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19일 '강남역 묻지마 살인'에 희생된 20대 여성을 추모하기위해 서울 강남역10번 출구에 모여있는 시민들/사진=뉴스프리존DB

[뉴스프리존= 안데레사기자]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자 부모가 범인 김모씨(35)에게 5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2세의 여성을 '무작위 살해'한 이 사건은 17일로 1주기가 된다. 지난해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참히 살해됐다. 이후 수많은 여성들은 강남역에 모여 피해여성을 추모하고 ‘우연히 살아남은 자’로서 분노를 나눴다. 강남역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붙은 3만5000여장의 추모 포스트잇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다짐과 ‘여성에 대한 차별·폭력을 멈추라’는 요구를 보여줬다.

여성단체는 “지난해 사건 이후 1년, 여성들은 더 이상 두려움과 불안에 잠식되지 않고 서로에게 용기와 힘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다시 포스트잇을 들 것이다. 계속되는 말하기와 행동으로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성들은 무엇보다“아직도 무섭다”며 답변을 하는 것 자체를 주저했다. 자발적으로 의견을 남기고, 같이 온 일행에게도 “너도 써”라며 독려하는 여성들과는 딴판이었다. 일부 남성은 앞서 시민들이 남기고 간 포스트잇을 몇 분 동안 읽고, 휴대폰 카메라로 수 차례 부스를 촬영하면서도 “딱히 할 말이 없다” “보기만 하겠다”며 단호하게 참여거부 의사를 밝혔다. 질문에 답한 남성 55명은 전체 응답자 218명의 25%에 불과했다.

본인과 가까운 여성의 입장을 떠올려보며 반면 응답 남성 중 소수(2명)는 , ‘여혐 현상’과 이에 대한 여성의 불안을 최대한 공감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엄마가 겪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한 20대 초반 남성, “여동생이 당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30대 남성이 붙인 포스트잇엔 “여성혐오가 원인”이라며 “뿌리뽑아야 한다”는 답이 담겨 있었다.

 

‘반성한다‘는 목소리(5명)도 이어졌다. 한 30대 남성은 사과와 함께, “부끄럽다”고 했다. “내가 외면해왔던 이들의 비명을 들은 것 같다”(29세 남성)는 답도 있었다. 사건을 “시작점” “전환점”이라 표현하며 양성평등사회를 향한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를 내놓는 이도 여럿 있었다. 이인혁(24)씨는 “여성인권에 대한 무관심이 대형재난을 부른 것”이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모두가 여성인권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론엔 차이가 있었지만 응답자 대부분(50명)이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엔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성별뿐 아니라 연령에 따른 차이도 눈에 띄었다. 어학원과 술집이 밀집해 있어 상당수 유동인구가 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장에서 만난 중년 중에는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이를 찾기가 힘들었다. “잘 모른다”는 게 대부분 중년 시민의 응답이었다. 나이를 기재한 응답자 평균 연령은 24.8세. 20대 응답자가 137명(64%)으로 가장 많았고, 10대(40명, 19%) 30대(31명, 14%)가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100%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라는 남성의 참여, 그들이 보여준 공감의 노력을 “긍정적인 신호”라고 봤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굉장한 노력을 수반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개인들은 성찰했고, 사회를 이해하려고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성들의 손을 잡아야 진정한 사회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sharp22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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