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금융권이 연말을 앞두고 수장 인사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5대 금융지주 중 NH농협, 우리, 신한 등 3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가 다가온 탓이다. 3사 모두 현 수장의 실적이 나쁘지 않아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변수가 없지는 않다.

첫 금융지주 회장 인사는 공교롭게도 NH농협금융지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임 손병환 회장의 2년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다. 현재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회장 임기 만료 40일 전인 오는 11월 20일 경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게 된다.

NH농협금융지주 손병환 회장이 지난 7월 15일 경기도 고양시 NH인재원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손병환 회장이 지난 7월 15일 경기도 고양시 NH인재원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김광수 회장 등 과거 농협금융 회장은 2년 임기 후 1년 정도 더 연장한 사례가 있어 손 회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962년생으로 다른 금융지주 회장에 비해 젊은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성과도 나쁘지 않다.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의 이성희 회장이 손 회장을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연임 가능성을 높인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24년 1월까지로 아직 1년 이상 남아있다.

게다가 2020년 3월 NH농협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9개월 만에 지주 회장에 오른 손 회장은 2012년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래 사실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문제는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농협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에서도 그동안 정부 낙하산 인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전에는 농협 출신인 초대 신충식 회장이 3개월 만에 물러난 뒤, 신동규·임종룡·김용환·김광수 전 회장까지 모두 옛 재무부 관료 출신들이 수장으로 선임됐다.

새 정부 출범에 공을 세운 경제관료들이 논공행상 차원에서 농협금융 회장 자리에 욕심을 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관료 출신이 다시 수장에 오를 경우 '관피아'(관료+모피아) 논란이 벌어질 수 있고, 노조 등의 반발에 대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왼쪽에서 3번째 ),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오른쪽에서 2번째),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맨 오른쪽),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회장(왼쪽에서 2번째), 농협금융지주 배부열 부사장(맨 왼쪽)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왼쪽에서 3번째 ),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오른쪽에서 2번째),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맨 오른쪽),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회장(왼쪽에서 2번째), 농협금융지주 배부열 부사장(맨 왼쪽)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3월에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임기를 마친다.

손태승 회장은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했고,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다시 출범하면서 회장과 은행장직을 함께 수행했다. 이어 2020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 조항을 없애면서 이후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고,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재출범을 이끈데다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끄는 등 경영 성과도 좋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았지만 이후 취소소송 1·2심에서 연이어 승소하면서 사법 리스크도 사실상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로 외부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도 줄었다.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중 송수영 변호사를 제외하면 모두 우리금융 지분 4% 내외를 가진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유진더블유유한회사 등 민간 과점 주주들이 추천한 인물들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보통 임기 만료 약 3개월 전부터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후보 선정 절차를 밟는 만큼, 오는 12월 초순께 최종 회장 후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부정채용 의혹' 관련 무죄가 확정되면서 사법 리스크도 해소됐다.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은행장들의 연임 여부도 주목된다. 우선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후임 은행장 후보는 12월 중순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되고, 회장·행장 최종 후보 모두 이후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된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역시 손 회장과 함께 12월 말에 임기가 만료된다. 농협은행장의 경우 통상 2년 임기만 채우는 것이 관례였지만 손 회장 연임 여부, 농협중앙회 내 역학 구도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후임 은행장 후보는 내년 2월 그룹후보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결정되고, 3월 주주총회 등을 거쳐 확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윤석렬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의 첫 대규모 CEO 인사다 보니 어느정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것인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라며 "내부에서는 기존 CEO들의 성과가 좋은 편이다 보니 낙하산 인사를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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