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10회

테니스 대회

 “그런데 장 선생은 왜 달아나듯 하셨을까!”
옆의 심정수가 표정이 어두우며 화제를 돌렸다.
 “맞아! 정 선비님 곁에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모두들 웃었다
 “옥골선풍이라 부럽습니다!”
임 선생이 정세원에게 호감을 보이며 말하였다. 심정수는 자기도 미남인데 왜 정세원만 여자들이 호감을 갖는지 섭섭하였다.
“아무튼 그 일편단심은 알아주어야 합니다!”
비꼬듯 심정수는 말하고 연거푸 술을 마셨다. 벌써 취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다른 건 없고, 내가 아는 체육교사가 전근 오기 전의 학교에서 장 선생과 같이 근무했거든요. 아, 나만 보면 장애춘에게 신경 좀 써 주고 잘해 주라고 부탁이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그래요. 뭐 다른 건 없다고!”
정세원은 민지선을 쳐다보며 웃었다. 그들은 정세원을 애춘이 일방적으로 가까이 하며 짝사랑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장 선생은 좋아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어요. 다른 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데 젊은 남자 선생님과 스캔들도 있었거든요!”
스치듯 문득 김 선생이 말했다.
“아니, 그럼 한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었어요?”
정세원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때는 삼십대 초반쯤 되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얼굴이 달라져서 처음엔 누군가 했다니까요.”
“맞아요. 나도 느꼈어요. 그때는 쌍꺼풀만 한 것 같았는데 이제는 코도 많이 변해서 완전 딴 사람이 됐어요!”
“코도 그렇고 턱도 많이 깎아 내린 것 같아요….”
그들은 애춘의 얼굴이 성형을 하였다고 확신했다.
“예전의 얼굴이 참 괜찮았는데 얼굴을 망친 것 같아!”
“돈이 많아서 그렇게 뜯어고치는데 무슨 참견이야. 남편이 모델하우스 사장이라면서?”
여교사들은 맥주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장애춘을 주인공으로 계속 이야기를 전개시켰다.
“아무튼 보통이 아니고 굉장히 특이한 여자야. 전번에 입고 온 그 플레어스커트 보았어?”
“맞아, 그 플레어스커트에 리본이 달린 블라우스 차림 말이야. 십대 소녀들이 입고 다니는 패션이잖아!”
“맞아. 그 때 너무도 역겨웠어!”
“사람이 나이에 맞게 옷을 입어야지…”
“왜 요즈음 여자들 모두들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고 싶어 하는 추세잖아!”
“아무리 그래도 세월 가는 것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목에는 나이가 들어 주름이 착착 늘어지는데 십대 차림이라니 너무한 것 아니야?”
“그래 역겨웠어, 같은 교사로서 정말 자존심 상했어!”
“푼수가 한 명도 부족해서 또 있어! 정말 짜증나…!”
바로 최경자만 보아도 역겨운데 장애춘의 부담스런 특이함에 여교사의 긍지와 품위를 사랑하고 있던 그들은 매우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다.


“얼마나 부자인지는 몰라도 성형으로 돈 칠갑 했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 치장하고 다니잖아!”
“그래? 정말 명품이야? 그것도 알아보는 사람한테나 빛이 나는 것이지.”
모두 한바탕 웃었다.
지선은 애춘에 대한 정보를 잠잠히 듣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장 선생과 좀 친해 보이던데 의외입니다!”
“말 좀 해봐요. 어쩜 그렇게 쥐 죽은 듯 듣기만 하세요?”
“그냥 듣는 것이 즐거워요.”
언제나 묻는 말 외에 지선은 먼저 말을 하지 않았다. 듣고 있을 때, 오히려 배우는 것이 많았고 자신이 내뱉은 말이 많으면 허물이 보이고 허했다. 입에 자갈을 물듯 경청의 기술은 오랜 세월 동안 훈련해서 얻어진 것이었다. 경청은 다른 사람의 정보를 소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겼다. 말을 많이 하면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의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많이 유출시키게 된다.

 haj2010@hanmail.net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