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온라인뉴스팀] 서울지역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슬기(24·가명) 씨는 아나운서 지망생이다. 작년부터 1년간 학원을 다니며 준비했지만 방송국 채용 시험에 두 차례 낙방했다. 한 달에 100만원이나 드는 학원비 때문에 요즘은 부모님 볼 낯이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들인 비용과 시간이 아까워 올해까지는 도전을 계속할 생각이다.

이 씨는 “올해로 9학기째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이번 학기에도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논문을 제출하지 않는 방법으로 한 학기 더 대학에 다닐 생각”이라며 “등록금과 맞먹는 학원비까지 부모님께 도움을 받고 있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대학생이나 대졸자들이 취업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경쟁자보다 앞서야 한다는 취업 준비생들의 불안감 덕에 취업학원은 문전성시다. 이 씨는 “주변에는 3개월 과정에 300만원이나 드는 아나운서 학원을 2~3군데 다니는 친구도 많다”며 “아나운서 준비생의 99% 이상이 학원에 다니는데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학원에 목을 매게 만든다”고 귀띔했다.

갈수록 안정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을 부추긴다. 고용정보원이 기업별 구인통계를 분석한 결과 3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체의 비정규직 비중은 59.7%나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기업 입사 지원자 중 고작 3%만 취업에 성공한다. 대기업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취업학원들은 점차 전문화·세분화 되는 추세다. 취업보장을 미끼로 고액의 수업료를 받아챙기는 학원들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B학원은 특정 대기업과 금융권 취업 강의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A대기업 대상 심층면접반의 경우 1회(4시간) 강의에 30만원을 받는다. 강사진은 대부분 대기업과 금융권 인사 담당자 출신이다. 최근 국내 B은행에 최종 합격한 김영환(28·가명) 씨도 이 학원 출신이다. 그는 “자기소개서 쓰는 요령을 배우는 데만 30만원이 들었다. 학원비가 비싼데도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찾아오는 취준생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해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포기하기도 한다. 19일 노량진 학원가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만난 김문호(27·가명) 씨는 2년 전 서울의 한 사립대를 3학년까지 다니다 중퇴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대학을 중퇴한 뒤 홈쇼핑 업체에서 일해 봤는데 급여나 처우가 엉망이었다”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안정적 직장을 갖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도형(23·가명) 씨는 작년 6월 전역했지만 복학을 미루고 경찰 공무원 채용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 학원비로만 250만원 정도 쓴 것 같다”며 “부모님이 퇴직한 상태라 더이상 손을 벌리기 어려워 이달 말 있을 경찰 채용시험에 꼭 합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자퇴할 계획이다. 이 씨는 “나중에 방송통신대 등에서 학사학위를 딸 생각”이라며 “근무여건이나 처우가 좋은 기업이 많이 만들어져 공무원·경찰시험에 몰리는 청년들의 수가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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