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지신(亡國之臣)의 망국병(亡國病)을 경계하라!

이정랑(논설위원, 중국고전 평론)
이정랑(논설위원, 중국고전 평론)

통치자가 ‘망국의 신하(亡國之臣)’를 쓰는 것은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하는 것과 같다. 망국의 신하는 자기중심적이다. 머릿속에 사적인 이익에 관한 생각만 꽉 들어차 있어 나라의 안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또한, 흑백을 뒤섞고 법리를 운운하며 개혁을 거부함으로써 어떤 훌륭한 계획도 성공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붕당을 조직하여 통치자를 압박하고 나라를 어지럽힌다. 이러한 간신적자는 틈을 보아 반역을 획책하며 나라를 멸망시키기도 한다.

사람의 음험함과 악독함은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다. 겉으로는 건실하고 규율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며 남에게 선량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통치자가 이런 겉모습만 보고 그들의 속마음을 통찰하지 못하면 그들의 기만과 유도에 의해 옳은 걸 그른 것으로, 흰색을 검은색으로 알고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은(殷)나라 주(紂)왕이 나라와 목숨을 잃은 것도 곁에 숭후호(崇侯虎)같은 망국의 신하가 있었던 탓이다. 숭후호는 주왕의 학정을 도와 은나라의 멸망을 앞당겼으니 이런 자가 총애를 받은 건 실로 군주의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통치자는 역사의 교훈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 똑같이 인재를 등용하면서 어떤 통치자는 인재 등용의 결과로 평안을 누리는데, 어떤 통치자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급기야 목숨과 나라를 잃는다. 이처럼 천양지차(天壤之差)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인재 등용의 잘하고 못함에 달려있다. 

망국의 신하를 쓰면 안 되는 것처럼 ‘불응하는 백성(不令之民)’도 써서는 안 된다. 불응하는 백성은 통치자의 명령에 불응할 뿐만 아니라 통치자의 명령으로 다른 사람에게 명령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허유(許由), 속아(續牙), 변수(卞隨), 무광(務光), 백이(伯夷), 숙제(叔齊)가 다 그런 자들이다.

하지만 나라는 발전해야만 한다. 정치의 안정, 경제의 번영, 과학 기술의 진보 등은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의 적극적인 실천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실로 오랜만에 국가다운 국가를 세웠고,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다운 대통령도 선출했다. 그러나 대통령 한 사람의 머릿속에만 미래의 청사진이 그려져 있으면 아무 결실도, 맺지 못한다. 국민도 국민답게 나라를 나라답게 바로 세우는데 멈추지 않고 진력해야 한다.

통치자는 마땅히 주공(周公), 건숙(蹇叔), 관중(管仲), 백리해(百里奚), 범려(范蠡), 대부 종(鍾) 같은 이들을 등용해야 한다. 그들은 군주를 위해 밤낮없이 동분서주, 했으며 법의 기강을 밝히고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다. 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 군주에게 충언과 좋은 계책을 올렸으며 통치의 방법을 훤히 꿰뚫고 있으면서도 뽐내는 일이 없었다. 아울러 성공을 거둔 다음에도 자신의 공로라 생각지 않았고 나라와 군주를 위해 자신의 집안과 생명까지도 아낌없이 희생했다.

그들은 항상 군주에게 절대적인 존엄을 유지하게 했다. 군주를 하늘이나 태산 같은 존재로서 조정 위에 군림하며 온 나라 백성들의 칭찬을 받게 했다. 하지만 그들 자신은 대단히 겸손해서 자그마한 명예로도 기꺼이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요즘 윤석열과 그를 추종하는 일부 검찰의 행태를 보면 망국지신으로 전락 좌충우돌하고 있는 꼴이다. 그들의 변명과 논리를 보면 검찰총장의 비위나 불법행위는 그 죄를 말하거나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인식이요 습성처럼 보인다. 전제군주 때 제왕이 휘둘렀던 생살여탈의 절대권력을 답습한 모습이요 역사관이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현직 검찰총장이요 검사는 설사 판사사찰 등 여타의 위법 부당한 사실이 있더라도 그것을 시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이를 징계하는 것 자체가 천만부당, 하다는 논리이다. 검찰권 위에는 그 어떤 법도 있을 수 없으니 다 무시하라는 것이다. 검찰왕국을 염두에 둔 위험한 발상이다. 그래서인지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에 검사징계법이 위헌이라며 위헌신청을 했고, 10일로 예정된 징계위원회의 징계절차도 정지해 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한 것이 아닌가?

윤석열과 일부 정치검찰에 빌붙어 연명해 온 야권과 수구 적폐언론 기레기들은 연일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저지하려고 사력을 다하여 기득권 지키기에 광분하고 있으며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혹세무민에 혈안이다. 적폐의 온상이 무너지고 범죄의 복마전이 없어지는 날 그들의 기생(寄生)도 끝장이기 때문이다. 적반하장도 이쯤 되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자가당착의 극치요 아전인수에 몰각된 철면피한 형태이며 도족자마(盜足自痲)가 아닌가!

그들은 결국, 그들의 사익과 절대권력을 위해 검찰개혁이나 사법개혁은 말해서도 추진해서도, 안되는 성역이요 금기사항으로 간주한다. 무서운 망국지신(亡國之臣)으로 망국지병(亡國之病)을 앓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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