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도로 비우고, 경찰들 대기”..."경찰관이 교통신호제어기를 조작하는 모습 확인"
"청장님 퇴근 임박 → 경찰관 출동 → 꼬리끊기(신호제어) → 청장님 퇴근 → 경찰관 철수"

[정현숙 기자]=  KBS에 윤희근 경찰청장이 매일 '황제 퇴근'을 하고 있다는 제보 한 통 접수됐다. 이에 KBS는 윤 청장의 퇴근길을 지난 14일부터 5일간 같은 시간대에 취재해 21일 물증을 잡고 보도했다.

서울 서대문역 부근에 있는 경찰청은 교통량이 적지 않은 곳으로 꼬리물기가 자주 일어난다. 오후 5시 30분쯤 경찰청 앞 순찰차 2대가 멈춰 서 있고 도로 한가운데선 교통순찰대 소속 경찰관이 경광봉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6시쯤 도로 위 파란 신호등이 아직 있는데도 직진하려는 차량을 경찰이 수신호로 막는다.

그렇게 도로가 비워지면 경찰청에서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좌회전해 나오는데, 건물은 경찰청이고, 차량은 윤 청장 관용차다. 한 경찰은 "청장님 퇴근하십니다. 퇴근하십니다. 퇴근하십니다"라고 알렸다.

경찰청 정문 앞의 '좌회전' 신호에 맞춰, 경찰관은 꼬리물기를 차단하고 윤 청장을 태운 관용차는 막힘없이 움직인다. KBS 취재 기간 중 윤 청장 퇴근 시간에 순찰차가 나타나고 별도의 교통경찰관이 배치되는 풍경이 똑같이 반복됐다.

이런 조치는 경찰청 앞에서만 아니라 윤 청장을 태운 차량이 지나가는 서대문역 사거리에도 등장한다. 역시 5시 반쯤 순찰차가 도착하더니, 출동한 경찰관이 교통신호 제어기를 조작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경찰은 윤 청장을 위한 단속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해온 '꼬리물기 단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퇴근 시간대 경찰청에서 차량이 나오는 것과 보행자들의 횡단보도 이용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어서, 교통 근무자를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해명을 종합하면 "혼잡시간인 오후 5시 반쯤부터 경찰청사 일대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윤 청장의 퇴근길과는 무관하다. 공교롭게도 윤 청장이 그때 퇴근했을 뿐"이란 입장으르 내놨다.

하지만 KBS는 "꼬리물기가 심각한 다른 시간대에는 경찰관들이 나와 있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폭설로 도로가 혼잡했던 21일 아침 출근 시간대에도 꼬리물기 단속은 없었다.

매체는 혹시 특정일에만 있었던 우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여러 차례 지켜봤다. 월/화/수/목/금 5일동안 지켜봤지만, 청장님 퇴근 임박 → 경찰관 출동 → 꼬리끊기(신호제어) → 청장님 퇴근 → 경찰관 철수로 패턴은 거의 동일했다.

한 관계자는 KBS에 "본청장님께서 퇴근길 경찰청에서 좌회전 신호를 세 번을 받고 나오셨다고 합니다. 경찰청장이 퇴근길에 신호 3번 받으면 화가 나는 나라, 대한민국"이라고 스스로 냉소했다.

관련해 네티즌들은 "경찰청은 꼬리물기 단속이라는데, 이건 누가봐도 경찰청장 퇴근시키는 행위"라며 윤희근 경찰청장의 퇴근길 과잉 의전에 야유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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