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 지난 시절 서민월급의 상징

현재 월급은 거의 통장이체로 지정된 날짜에 어김없이 수령된다. 그러나 현금으로 받던 시절, 회사에서 주는 ‘노란봉투’는 그 날을 학수고대하던 서민들 월급의 상징이었다. 이 노란봉투는 지난 2014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통해 재조명됐다. 쌍용차 노동자에게 전달된 해고통지서가 ‘노란봉투’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은 지난 2009년 77일간의 파업에 대해 사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2013년 법원으로부터 약 47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뉴스를 접한 독자가 모시사주간지 편집국에 4만7000원을 보내며, ‘10만 명의 힘만 합하면 노조원들을 적극 도울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을 돕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란봉투 캠페인’이 본격 촉발되었다. 

이처럼, 사쪽의 손해배상소송이 협상을 위한 강한 압박 무기로 전용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런 시도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7월 22일 노사 합의로 막을 내린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사태는 사측이 노조 집행부에 대해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새로운 갈등 국면을 맞았다.

이에 앞서 하이트진로 화물기사 노조가 지난 6월 2일 첫 파업에 돌입한 지 100일 만에, 지난 8월 16일 본사 옥상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24일 만인 지난 9월 9일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하이트진로 화물기사 노조는 사쪽과 손해배상 및 가압류 소송 철회에는 합의했으나, 노조의 핵심 요구였던 ‘임금 대폭 인상’ 요구는 포기했다

● 노랑봉투법 ‘2015년 19대 국회 첫 발의’

일명 노랑봉투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은 2015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그러나 당시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했던 새누리당이 “손해가 있으면 갚아야 한다”며 ‘민사법’의 측면만을 강조하며 반대해 입법이 좌절됐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7년 1월 18일 20대 국회에 다시 한 번 발의됐다. 이후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폐기됐다. 그리고 최근 21대 국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 개정안들이 새롭게 발의됐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에는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과 민주당 46명, 기본소득당 1명, 무소속 3명 등 56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노란봉투법’은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제외하고는 기업이 노조 쟁의로 손해를 입더라도 회사가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금번 노랑봉투법 핵심 개정 조항은 ▽ 합법적 노조 활동 범위의 확대 ▽ 법원 결정 손해배상의 기준 제시 ▽ 노조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 상한액 규정 ▽ 노동자 개인과 가족 신원 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이다.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업의 손배소와 가압류가 노동자를 탄압하는 기형적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노동쟁의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손해를 제외한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제한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과거의 노란봉투법들과 달리 적용 대상을 하청과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에도 적용 범주를 확대하면서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범주를 대폭 넓혔다. 입법안에 따르면 ‘사용자’의 범위가 확장되어 ‘근로계약의 형식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는 모두 사용자 개념에 포함된다.

또한 노란봉투법안에는 조합원 규모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액의 상한에 차별을 두는 내용도 있다. 영국 입법례를 참고한 것인데, 영국의 경우 조합원 5000명이 안 되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최대 3만 파운드(약 4700만원), 조합원 10만 명 이상인 곳은 최대 100만 파운드(약 16억원)까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이처럼, 노랑봉투법 찬성 측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노조활동을 좀 더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취지의 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계와 여당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기업의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고,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지난 9월 14일, 손경식 경총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은 국회에 노란봉투법 입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불법행위자가 피해를 배상하는 것이 법의 원칙인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법행위자만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해 경제의 근간을 훼손할 것”이라며, 분명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 ‘노란봉투법 입법화’ 전제 조건들

최근 전환기의 노동문제, 원‧하청 이중구조의 문제점 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는 점과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지형까지 맞물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2년판 노란봉투법은 과거의 노란봉투법에 비해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행 노동법은 하청・용역업체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원청・사용 사업주에 대하여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하청・용역노동자들이 원청・사용 사업주에 대하여 교섭을 요구할 수도 없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게 되면, 그것은 당연히 불법파업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동현실을 보면, 근로관계나 노사관계 측면에서 실질적인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는 원청 사업주는 산업안전, 산업재해, 단체교섭, 단체행동 등의 당사자도 아니고 대상자도 아니다. 노동법상 사용자가 아닌 관계로 모든 노동법상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하청・용역업체 노동자들은 생사여탈권까지 소유하고 있는 원청 사업주에게 노동권과 관련해서 무엇 하나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전무하다. 이에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현행법상 사측의 ‘다양한 고용 종사자’에 대한 교섭불인정은 지나치게 협소한 단체교섭 범위여서 ‘노측’을 합법적인 쟁의행위가 어려운 국면으로 내몰아 불법행위라는 멍에를 씌운다. 설상가상으로 막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법적으로 공정성과 형평성을 현저하게 훼손한 것이다.

월 급여가 고작 수백만원 수준인 노동자에게 파업의 불법 여부를 거론하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가압류 청구를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판결 여하에 따라 노조 피해가 너무 막대하다. 가뜩이나 영세한 하청 노조 등의 노동자들은 무슨 수를 쓴다 하더라도 이런 손해 배상은 불가능하다.

여당·재계와 보수언론은 이번 개정안이 부당하다고 연일 성토한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을 모조리 관용을 베풀자는 것이 아니다. 원청과에 불평등 하청의 구조적 모순의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노란봉투법에는 불법행위에 대한 것은 응당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정당한 쟁의행위조차 손배가압류로 노동3권을 막는다면 이번 분명 악법이다.

이번 개정안은 집단적 노동관계법 전반에 일대 혁신적 전환점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공명정대’한 사회구축을 갈망한다. ‘정부와 국회’ 역시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하에서 공정한 심판 역할을 무난히 잘 수행하는 것은 ‘매우 언제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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