①]   '돌연변이' 이준석, 그 현상과 나비효과

일대 사변: 최초의 30대 야당 대표

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사건이었다. 2021년 6월 11일, 이준석이라는 30대 청년이 국가의전서열 7위, 대한민국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된 것이다. 이준석은 돌연변이 같은 존재다. 특출 난 개인기로 살아남아 당대표 자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일등공신이었지만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뒤통수를 맞고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 / 연합뉴스출처 : 공감신문(https://www.gokorea.kr)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 / 연합뉴스

현재 한국 정치 현장에서 ‘청년’은 소외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국회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50이 넘는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모두가 청년을 위한 정치를 말하지만 정작 거기엔 청년이 없다.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들에게 시혜를 베풀 듯 공간을 마련해주어야 지명직이든 비례대표 번호든 하나라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정치란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각박한 공간이다. 지난 21대 총선과 22대 총선에서 몇명의 청년을 제외하면 사실 상 극소수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여야를 떠나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갖는 정치적 위치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이라는 30대 젊은 청년이 제1야당의 당대표로 선출된 것은 일대 사변이었다. 30대 청년이 당대표로 출마한다는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뿐더러 당선될 거란 기대조차 하지 않은 게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분위기였다. 물론 정의당이나 녹색당 등 이른바 군소정당에서는 이전부터 청년들의 약진이 두드러졌으나, 원내 진입장벽에 막혀 의석을 갖지 못해 원외에서 머물고 있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준석은 보통의 청년 정치인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이준석은 이른바 ‘박근혜 키즈’라고 불리며 정치권에 등장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재 발탁으로 만 26세의 하버드 대학교 출신의 젊은 청년 이준석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정당에서 성장한 인재가 아니다. 똑똑하고 영민한 이준석의 스펙과 개인기로 정당에 손님으로 초대받은 게 시작이었다. 그런 영입인사였던 이준석이 10년 만에 당대표가 되었다.

이준석은 ‘실력주의’를 말했다. 이준석에게는 당연한 이야기다. 이준석 본인이 스스로 믿는 실력주의로 미국 최고의 대학교인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했으니 이준석에게 실력 또는 능력이 공정한 채널이었을 것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학원 수업이 믿는 구석이 실력주의였고, 그것을 공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들은 이것 외에 의지할 데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준석은 이런 청년들의 대리만족 현상이었다. 실제로 이준석은 청년들, 특히 20대 남성들의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부모세대보다 뛰어나지만 열패감의 늪에 빠진 청년세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이 처한 현실은 절망적이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스펙과 능력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세대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른 세대는 불안한 노후 때문에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MZ세대로도 불리는 청년세대는 정년연장을 반대한다. 부모님 세대와 자식 세대 사이에 똑같은 고민이 충돌하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준석의 실력주의, 능력주의는 틀린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좀 더 공부해서 좀 더 배워서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고, 그래서 모두가 열심히 야간학원까지 다니며 공부한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원하던 목표를 달성하는 청년들이 나온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 목표를 달성하는 비율은 열에 겨우 하나라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어서 모두가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열에 아홉은 경쟁에서 실패한다. 문제는 패자들에게는 그때부터 가혹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실패한 사람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데 박하다. 시스템이 그렇다. 그래서 능력주의가 만능이 아니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은 더욱 치열한 경쟁을 부추긴다. 모든 게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자책하게 만들고 급기야는 혹자를 자살로 내몬다. 수능시험을 잘 못 봐서 자살하는 학생,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초등학생, 이게 과연 정상인가? 성적으로 줄 세우는 입시 위주의 교육은 실력주의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준석은 자신이 포함된 상위 10퍼센트를 위한 능력주의에 따른 공정성을 말했다. 최소 상위 10퍼센트에 들지 못하는 나머지 90퍼센트가 겪는 불공정성과 현실에 대한 대답은 보류한다. 오히려 온전한 실력주의로 특혜와 할당을 폐지한다면 나머지 90퍼센트도 10퍼센트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타고 올라왔던 사다리를 이제 걷어차겠다는 얘기다. 보수 쪽에서는 비슷한 주장이 자주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했었다. 본인이 비례대표로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마디로 자기부정, 자기 배신이다.

조경일 작가
조경일 작가

부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 특권의 대물림, 교육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도 부모세대 이야기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는다. 거의 불가능하다.

/조경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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