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는 손' 이야말로 상상력의 출발"
옷에도 스스로 ' 바느질 장식' 주목받아
22일까지 갤러리 마리서 '예술제작'전

자신의 바느질이 더 해진 옷을 입고 있는 정길영 작가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정길영 작가를 생각하면 ‘생각하는 손’이 떠올려진다. 현대 미술가들이 그들의 출발점인 ‘장인’으로부터 너무 멀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리처드 세닛의 책 ‘장인’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뒤샹이 전시장에 기성품인 남자용 소변기를 가져다 놓으면서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이 되었다. 현대미술을 더욱 풍요롭게 해줬지만, 손은 퇴장하고 머리만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손과 머리의 조화가 건강한 상상력과 창조의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 리처드 세닛의 주장이다. 미적 감흥도 여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길영은 ‘손으로 생각하는’ 작가다. 4월22일까지 갤러리 마리에서 열리는 정길영 ‘포이에시스(예술제작)’전은 이같은 시각에서 마련된 전시다.

정길영 작가는 회화, 도자,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탈장르화를 시도한다. 드로잉 작품과 페인팅, 평면 도자에 그림을 그리고 굽는 도판화, 생활 자기에 그려내는 대담한 드로잉, 설치 작품과 미디어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작품 행위에 있어 중심은 ‘생각하는 손’이다.

“저는 한시도 가만히 있으면 손에 쥐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손을 움직이면서 생각의 나래를 펴야 비로서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는 중국의 도자메카 징더전(경덕진)에 10여 년간 머물며 작업을 해 왔다. 코로나사태로 잠시 귀국해 제주와 이천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겨울 제주에 머물며 손이 묶여 있다는 생각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때마침 눈이 많이 와줘 눈밭에 나뭇가지를 가지고 드로잉을 했습니다, 눈이 녹은 후에는 모래사장을 캔버스 삼았지요. 그것들을 도판이나 캔버스에 옮기는 일에 흠뻑 빠져 살았어요.”

그에겐 또다른 창작의 세계로의 여정이 됐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내면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불덩이 같은 작업이 됐다. 불과 흙에서 얻는 감흥 같은 것이다.

그는 옷도 구입한 대로 입는 법이 없다. 나름만의 손길이 가해져야 비로서 착용을 한다. 예를들어 손바느질로 사람형상의 브로치 같은 장식을 윗도리 목에 수를 놓듯 한땀 한땀 부착한다. 바지 아래단에도 실바늘로 형상을 새겨 입는다.

“저 나름대로 생각하는 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적 상상력의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 그에게 패션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호응힐 생각이 없다. 내심 패션쪽에도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뛰어들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영역의 파괴가 예술이지요, 상상력이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아요”

1963년 경상북도 경주에서 출생한 정길영은 영남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공동 전시를 해 주목받기도 했다. 2003년 우연히 도자기를 접한 그는 점토의 가소성과 가마 소성 후 변화무쌍함에 반해 모든 장르의 작품을 도자로 작업하는 길을 택했다. 도자를 평면 작업화한 도자회화의 물성적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이 현대미술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과의 호흡을 위해 생활자기 안에 사회와 시대상을 가미한 그림들을 담아내고 있다. 때론 익살스럽고 철학적이기도 하다. 명화를 패러디하기도 한다.

“청화 안료의 깊이감이 가장 매력적이지요. 깊은 심연에 빠져드는 기분을 즐깁니다. 새벽녘 검푸른 색감도 같은 이유에서 좋아합니다”

그는 지금 제주에서 캔버스 작업에 빠져있다. 청나라 도자 파편이 늘어붙은 사금파리 위에 그의 도자 자화상이 합체돼 있다. 역사적 유산을 모두 녹여내 창조의 에너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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