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장전2020친일탐구

컨셉사진_소리1(장우정), 중근(임기정), 준생(곽유평), 소리2(이아름) | 철길 위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남자와 그 뒤에서 소리치고 있는 남자, 그리고 두 여인...무슨 관계인 걸까? /ⓒAejin Kwoun
컨셉사진_소리1(장우정), 중근(임기정), 준생(곽유평), 소리2(이아름) | 철길 위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남자와 그 뒤에서 소리치고 있는 남자, 그리고 두 여인...무슨 관계인 걸까?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아직도 친일의 잔재가 남아 있는 대한민국에서 안중근 의사와 그의 미래가 만나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연극 "준생"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권리장전2020친일탐구'의 첫번째 작품으로 포문을 열며, 관객들과 함께 진지한 고민을 나누었다.

미래에서 온 남자를 만난 안중근 /ⓒ이미지작업장_박태양(제공=권리장전)
미래에서 온 남자를 만난 안중근 /ⓒ이미지작업장_박태양(제공=권리장전)

안중근 장군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하루 전 날, 미래에서 왔다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안중근에게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려주며 거사를 포기할 것을 중용한다. 결코 거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안중근에게 그 남자는 놀랍고도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는데...

목소리를 담당한 이들에게서 나오는 소리는, 평범한 우리네 일반인들의 감춰진 속마음일는지 모른다.  /ⓒ이미지작업장_박태양(제공=권리장전)
목소리를 담당한 이들에게서 나오는 소리는, 평범한 우리네 일반인들의 감춰진 속마음일는지 모른다. /ⓒ이미지작업장_박태양(제공=권리장전)

준생(俊生)은 '뛰어난 사람, 영웅으로 태어나다'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친일파, 변절자의 뜻으로도 기억되는 역설적인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다'라고 만인 앞에 공표하고, 김구는 그를 반드시 '처단해야 할 적'으로 삼아 암살의 위험에서 편히 살 수만은 없었던 친일파로 기억되는 안중근의 아들 준생...  /ⓒ이미지작업장_박태양(제공=권리장전)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다'라고 만인 앞에 공표하고, 김구는 그를 반드시 '처단해야 할 적'으로 삼아 암살의 위험에서 편히 살 수만은 없었던 친일파로 기억되는 안중근의 아들 준생... /ⓒ이미지작업장_박태양(제공=권리장전)

어쩌면 자신 하나보다는 가족을 위해서 '친일'이라는 선택을 했었을지도 모를 준생의 이야기 속에서 오히려 가족마저 버리고 '애국'을 선택한 안중근 의사의 무겁디 무거웠을 고민의 무게가 더욱 느껴지게 만들었던 작품 "준생"은 영웅이나 위인으로만 기억되는 이들의 업적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애국'을 위해 그들이 피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것들이 세대에 걸쳐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포기의 시간의 이어짐'에 대해 우리의 책임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만든다. 

유해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는 사실과 남은 가족들이 고초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들을 모두 알게 된 뒤에도, 대의를 위해 거사를 결행하는 안중근의 결심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이기적인 결정이었을지 모른다.  /ⓒ이미지작업장_박태양(제공=권리장전)
유해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는 사실과 남은 가족들이 고초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들을 모두 알게 된 뒤에도, 대의를 위해 거사를 결행하는 안중근의 결심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이기적인 결정이었을지 모른다. /ⓒ이미지작업장_박태양(제공=권리장전)

우리는 '대의'를 위해서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는 일조차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일신의 희생 뿐 아니라 주변인들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일이라면 더더욱 내 뜻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친일'을 포장하는 일과 어떤 무게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지에 대한 고민은 별개라 여기고 싶다. 그들의 영달을 위한 선택의 시시비비는 가려야 하고 또한 잔재를 청산하는 것이 또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기에 그렇게 해야만 하지만 그들도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을 것이라 작은 이해는 보태고 싶다. 하지만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자손에 대한 보상과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지켰던 친일파의 자손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는 절대로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다.

"준생"을 함께 만든 사람들_신지철, 방무현, 준생(곽유평), 중근(임기정), 최병철, 정세혁 연출, 나미리, 소리1(장우정), 소리2(이아름), 김소윤 /ⓒAejin Kwoun
"준생"을 함께 만든 사람들_신지철, 방무현, 준생(곽유평), 중근(임기정), 최병철, 정세혁 연출, 나미리, 소리1(장우정), 소리2(이아름), 김소윤 /ⓒAejin Kwoun

'친일'은 과연 예술ㆍ표현의 자유를 넘어설 정도의 금기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권리장전2020친일탐구"는 한국 사회에서 친일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맥락과 반일감정에 대한 탐구에 방점을 찍고, '친일'이라는 표현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사유와 역사적 인물, 사건 및 작품 등을 복잡다단한 맥락 속에서 비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권리장전2020친일탐구"는 연극 "준생"에 이어 '저울단'의 "경부특급(京釜特級, 7.8~12)“, ‘연극집단 공외’의 “아버지의 이름(7.15~19)”, ‘프로젝트여기에서저기로’의 “Fairfarren:웰컴투원더랜드(7.22~26)”, ’추동력‘의 “패드립(7.29~8.2)”, ’사개탐사‘의 “뇌 까리다(8.5~9)”, ’산수유×철학극장‘의 “총독의 소리:국민적 인간의 생산(8.12~16)”, ’플레이바쏘(PlayVaso)‘의 “1984(8.19~23)”, ’권리장전2020친일탐구 축제위원회‘의 “(가제)어느 친일파의 하루(8.26~30)”, ’루씨드드림 문화예술협동조합‘의 “알츠, 하이!뭐?(9.2~6)”까지 총 10편의 작품들이 관객들과 함께 ’친일‘에 대한 예술・표현의 자유에 대해 고민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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