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이스하키에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스하키 유소년은 늘어나는데 이들이 갈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아이스하키 유소년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현재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아이스하키 유소년팀은 총 41개, 등록된 선수는 무려 900명이다. 이외에도 등록되지 않은 클럽 수까지 포함하면 초등학교 선수 수는 2,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반해 위쪽은 사정이 다르다. 2014년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아이스하키부는 8개였으나 선덕고와 신송고가 해체됐고, 2021년 보성고까지 없어지며 경기고, 경복고, 경성고, 광성고, 중동고 5개만 남았다. 대학팀과 실업팀도 마찬가지다. 대학팀은 한양대가 해체돼 연세대, 고려대, 광운대, 경희대 4개만 남았고, 남자 실업팀은 2021년 대명 킬러웨일즈(이하 대명) 해체에 이어 2023년 2월 하이원 아이스하키단(이하 하이원)까지 해체됐다. 이로써 이제 한국에 남은 아이스하키 남자 실업팀은 HL얀양 아이스하키단(이하 HL안양)이 유일하다. 여자 실업팀도 평창올림픽 직후 창단된 수원시청뿐으로 남녀 모두 국내 리그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이스하키는 위에서부터 무너지는 중

가장 먼저 해체된 실업팀은 대명이다. 대명은 2016년 창단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팀을 운영해 왔지만, 2021년 코로나19로 모기업 경영이 악화되며 결국 해체됐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팀을 일단 협회에 소속시킨 후 인수할 기업을 물색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었지만, 당시 협회장이 공석이라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협회장 공석 사태로 실업팀을 유지할 마지막 가능성마저 사라졌고, 2018-2019 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이하 아시아리그) 정규시즌 우승, 전국종합선수권대회 우승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이원도 대명에 이어 2023년 2월 해체됐다. 하이원은 2004년 강원랜드라는 이름으로 남자 아이스하키단을 창단해 아시아리그에 14년 동안 참가했다. 2018 평창올림픽 직후 해체됐다가 국내 선수들로만 팀을 구성해 2019년 재창단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실내스포츠 경기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아시아리그에서 탈퇴한 가운데 또 다른 실업팀인 HL안양이 아시아리그에 참가하며 하이원은 국내에서 경기를 치를 상대가 사라졌다. 이에 공익 목적으로 팀을 운영해왔지만,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학과 통합리그를 제안하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해체됐다.

대학팀은 현재 연세대, 고려대, 광운대, 경희대 총 4곳이 남아있다. 한양대가 2021학년도부터 아이스하키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며 사실상 해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해체 사유는 작은 규모의 리그와 다른 종목에 비해 적은 수의 참여팀이다. 한양대 아이스하키부가 해체됨으로써 KUSF 대학아이스하키 U-리그(이하 U-리그)의 규모와 참여팀 수는 더 줄어들었고,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한양대는 2019년도에 이미 팀 해체 의사를 비췄고, 2019년 이후부터는 U-리그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만류하거나 도와주는 데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 단체는 팀의 해체는 알고 있었지만 해체는 학교 권한이기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의견이었다. 아이스하키계가 리그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한양대의 해체도 막고 학생들이 갈 대학팀 하나를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관련 단체들은 학교 측 권한이라는 태도를 취했다. 경희대는 작년에는 14명의 선수 구성으로 U-리그 참가를 포기했으나 올해는 참가할 예정이다. 20~23명의 엔트리로 구성되는 아이스하키이지만 경희대는 올해 최소인원인 15명의 선수를 채웠다.

2023년 예정된 아이스하키 일정은?

2023년 예정된 일반부 대상 국내대회는 2023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 제68회 전국 일반부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 제43회 유한철배 전국일반부 아이스하키대회, 제78회 전국 종합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이다. 그러나 국내 실업팀이 단 하나만 남은 상황에서 대학부도 참가할 수 있는 전국 종합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회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현재 대한아이스협회에 공개된 경기 일정과 장소도 미정으로 나와있다.

총 4개의 팀이 참가하는 대학부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그러나 4개 팀이라는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고려대가 캐나다 리그에 참가하게 된다면 2022 U-리그와 마찬가지로 2023 U-리그는 총 3개의 팀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U-리그를 제외하면 대학부가 참가할 수 있는 국내대회는 제78회 전국 종합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가 유일하나 이마저도 하나의 팀만이 추가될 뿐이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는?

대한체육회가 2020년 아이스하키 협회장의 인준을 허가해 2년간 공석으로 유지되는 상황을 피했다면 최악의 결과는 맞이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명이 해체되지 않게 협회에 소속시키거나 하이원을 위해 대학과의 통합리그를 제안하고, 한양대의 해체를 막기 위해 도왔다면 국내대회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특히 대학부는 유소년팀과 실업팀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만큼 보다 탄탄한 U-리그 운영이 필수적이다.

아이스하키 관련 단체는 더 이상의 해체는 막고 리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유소년 선수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이 대학까지 진학해 엘리트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학팀을 창단해야 한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한국중고등부아이스하키협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의를 통해 아이스하키 대회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이다.

아이스하키는 동계종목 중 유일한 구기종목으로 해외에서는 가장 인기가 많은 동계종목 중 하나이다. 이러한 아이스하키를 한국에서 즐길 기회가 있다. 2023 수원 여자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가 4월 17일부터 23일까지 광교복합체육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대회에는 대한민국을 포함해 무려 6개국 선수 138명이 참가한다. 오는 29일부터는 2023 남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1권역 경기가 영국에서 진행된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통해 아이스하키가 더 활성화되고 평창올림픽 이후 흐려져 가는 관심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