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김성우 기자=국민연금공단의 '입김'에 KT의 대표이사 선임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KT 이사회는 9일, 전체 회의를 열고, 차기 대표 최종후보로 구현모 현 대표를 확정했던 지난 결정 사항을 백지화하고 후보를 공개 경쟁을 통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심사하기로 했다. 또 이사회 내 KT 지배구조위원회는 후보자 명단과 단계별 심사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지배구조위는 10일부터 20일 오후 1시까지 우편 및 방문 접수를 통해 지원자를 공개 모집한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인선 자문단 운영을 통해 사내·외 후보를 검증할 방침이다. 자문단은 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 산업 분야 등의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심사에는 국내·외 주주 등 핵심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최적의 KT 대표이사 상(像)에 대한 의견을 활용할 계획이며, 공정성 제고를 위해 구현모 현 대표를 포함한 KT 사내 이사진은 심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지원 자격은 정관에 따라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력이 풍부하고 기업 경영을 통한 성공 경험이 있으며 최고 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정보 통신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이다.

압축된 후보자는 28일 공개한다. KT 이사회는 선정된 대표이사 후보 심사 대상자를 대상으로 다음달 7일 면접 심사를 해 대표이사 후보 한 사람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확정된 후보는 3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로 결정된다.

KT. (사진=연합뉴스)
KT. (사진=연합뉴스)

구현모 현(現) 대표는 이번 결정으로 두 번이나 합격 뒤 떨어지는 아쉬움을 겪게 됐다.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 13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차기 대표로 적격 평가를 받았지만, 단독 후보로 추천받는 대신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한 바 있다.

이후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 인사 14명과 사내 후보자 13명을 후보로 선정했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이들 27명의 후보를 심사해 같은 달 28일 주주총회에 추천할 차기 대표 후보로 구 대표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당시 심사위는 구 대표에 대해 "5차례의 연임 적격 심사와 7차례의 경쟁 심사 과정을 거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의 결정으로 차기 대표 후보 추천은 다시 원점부터 시작하게 됐다.

KT 이사회는 "현재까지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도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운영했다"면서도 "이번 결정으로 공개 경쟁 방식 적용, 사외이사 중심의 심사, 심사 결과 공개 등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보다 강화한 바, KT 대표이사 후보 선임 과정을 정기 주주총회 소집 공고 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ESG 경영 트렌드 변화에 따른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후속 조치로 그간 지속 발전시켜온 지배 구조 체계를 점검하고,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지배 구조 구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같은 KT 이사회의 결정 사항 백지화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입장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10.13%(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27일 기준)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지난해 12월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추천하기로 하자 강력히 반발했다. 국민연금공단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은 당시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서 기업 대표 선임 등에 반대한 사례들은 있었지만, 소유분산 기업의 대표 연임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 KT 사례가 처음이다.

여기에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하면서 KT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특정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소유가 분산돼서 지배 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구현모 대표의 재도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KT는 투명한 심사를 위해 응모자 명단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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