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마다 유불리 달라 사생결단, 선관위 중재안도 무위, 외연 포기 윤 후보 타격

[뉴스프리존] 국민의힘 대선주자간 경선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고 후보들간 대립이 격화되고, 정홍원 선관위원장에 대한 공정성 시비까지 일어나는 등 당내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범여권 지지층을 여론조사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은 경선 전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서병수 경선준비위원회 체제에서는 ‘역선택’에 대한 규정이 없었고, 최고위원회도 추인한 상태였다. 그러나 서병수 위원장이 후보간 갈등으로 중도사퇴 한 이후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선임되면서 ‘역선택 방지’ 조항은 ‘뜨거운 감자’에서 후보들간 사활이 걸린 사생결단의 문제가 된 것이다. 

처음 문제제기를 한 것은 최재형 후보였다. 지난 8월 중순 범보수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6위로 밀려나 5위까지 나오는 여론조사에서 빠지자 ‘역선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높게 나오지만 중도와 민주당 지지층에선 낮게 나오는 것을 근거로 ‘역선택 방지’를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범야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석열 후보는 ‘역선택’에 대해서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준석 대표 ‘패싱’ 등 갈등속에 서병수 경선위원장이 물러나고 정홍원 선관위 체제로 개편되면서 말을 아끼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범야권 내에서 홍준표 후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범야권 보수후보 적합도에서 오차범위 내 까지 좁혀지자 ‘역선택 방지’를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상황이다. 

윤 후보를 지원하는 권성동 의원은 1일 라디오에서 "우리 당 모 후보를 지지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실제 본선에 가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우리 당 후보 선정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끔 놔두는 것 자체가 정의에 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대선주자모습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대선주자모습. '역선택 방지' 논란은 윤 후보가 중도와 진보진영 외연 확장을 포기하는 선언과 같다.  

윤 후보측과 최 후보측이 ‘역선택’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혹은 범여 지지층의 표 이동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홍 의원이 최근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를 바짝 추격한 데 대해선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홍준표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며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히고 여론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지지율이 홍준표 후보한테 굉장히 높다"며 역선택을 의심했다.

이에 반해 홍준표 후보는 지속적으로 "대선 경선에 한번도 도입하지 않던 상식에 어긋나는 반쪽 여론조사 도입 시도는 이제 관두라"고 요구했다. 또한 정홍원 위원장을 겨냥해 "특정 후보 편들기 시도는 경선 파탄을 불러오고 이적행위로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유승민 후보 또한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 중재안에 대해 "저는 경준위 안을 토씨 하나 고치지 말라고 했다"며 "변칙적인 절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지지 정당을 묻는 방식 대신에 '정권 교체에 찬성하는가'라는 조항을 중재안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한 조사와 관련 조항이 없는 조사를 각각 진행해 합산하는 방식, 1차와 2차 예비경선(컷오프)에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 도 중재 카드로 거론된다.

일단 선관위는 역선택 조항 문제와 관련해 각 캠프의 공식 입장을 듣고, 오는 5일에는 정홍원 위원장이 직접 후보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선관위 방침에 유 후보측도 반격에 나섰다.

유승민 캠프 종합상황실장인 오신환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역선택 방지 도입 요구에 대해 "역선택 논란 자체가 우습다"며 "돌고래(윤석열)에게 유리한 프리패스를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윤 후보측 정진석 의원이 지지율이 높은 윤 후보를 '돌고래'에, 나머지 후보들을 '멸치'에 비유한 것을 비꼰 것이다. 

오 전 의원은 정홍원 선관위원장이 윤석열 후보와 사전 교감을 갖고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할 수 있다 보고 정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아울러 윤 후보를 돕는 정진석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캠프의 신지호 정무실장, 김경진 대외협력특보, 장예찬 청년특보 등이 과거 역선택 방지에 반대하거나 완전 국민경선을 주장한 바 있다며 "내로남불이 꼭 민주당 캠프같다"고 비꼬았다.

홍 후보도 페이스북에 연속적으로 글을 올려 선관위를 향해 "어떻게 하면 특정후보에 유리한지 시뮬레이션을 하는 데 힘을 쏟지 마시고, 공정 경선 관리를 위해 상호 (방송)토론 개시나 조속히 해주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홍 의원은 "추석 전에 적어도 방송 3사 토론은 해야 하지 않나. 국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것만 기다리고 있다"며 윤 후보측을 은근히 자극했다.

현재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자는 측은 윤 후보와 최 후보, 그리고 황교안 후보 3명이고, 나머지 후보들은 ‘역선택’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리하면 윤 후보와 최 후보측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자당 후보와 붙었을 때 경쟁력이 약한 이들을 고의적으로 선택하는 '역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 윤 후보로서는 범야권 보수후보 적합도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홍 후보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중도층과 젊은층에서 지지율이 좋은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은 결국 후보의 중도확장성을 무시하고 윤 후보를 위한 경선룰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은 후보마다, 특히 홍 후보와 유 후보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만약 ‘역선택 방지’ 조항이 적용되면 홍 후보와 유 후보는 격렬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판 전체를 흔들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역선택’이 포함되면 윤 후보는 ‘대세론’에 타격을 받을 것이고, 최 후보로서는 4인 컷오프도 장담 못한다. 어느쪽이든 필사적이다. 

정홍원 선관위가 어떤 해법을 내놓는다 해도 양쪽을 다 만족시킬 가능성은 적고, 갈등만 더 증폭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선관위로서는 최대한 어정쩡한 타협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홍원 선관위원장이 공정성에 휘말리게 되면 수습불가 상황까지 내몰릴 수도 있다.

어찌보면 ‘역선택’ 논란은 국민의힘이 현재 대선국면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범야권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거나, 하다못해 당내 장악력이 확고했다면 ‘역선택’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논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윤 후보가 될 것이다. 윤 후보(측)의 ‘역선택 방지’ 주장은 결국 중도와 진보진영에 대한 외연확장의 포기와 함께 지지층(집토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의 선회다. 그렇지만 홍 후보와 유 후보 등 여타 후보들의 집단 반발로 인해 잃을 것이 더 많게 될 것이다. 

입당 이후 지도부 ‘패싱’과 당 행사에 불참하면서 ‘프로불참러’, 경준위 토론회 개최에 반발하면서 ‘토론불참러’, 그리고 이제 ‘역선택 방지’ 강행으로 외연 확장 아닌 내부 갈등만 초래했다. 이 모든 것이 ‘처가리스크’에 ‘1일 1망언’으로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에서 기인한다. 

선관위는 5일 ‘역선택 방지’ 조항을 결정한다고 알렸다. 선관위의 ‘선택’을 지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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