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습니다. < 주역(周易)> 건괘(乾卦)에 나오는 말로 높이 올라간 용은 눈물을 흘리며 후회를 한다는 말입니다. 너무나 높이 올라갔기에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용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입니다.

이번 미국 46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발버둥이 너무나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항룡유회’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 최강의 대통령쯤 되는 사람의 처사가 겨우 이 정도에 그친다는 것은 미국의 수치일 뿐이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실망을 안겨 준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법정투쟁을 다짐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나는 선거에서 이겼다. 큰 표차이로.”라면서. “합법적인 투표는 이겼는데, 민주당이 불법적인 투표지까지 개표하면서 승리를 훔쳤다.”고 주장합니다.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연방대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고 버티고 있네요.

달도 차면 기울고, 열흘 붉은 꽃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물러날 때를 모르는 모양입니다. 비단 이 문제는 트럼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모든 공직자나 대소 조직의 지도자 전부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권력의 맛에 도취된 공직자들이 종종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회한의 뒤끝을 남기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쉬운 것입니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제46대 대통령 당선자는 승리연설에서 성경의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세울 때가 있고, 수확할 때가 있으며, 씨 뿌릴 때가 있고, 치유할 때가 있다. 지금 미국은 치유할 때이다.”라고 했지요. 이 말은 지혜의 왕으로 일컬어지는 솔로몬이 썼다고 알려진 ‘전도서’ 구절이라고 합니다.

바이든은 선거기간 동안 첨예하게 찢기고 갈라진 미국의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성경을 이용해 ‘치유’를 강조했습니다. 그렇다고 대립과 분열의 정치를 지향한 트럼프의 병폐가 쉽게 치유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진심어린 트럼프의 참회와 패배를 받아들이는 승복(承服)이 전제 되지 않으면 화합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공직자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조선 정조(正祖) 시대는 탕평책(蕩平策)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여전히 어지러웠습니다. 선비들이 자리를 탐하기 때문에 정조도 “난진이퇴(難進易退)가 아쉽다.”고 탄식했습니다.

‘난진이퇴’는 ‘벼슬에 어렵게 나가고 선선히 물러난다.’는 뜻입니다. 어떤 자리를 제안 받았다고 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덥석 수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스스로 그 자리에 적임인지, 인사권자가 잘못 본 것은 아닌지, 그래서 결국 나라와 국민에 해를 끼치게 되고 스스로도 이름을 더럽히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맹자(孟子)가 말한 ‘행장진퇴(行藏進退)’도 같은 뜻입니다. 공직자는 나아감과 물러섬을 알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처신(處身)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공직자의 최고의 덕목인 것입니다. 그런데 ‘물러나고 싶어도 어지러운 세상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는 이유로 내려오는 것을 거부하는 지도자를 우리는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지도자 치고 제대로 그 자리를 유지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국민의 강력한 요구에 결국은 무너지고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 것입니다. 트럼프에게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비극을 알려주면 어떨까요? 링컨은 “그 사람의 인격을 알려면 권력을 줘보라!”고 했습니다. 권력을 맛보면 본성이 나오고, 권력을 쥐면 그의 사람 됨됨이가 오롯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조선의 재상 이원익은 “나는 평생 이익을 보면 먼저 그것이 부끄럽지 않은지 생각했다.”고 술회했습니다. 그는 오랜 동안 권력 핵심에 있었지만, 물러났을 때 누옥(陋屋) 한 채 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공직을 자신의 정치적 혹은 개인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악덕 공직자’들의 귀감이 아닐까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눈만 뜨면 자기 자랑을 했다고 합니다. 지난 7월 13일 와싱턴 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한 이후 3년 6개월 간 2만 번이나 거짓말과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팩트 체크팀은 “트럼프 취임 267일 째, 거짓이거나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이라고 판단한 사례가 누계로 2만55회에 달했으며, 하루에 16건에 해당한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어제 그는 또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선거부정 소송을 제기 했다고 합니다. 거짓은 무너질 때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진실은 천지도 없앨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만이 많으면 사람을 잃고, 외식(外飾)이 많으면 진실을 잃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잃으면 세상을 버림이요, 진실을 잃으면 자기를 버리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올라가면 내려 올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실하고, 공심 있으며, 오로지 덕을 쌓아야 합니다. 그러면 일할 곳이 없어 자리를 탐할 일은 없지 않을 까요!

<註>항룡(亢龍) : 하늘에 오른 용이라는 뜻으로, 지극히 높은 지위를 이르는 말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11월 1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