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변 해안 스카이레일 승차장.(사진=김병호 논설주간)
죽변 해안 스카이레일 승차장.

푹푹 찌는 더위 속에 울진군을 찾았다. 울진은 성류굴이 유명하다. 영일군 근무 시절 계원 4명이 이곳에 와서 즐겁게 하루를 보낸 옛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금강송과 불영계곡, 이름난 명소들이 즐비한 곳이 울진군이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 일당이 해안 침투를 했던 곳도 삼척과 이곳 울진군이다.

불영계곡 중간쯤 삼근리라고 있는데, 삼근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첫사랑 연인이 이곳에 근무했다. 공군복무 시절 비포장도로를 20여 리 걸어 삼근초등학교에 와보니 시골 조그마한 학교에 풍금 소리가 나지막이 들리고 그 사람은 수업이 끝난 후라 반갑게 맞아준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생사를 알 길 없고, 이제 백발 할머니가 되어 옛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떤 모습일까? 순간 사무치는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오면서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죽변 해안에 잔잔히 일렁이는 파도를 뒤에 두고 울진 스카이레일 운행 현장에 도착했다. 일부 언론매체에 보도된 사실과 조금 상이한 철구조물이 재미있게 시공돼 있다.

그러나 답답한 것이 주차장인데, 너무 협소해 보인다. 밀려드는 관광객들 수용하기는 상당히 부족한 면수인 것 같다. 2층 사무실에 가봐도 그곳 역시 좁다.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 승강장은 이곳에 비하면 상당히 큰 편이다. 청풍호반 케이블카는 400여억 원 이상 투자된 시설이고, 울진 스카이레일은 200여억 원 정도 투자된 것으로 알고 있다.

관광객이 탈 수 있는 캐빈도 4인승으로 작은 편이며, 덕유산 곤돌라 캐빈 정도로 보면 별 무리없어 보인다. 캐빈 의자가 나무라서 왕복 4.8 킬로미터 앉아 있으려면 엉덩이가 아플 것 같다.

첫 운행을 앞두고 대기 중인 캐빈을 한 직원이 정비하고 있다.(사진=김병호 논설주간)
첫 운행을 앞두고 대기 중인 캐빈을 한 직원이 정비하고 있다.

30일은 아직 정비 중이라 운행하지 않았으며, 관계자 허락을 받고 일일이 들여다보니 아기자기한 부분은 있어 보인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해변의 낭만을 즐기기는 안성맞춤일 것 같다.

탁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동해의 짙푸른 바다,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를 열린 가슴으로 안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이곳을 한 번쯤 찾아보는 것도 이색적인 즐거움일 것 같다.

직원 안내 감사함을 뒤로하고 주차장에서 레일 쪽을 따라 해변을 걸어 봤다. 금방 전신에 땀이 범벅이 돼버린다. 부득이 카메라 줌을 접고 부리나케 차로 들어와 앉으니 그때야 정신이 돌아온다.

해안 스카이레일 개장일을 앞두고 염려스러운 것은 관광객들이 캐빈 안에 앉아 있으면 불가마에 앉아 있는 것 같지 않을까? 아무쪼록 울진군이 관광 기획 상품은 제대로 한 수 한 것 같다.

울진군수 스펙을 보니 이쪽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제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봤다. 제천 삼한의 초록길 사업비가 200억 넘게 집행됐지만 조잡스럽기 한량없는 반면, 울진 스카이레일 사업비 200여억 원을 잠시 비교해 보면서 쓴웃음 지었다.

똑같이 국가 예산 집행해도 울진 스카이레일은 신의 한 수로 보고 있다. 울진군이 주차장 시설만 확장할 수 있으면 당분간 별 어려움 없어 보인다. 죽변면 시가지 정비도 깨끗하게 잘 정돈됐다.

문제는 제천시다. 삼한의 초록길에 덕지덕지 덮어씌운 조잡스러운 시설물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 바뀌면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똑같은 국가 예산인데 관광 부가가치 창출은 울진군이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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