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산 김덕권 선생,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머슴 론 

 

지난 12월 16일 세종대학 컨벤션쎈타 광개토홀에서의 <덕화아카데미> 창립식과 저의 졸저 <사람아, 사랑아!> 출판기념회가 아주 조촐하게 펼쳐졌습니다. 그런데 이 창립식과 기념회에 참석하신 많은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진행이 잘 되었다고 칭송하시는 말씀을 듣고 문득 <머슴>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머슴이라는 말은 옛날에 부농이나 지주에게 고용되어 그 집의 농사일이나 잡일을 해 주고 품삯을 받는 사내를 이르던 말입니다. 고공(雇工) · 고용(雇傭) · 용인(傭人) 등으로도 불렸지요. 머슴은 1527년(중종 22)에 나온 최세진(崔世珍)의《훈몽자회 訓蒙字會》에 고공이 머슴으로 표기된 점으로 보아 머슴의 어원이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서의 머슴은 19세기, 특히 1894년(고종 31)의 갑오경장 후에 많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를 통하여 노비들도 머슴으로 많이 전화하였고, 호칭도 머슴으로 고정되어 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용기간에 따라 분류하면 일 년 단위로 고용되던 머슴, 달 또는 계절로 고용되던 달머슴(月傭)과 반머슴(季節傭)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 고지(雇只)머슴이라는 특수한 형태도 있었는데, 일정한 토지나 가옥, 또는 식량을 대여 받고 고용주를 위하여 일정 기일의 노동을 하거나 일정 작업량을 수행해 주었습니다. 또 노동력과 농사경험에 따라 나누면 상머슴과 중머슴, 그리고 보조적인 노동을 하는 ‘꼴담살이’가 있었다고 하네요.
 

제가 오랜 동안 [원불교청운회(靑耘會)]의 큰 머슴을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말은 저의 선대 청운회의 큰 머슴을 역임하신 농산(農山) 김준(1926~2012) 선생 때 부터였습니다. 바로 그 김준 선생은 새마을운동 초기에 <새마을연수원장>을 지내신 큰 어른이시지요.
 

그 김준 선생은 기독교 모태신앙인으로 원불교의 교조이신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을 가장 숭경하는 정신의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인 새마을연수원에서 원불교정신과 훈련법으로 연수생을 지도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원불교청운회의 사회화를 위한 ‘새삶회’의 초대회장을 맡아 큰 머슴의 역할을 다하신 분입니다.
 

바로 그 어른이 우리들을 이끄실 때 청운회원들을『큰 머슴, 중머슴, 작은 머슴』의 세 종류로 나누셨습니다. 그러니까 머슴이 곧 주인이라는 말씀이지요. 그 주인의식이 철저한 머슴이 모든 조직의 진정한 주인입니다. 그런데 주인과 머슴은 다릅니다. 주인은 자기 일이니까 열심히 하지만 머슴은 품삯을 받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다릅니다.
 

주인은 힘든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지만 머슴은 억지로 합니다. 주인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참고 견디지만 머슴은 일이 힘들고 어려우면 도망갑니다. 주인은 내일을 내다보지만 머슴은 오늘만 때우려고 합니다. 주인은 사소한 것도 신경 쓰지만 머슴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챙기지요.
 

회사의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은 회사 일을 마치 내 일처럼 여깁니다. 상사의 지시나 명령이 없어도 스스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요.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은 맡은 업무나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늦게까지 남아서 일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뛰어 넘어 적극적으로 개선점을 찾고 이를 실천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업무가 타 부서나 고객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늘 관심을 가지며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노력합니다.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바로 이와 같은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 즉 ‘주인’이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잘 되는 회사의 경영자들은 늘 주인의식을 강조하며 “우리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대단하다”고 자랑을 하지요.
 

그렇다면 직원들로 하여금 주인의식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개인적인 문제이며 강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닙니다. 똑같은 조건인데도 어떤 직원에게는 주인의식이 있고 어떤 직원에게는 없으니 말이지요. 그런 연고로 조직차원에서 직원들이 주인으로서 행동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첫째,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주인과 머슴을 구분하는 가장 분명한 차이는 목표의식과 목적의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데서 나타납니다. 주인은 비전과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내일을 내다보며 즐겁게 일하지만 머슴은 적당히 오늘 하루만 때우려고 하지요. 주인은 뚜렷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일하지만 머슴은 그저 시키는 일만 하려고 합니다.
 

둘째,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지요. 따라서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 쓸모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해하는 사람은 사랑하고, 주목하고, 인식합니다. 어떤 것에 대한 지식이 늘면 늘수록 사랑도 커집니다.
 

셋째, 결과와 성과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비전과 목표, 지식과 정보의 공유와 더불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결과와 성과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조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열정을 발휘하도록 하려면 목표를 향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결과가 공유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이 세 가지 만 갖추면 어떤 조직에서나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상머슴, 중머슴, 꼴담 머슴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이번 <덕화아카데미> 창립식과 <사람아, 사랑아!> 출판기념회에서 보여 준 우리 덕화만발의 가족들은 이렇게 주인의식이 투철하여 이 큰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것입니다.
 

특히 정용상 <덕화아카데미>원장님을 비롯한 준비위원님들은 ‘큰 머슴’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셨습니다. 사심(私心)이 공(空)해야 공심(公心)이 나고, 공심이 나야 단합이 되며, 단합이 되어야 시방(十方)을 화(和)하는 참 주인, 큰 머슴이 되는 것입니다. 부디 우리 덕화만발가족은 먼저 대의(大義)를 바로 잡고, 인심을 두루 살피며, 계획을 잘 세워 세상의 참 주인, 큰 머슴이 되기를 마음속 깊이 염원해 봅니다.
 

단기 4349년, 불기 2560년, 서기 2016년, 원기 101년 12월 2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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