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적(的)의 도널드 마굴리스(Donald Margulies) 원작, 마정화 번역, 이 곤 연출의 <단편소설집(Collected Stories)>을 관람했다.

도널드 마굴리스(Donald Margulies, 1954~)는 예일대 출신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다. 루나 파크, 휴식처(Resting Place), 영재(Gifted Children), 땅콩 발견(Found a Peanut), 이 그림이 뭐가 잘못? (What's Wrong with This Picture?,), 모델 아파트(The Model Apartment), 로만 가족의 피크닉(The Loman Family Picnic), 보이지 않는 시력(Sight Unseen), 단편소설집(Collected Stories),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Dinner with Friends), 수의 신(God of Vengeance), 부류클린 보이(Brooklyn Boy ), 난파 (Shipwrecked!), 시간은 여전하다(Time Stands Still ), 코니 아일랜드 크리스마스 (Coney Island Christmas), 컨트리 하우스(The Country House) 등을 발표 공연했다.

2000 퓰리처 상 드라마 부문 상(Pulitzer Prize for Drama), 매지 에반스-시드니 킹슬리 상(Madge Evans-Sidney Kingsley Award), 유대인 문학 예술상 (National Foundation for Jewish Culture Award in Literary Arts), 미국 아카데미 예술 문학상(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 Award in Literature) 등을 수상한 작가다.

마정화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하였다. 번역서로는 <오스카 와일드 단편집>이 있고, 공저로는 <오래된 예술, 새로운 무대: 한·중·일 공연예술 찾기>, <오래된 무대, 새 길을 찾다>, <예술과 과학, 서로 넘겨다 보다: 현대 과학과 예술>이 있고, 번역 작품은 <단편소설집> <러브> <퍼디미어스> <마리아와 함께 아 아 아 아 > 등이 있다.

이 곤은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 학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전문사, 뉴욕 콜롬비아 대학교 연극 연출 MFA 출신 연출가다. 연출작으로는 <트루 러브> <알세스터스> <맨해탄 1번지> <맥베드> <당통의 죽음> <마리아와 함께 아 아 아 아> <퍼디미어스> <벚꽃동산> <단편소설집> <우주인> <밀크우드>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단편소설집>은 1991년부터 1996년까지 한 명의 여류작가가 탄생하는 과정을 그녀가 스승인 유명 여류 단편소설작가를 찾아가 뵙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해 스승에게 배우고 토론을 하며 차츰 문학적인 성취를 하고 단편으로 등단을 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가 아닌 혈육 같이 가까움을 보인다. 그러다가 제자는 스승이 이루지 못한 장편소설을 써서 출판을 하게 되고 각종 여론매체에 조명을 받는다. 그런데 그 내용이 스승이 밝히기를  꺼리는 어느 남성시인과 스승과의 관계인데다가 성 접촉 장면까지 포함 시켰기에 스승은 분노한다. 결국 그 일로해서 스승과 제자는 이별 같은 단절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무대는 여류작가의 서재다. 삼각으로 펼쳐진 책장과 장서가 눈길을 끌고, 방 가운데에 고풍스런 커다란 책상과 의자가 있다. 책상위에는 원고지가 잔뜩 쌓여있고, 전화기가 놓여있다. 책장 왼쪽에는 축음기가 있다. 벽은 오래된 집인 듯 미닫이창문을 열고 닫을 때는 숫가락으로 떠받혀야 닫힌다.

무대 하수 쪽 객석 가까이 탁자와 의자가 있고, 꽃병이 놓였다. 하수 쪽 비좁은 복도를 통해 벽을 돌아서면 부엌과 조리대가 있다는 설정이고, 거기서 술병과 술잔을 쟁반에 받쳐 내온다. 방바닥은 정사각의 문양으로 촘촘히 이어진 나무로 된 바닥이다. 방문은 상수 쪽에 있고, 현관은 상수 쪽으로 설정되고 현관 위 조명등으로 현관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영상으로 자막과 인물들의 모습이 투사된다. 

연극은 도입에 작가 지망생이 유명작가이자 교수인 스승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시대적 배경을 알리는 영상이 투사되면서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여배우 미아 패로우와 동거를 하다가 한국인 입양녀 순이와 통정을 하는 바람에 헤어지는 소식과 함께 문화계 소식과 정계소식이 전해진다. 스승과 제자는 문학 뿐 아니라, 인생에서의 마음을 여는 상대로 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제자가 등단을 하게 되자 스승과 제자는 축배를 들며 기뻐해 한다.

늘 상 자신감을 가지고 대화를 여는 스승과 주저하듯 멈칫거리며 응답을 하는 제자의 모습이 연출되고, 드디어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제자가 장편소설을 발표 출판한다. 그런 후 스승을 찾는다. 그런데 스승은 달가워하지를 않는다. 전에 없이 방문에 철 고리까지 걸고 잠가두었다가 제자가 큰 소리로 찾으니 마지 못 해 열어주는 광경이 연출된다.

그 까닭은 스승과 가까웠던 한 남성시인과의 관계를 소설의 내용으로 그렸고. 그 남성시인의 바람기 때문에 헤어진 후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그와의 관계를 밝히기를 꺼렸던 사실을 제자가 장편소설에 성 접촉 장면까지 집어넣어 과장해서 묘사했기에 분노를 표하게 된다. 그 분노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를 않고, 이제는 스승을 떠나서도 독자적인 활동을 펼 수 있는 제자는 결국 스승과 결별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전국향이 스승인 여류소설가 겸 문예창작과 교수로 출연해 실제 교수보다 더 교수다운 풍모로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김소진이 제자인 소설가 지망생으로 출연해 미모와 호연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무대디자인 임건수, 조명 영상디자인 신재희, 의상디자인 정민선, 소품디자인 박현이, 분장디자인 김근영, 음악감독 피정훈, 음향감독 이한규 서희숙, 무대제작 태극무대, 무대감독 이승진, 무대감독보 정지희, 조명크루 오정훈 최현준 김남식, 조명오퍼 김효민, 영상오퍼 윤경화, 의상보조 황수풀, 소품보조 김은지 박지연, 사진 김두영 조하린, 그래픽 김우연, 조연출 박세련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적(的)의 도널드 마굴리스(Donald Margulies) 원작, 마정화 번역, 이 곤 연출의 <단편소설집(Collected Stories)>을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컬럼니스트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