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징역 15년과 벌금 82억’ 특혜 면제받고 집으로..
"재벌에게 뇌물받고 수백억 횡령한 거물범죄자가 형을 다 치르지도 않고 법망을 빠져나온 것"
"염치가 있다면 미납된 벌금 82억원부터 납부..국민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용혜인 "부패정치인들에게는 법보다 더 높은 사면권을 주는 尹 ‘공정’..새롭게 청산해야 할 적폐"

[정현숙 기자]= 뇌물죄 등으로 수감 중이던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가 현직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사면·복권을 받고 서울대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17년 형기 중에 보석과 집행정지를 반복하면서 병원에서 보낸 복역 기간은 1년 8개월이 전부로 대단한 특혜다.

신년 특별사면으로 4년 9개월 만에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입원 치료를 받아온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신년 특별사면으로 4년 9개월 만에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입원 치료를 받아온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30일 이명박씨는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라며 "대한민국 번영을 위해 기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 동안 많은 분들이 특히 젊은층들이 절 성원해주고 기도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이 확정한 수백억원대의 다스 뇌물과 횡령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이 없었다. "송구하다"라는 발언에 대해 이씨의 측근은 "말 그대로 봐 달라. 혐의를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를 특혜 사면한 과거 수사 담당자 윤석열 대통령은 위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날 옛 이명박계이자 지금은 윤석열계인 권성동,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오 상임고문을 비롯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 태영호 의원까지 총 출동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즌2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명박계 인사들이 요직을 맡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 전 대통령이 ‘젊은 청년이 나라 걱정을 많이 해줬고,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큰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것이 결국 대한민국의 성공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잘 해달라’라는 말을 했다”라고 전했다.

야당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민분열" "대한민국 역사의 오점" "정의와 민주주의 사망" "삼권분립이 무력화된 날"이라며 풀어준 현직 대통령과 풀려난 전직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사면으로 대통합은커녕 죄를 짓고도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는 나쁜 선례만 남겼다는 평가로 '사면제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방금 전, 이명박씨가 죗값을 전부 치르지 않은 채 풀려나왔다"라며 "삼권분립이 무력화된 날"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재벌에게 뇌물을 받고 수백억 원을 횡령한 거물 범죄자가 형을 다 치르지도 않고 법망을 빠져나온 것"이라며 "정의와 민주주의가 거꾸로 선 석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외치던 '공정'과 '상식' 또한 사망했다"라며 "중범죄자, 부패정치인, 국정농단 핵심인사 사면은 국민통합은커녕 국민이 이룬 촛불혁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정치행위에 불과하고 그와 그를 사면한 정부 여당이 남긴 유전무죄의 법칙은 한국 정치에 지우기 어려운 큰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뇌물수수, 횡령 등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나라를 뒤집어 놓았다"라며 “사면, 복권되니 죄도 사라진 줄 아는 것 같다. 염치가 있다면 미납된 벌금 82억원부터 납부하라”고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자신을 깨끗하게 살아온,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라며 "자신의 사면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역사에 오점으로 기억될 것임을 명심하길 바라고 국민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이수진(서울 동작)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민분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취임하며, 국가운영 원칙으로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지만, 공정과 상식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우병우 등 헌정 질서 파괴범들 사면을 사례로 들면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추운 겨울에 촛불 들고 쟁취한 민주주의와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제왕적 사면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국정농단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권력 남용으로 국민을 억압한 자들을 사면복권하는 것이 국민 통합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앞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SNS로 "이명박씨는 국가수반의 지위를 휘둘러 수백억을 횡령하고 다스의 자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했던 중범죄자"라며 "그가 비리, 횡령, 뇌물죄로 징역 17년과 130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것이 불과 4년 전"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국민을 기만하고도 사과 한 마디 없는 이명박씨의 잔여형기 15년을 알아서 깎아주고 82억의 추징금마저 면제해주는 것이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하던 ‘법과 공정’인가"라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용 의원은 또 "단언컨대 노동자들에게는 법과 원칙으로, 부패정치인들에게는 법보다 더 높은 사면권을 주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이야말로, 우리가 새롭게 청산해야 할 적폐일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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