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문명 중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문지기’가 언급됐고, 레위기 신전엔 문지기가 항상 정문을 지키고 있다고 구약 연대기 26편에 나와 있다.

19세기 초부터 미국 술집과 사창가 주인은 문지기를 고용해 불량자, 취객들로부터 직업여성 등을 보호했다. 당시 젊은 층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호레이쇼 앨저(Horatio Alger)의 소설 ‘The Young Outlaw’에도 ‘문지기’가 무전 취식한 남자를 내쫓는 장면이 나온다.

카지노, 콘서트, 나이트클럽, 스트립 바 등 군중이 모이는 곳에서 근무하는 문지기의 보통 이미지는 폭력적이다. 경험 많은 문지기는 완력보다는 세련되게 말로 해결해야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영화 등에서 문지기는 험한 인상과 언어로 사람을 대하고, 무력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원칙적으로 문지기도 일반인들과 똑같이 법의 제한을 받기에, 주취자나 불량자와 뒤엉켜 욕설하고 무력을 사용하면 고소당할 수 있다. 그러나, 주취자나 불량자가 문지기의 요구에 불응하면 적당한 완력 등으로 영업공간에서 내쫓을 수 있다.

‘나이트에서 기도 본다’란 말이 우리에게 익다. 일어로 키도 ‘きど(木戸)’는 영업장의 출입구, 입장료, 마을 출입문의 뜻인데,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에겐 나이트클럽 등에서 입장객을 관리, 정리하는 문지기 직업을 일컫는다.

미국 데이빗 고든(David Gordon)의 소설 ‘The Hard Stuff(Joe the Bouncer)’는 전직 특수부대원이 뉴욕 스트립 클럽의 ‘바운서’로 밤의 세계에서 활약하는 내용이다. 영어권에선 ‘문지기’를 ‘경비원, 경호원’의 뜻인 “바운서(Bouncer)”라고 한다.

바운서들은 법에 따라 자격증이 필요하다. 관련 교육기관에서 교육 후 필기시험과 권총 사격에 통과한 수료증을 가지고, 경찰서에서 전과 등을 조회 후에야 자격증을 발급받는다. 자격증엔 사진, 이름, 생년월일 등과 등급, 총기 허가 등이 쓰여 있고, 무장경호원, 현금수송요원 등도 할 수 있다.

바운서는 클럽 시설을 보호하고, 입장 티켓 업무, 고객을 통제하는 일을 담당하는 사설 경비원이다. 또한, 대화술, 군중 통제술 등을 익히고, 사건보고서, 진술서 등 작문 실력도 필요하다.

벨기에 출신 장 클로드 반담은 1982년 친구와 배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향했다. 영화 단역배우 등을 거치다 유명한 액션 배우 척 노리스의 술집에서 바운서로 일한 인연으로 세계적인 영화배우가 된다.

가톨릭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도 젊었을 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명한 나이트클럽, 전직 이스라엘 국방장관 아비그도르 리베르만도 이스라엘 한 나이트클럽에서 수질 관리를 했단다. 미국 마피아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제임스 갠돌피니, 분노의 질주의 빈 디젤, 스웨덴 배우 돌프 룬드그렌 등도 한때 나이트클럽의 문을 지켰다.

호주에 있을 때, 우연히 나이트클럽 바운서를 했다. 주말 밤 이틀만 일해도 일반주급보다 급여가 높았다. 검은 정장, 검정 폴로셔츠, 흰 셔츠에 검정 나비넥타이에 구두가 유니폼이다. 처음 일한 곳은 그리스계 나이트클럽이었다. 동양인 바운서가 없을 때, 포니테일의 동양 남자애는 처음부터 관심과 질투를 받았다.

일 년 후, 몇 군데 클럽을 거쳐 시내 중심가 한 클럽에서 일했다. 주말 저녁 8시에서 새벽 5시까지 근무한다. 4~5명이 한 팀으로 입구에서 나이, 복장을 확인하고, 입장료를 받고, 실내 외 시비나 싸움 등을 막고, 말썽을 일으키면 내쫓고, 마약 유통을 금지하고 뭐 그런 일이었다.

화장을 진하게 하거나, 신분증을 차에 두고 왔다, 형, 언니 신분증을 내미는 미성년자. 만취해 입장을 막는다고, 여자에게 추근대지 못하게 한다고, 빠르게 속어를 섞어 욕하거나 몸으로 시비를 거는 애들이 주말마다 있었다. 흥분하지 않고 자기 절제할 수 있는 침착함이 필요했다.

민족과 종교가 천차만별인 다양한 이민자의 나라에서 술은 사람을 더 변하게 한다. 술 기운에, 시비와 싸움이 항상 일어난다.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하지만, 인원이 많으면 모든 동료가 힘을 합했다. 술 취한 사람은 힘도 장사고 흥분하면 통제도 힘들다. 처음엔 말로 하다 안되면 안에서 끌어내거나 밖에서 그냥 때려눕힌다.

처음엔 다양한 외국인과 싸우는 게 어색했지만, 나중엔 어차피 말싸움은 약하니까 무술로 순식간에 끝내야지 아니면 내가 불리하다. 특수부대 출신에 무술 잘한다고 소문이 났고 명암이 생겼다. 명(明)은 손님들이 내 말을 잘 따랐고, 새로운 남녀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그러나, 종종 나에게 욕하고 시비를 거는 것들이 암(暗)이었다.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할 때다. 언젠가부터, 근처 호모 전용 클럽이 문을 닫자, 말썽 없이 깨끗하게 노는 고학력 호모가 몰려들었고, 호모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편안하게 술 마시며 놀고 싶은 고학력 전문직 여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물이 좋아지자 일반 남자들이 모여들었고, 그러자 불편해진 호모들이 떠나갔다.

바운서들은 어떤 술이든지 무료로 마실 수 있다. 그래도 근무 중이니 맥주나 마시고, 정리하는 새벽이 돼야 마음 놓고 술을 마음껏 마신다. 친해진 여자 바텐더들은 새벽이 되면 테이블에 칵테일이나 여러 종류의 술을 다 따라준다.

주말에 비번이면 바운서 일을 하는 경찰들도 꽤 있다. 그래서, 폭력 신고로 관할경찰이 와도 바운서와 웃으면서 악수하거나, 주의 조치 정도고 대부분 주취자가 벌금물거나 체포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번씩은 싸운 거 같다. 서양인들은 치고받다 지면 바로 ‘됐어(enough)!’하고 승복한다.

그러나, 중동 쪽 애들은 불리하면 형제, 사촌 등이 흉기를 들고 떼거리로 차 2~3대에 타고 와 밤새 무력시위를 한다. 레바논, 그리스,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쪽 애들도 싸우다 밀리면 집안 형제, 사촌, 팔촌 등이 동네 강아지까지 끌고 와 경찰과 대치했다.

그래서, 바운서들은 위압감을 주기 위해 스킨헤드, 포니테일이나 문신을 하고 Gym rat이라 불릴 만큼 매일 체육관에서 땀 흘린다. 그래서, 덩치 좋은 통가 등 근육질의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많다.

동양 쪽은 벳남 애들이 악명을 떨친다. 난민으로 와서 같은 지역에 몰려 살고, 무서운 것도 없어 벳남 계 클럽 내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도 경찰이 못 들어간다. 여담으로, 중국 본토에서는 물 좋게 보인다며 서양인은 입장료를 안 받는다.

한 클럽은 패션모델이 여자 바텐더들로 일해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단골에 광고, 영화, 방송관계자 등이 많았다. 소란을 피운 주취자를 해결하자 한 남자가 말을 건다. 멜 깁슨 주연의 매드맥스(Mad Max) 등 수많은 영화의 스턴트 감독 그랜트 페이지(Grant Page)였다. 친해졌고 동양인 최초로 그에게 전문 스턴트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입장시켜주면 뭐든지 하겠다며 윙크하던 미성년여자 애들, ‘안녕하세요’로 알려줬는데 볼 때마다 친한척하며 ‘곰방와’ 하던 놈, 입장료계산을 빨리 암산으로 했다고 감탄하던 손님들, 힘을 합쳐 주취자 무리를 몰아내고 서로 어깨를 두드리던 동료, 찾아오면 무료입장에 술까지 가져다 주자 날 자랑스러워하던 친구들.

우리나라도 클럽 바운서 일을 하려면 관련 자격증이 필요하지만 급여는 너무 적다. [= Macho CHO machobat@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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