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나면 왜 다 버려? 좀 고쳐서 쓰면 안 돼?”

스틸사진_병구(엄태구)와 foreman(삐삐), 민지(이혜리) /(제공=전주국제영화제)

단편영화로 만들어져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동명 영화의 장편 버전 <뎀프시롤(가제)>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에서 프리미어상영을 마치고 경쟁부문의 시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제까지 만나 볼 수 없었고 다음에도 만나기 힘들 것 같은 독특한 ‘판소리 복싱’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었다.

잭 뎀프시는 실존인물이고 그가 좌우 훅을 주 무기로 사용한 것은 맞지만, 뎀프시롤(Dempsey Roll)이라는 기술은 어디까지나 만화 상에서 임의로 붙인 이름으로, 기술이 발동할 때에는 상체가 무한(∞) 모양을 그리는 미칠 듯한 위빙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좌우로의 체중이동을 통해 묵직한 양훅을 연타로 날려 상대의 가드를 부수고 타격을 가하는 필살기를 말한다.

스틸사진_병구(엄태구), 민지(이혜리) /(제공=전주국제영화제)
스틸사진_병구(엄태구)와 foreman(삐삐) /(제공=전주국제영화제)
스틸사진_민지(이혜리), 박관장(김희원), 병구(엄태구) /(제공=전주국제영화제)

“우리의 시대가 끝났다고 우리가 끝난 건 아니잖아요.”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잊혀져 가겠지만 의미 있는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 죽기 전의 무게를 이야기하는 영화 <뎀프시롤(가제)>는 기상천외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예기치 않은 범주로 이야기를 밀고 가며 난센스 코미디의 외형을 띨 것 같지만, 주인공의 말과 행동의 리듬이 엇박자로 일관하며 형성되는 분위기는 종래의 어떤 영화와도 유사점을 찾을 수 없다. 결정적으로, 마냥 웃기기만 할 것 같은 영화가 종래는 승리자가 되지 못한 세상의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슬픔으로 빠져들게 하는 건 작은 마술이다.

병구 역 엄태구 배우는 밀도 깊은 내면 연기를 통해 생명감을 불어넣으며 단편의 조현철 배우와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으며, 박관장 역 김희원 배우는 영화에 사실감을 입힌다. 독립장편영화에 처음 등장한 민지 역 이혜리 배우는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현실을 이어나가는 규환 역 최준영 배우, 병구와 함께 꿈을 이루던 친구 지연 역 이설 배우, 재개발추진위원회ㆍ한국권투연맹의 장이사 역 최덕문 배우는 실감 나는 연기로 영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중인 정혁기 감독 /ⓒ권애진

관객들의 박장대소를 유발시키는 재미난 가사의 판소리는 KBS국악대경연 장원을 수상했던 안희호 소리꾼의 신명나는 우리소리로 영화의 코믹요소를 극대화시켜 준다.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들을 대변하는 듯한 노래 가사는 정혁기 감독이 장단별로 글자 수에 맞춰 본인이 직접 쓴 이야기들이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걷고 있는 정혁기 감독과 이혜리 배우 /ⓒ권애진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참석한 정혁기 감독과 이혜리 배우 /ⓒ권애진

정혁기 감독의 영화 <뎀프시롤(가제)>은 <욕창(심혜정 감독)>, <굿바이썸머(박주영 감독)>, <리메인(김민경 감독)>, <애틀란틱 시티(라주형 감독)>, <이장(정승오 감독)>, <파도를 걷는 소년(최창환 감독)>, <흩어진 밤(김솔/이지형 감독)>, 다큐멘터리 <다행이네요(김송미 감독)>, <이타미 준의 바다(정다운 감독)>의 다른 9편의 작품들과 한국경쟁 부문에서 대상,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 CGV 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 배우상의 수상을 경쟁하며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은 금일 6시부터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최된다. 공서영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시상식은 한국경쟁을 비롯한 12개 부분의 시상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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