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은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를 뿌리째 흔드는 해악이다. 정치인들이 본래 목적보다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과도하게 내거는 정책으로서 재정 상태나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다. 그 폐해는 세대를 넘어 전가된다. 

국가와 가계, 기업 등 우리나라 모든 경제 주체의 빚 총액이 5000조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인정부의 포퓰리즘적 재정 운용 결과의 그늘이 짙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한국 책임자들이 우리나라의 채무 증가 속도와 고령화, 공기업 부채 등을 한국 재정의 위험 요인을 지목한 건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까지 증가해 한국의 신용평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4년 GDP 대비 한국의 국가채무(D1, 중앙+지방정부 부채) 비율은 58.3%로 60%에 육박한다. 

이런 실정임에도 총선을 1년가량 앞두고 정치권에서 유권자를 겨냥한 선심성 법안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여야 정치권이 재정 사업의 경제성 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해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마지막 빗장마저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여야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정부가 대규모 재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예타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999년 예타 제도가 도입된 이래 기준이 조정된 것은 24년 만에 처음이다.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을 현행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완화하는 게 골자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기준도 현행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완화하도록 했다. 특히 SOC 사업 범위의 경우 도로, 철도, 도시철도, 항만, 공항, 댐, 상수도, 하천 및 관련 시설에 대한 건설 공사로 규정했다. 개정안은 이르면 17일 기재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여야 이견이 없어 무난히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타 문턱이 낮아지면서 ‘선심성 퍼주기 사업’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포퓰리즘에 빠진 다수 국민은 경제적으로 궁핍해져야 포퓰리즘 폐해를 인식하게 된다. 심각한 건 이미 짜인 사회 시스템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다. 빵 한 조각이라도 더 던져주는 정치가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게 된다. 포퓰리즘으로 경제가 거덜 난 나라가 적지 않지만 남미 2개국을 보자.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의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면서 석유산업을 국영화하고 여기서 나온 돈을 무상복지에 돌렸다.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가 아닌 퍼주기 식 복지에 국가 자원을 무제한 투입한 셈이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0%를 기록해 생필품은 바닥났고, 국민은 국외 탈출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국가 붕괴 직전 상황이다.
아르헨티나는 또 어떠한가. 1930년대 세계 6위 경제대국이었으나, 지금은 25위로 추락했다. 넓은 국토(한국의 12배)와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진 나라였지만, 1946년 포퓰리즘 정책을 들고 나온 후안 도밍고 페론이 집권하면서 나라 운명은 급전직하했다. 아르헨티나는 민중민주주의 포퓰리즘 국가가 어떻게 추락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무려면 우리가 이런 국가를 원할까. 한데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정당은 되새기기 바란다. “참된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는 격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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