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읽는 좋은시 한 편

 

창 너머  마주친
 
팽팽하거나 시들었거나
힘겨운 두 세대의
얼굴들이 교차하는
구립도서관  열람실에서
책은 덮어놓은 채
유리창을 읽고 있자니
보이는 것은
소나무 가지와 전봇대의 몇 줄기 전선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하늘뿐
 
창틀에 기대어 졸다 꾸는 꿈속에
빛 바랜 사진처럼 
턱을 괸 채
교실 창밖을 응시하는
한 소년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햇살이 눈부시거나
빗물이 흘러내리거나 
때론 바람에 덜컹거리기도 하는
너른 창 너머
교정을 가로질러 
줄지어  선  플라타너스 위로
한 없이 펼쳐진  텅빈 하늘
그 속에서  소년은
무얼 보고 있는 것일까
 
사십오년의 시공간을 넘어
어렴풋이 다가오는 팽팽한 얼굴
세월의  창 너머로
중년의  시든 사내를 바라보는
해맑은 눈빛
하늘 가득  가슴 가득
푸른 빛으로 번지는 소년의 꿈이 창에 걸려 있다.
ㅡ산경  김향기



kimht10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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