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부터 21일…순천문화예술회관
이종능, 흙과 불의 인생·토흔의 창시자

[전남=뉴스프리존]김영만 기자= 한국의 대표적인 도예 작가로 세계 도자사에서 토흔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도예가 지산 이종능의 ‘순천만 토흔의 나들이’ 전이 5월 10일부터 21일까지 순천문화예술회관 1, 2전시실에서 열린다.

‘순천만 토흔의 나들이’ 포스터
‘순천만 토흔의 나들이’ 포스터. (사진=이종능 작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이종능 작가의 작품전은 세계적인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폴 테일러 박사가 극찬한 색다른 도예전으로 전시회 개최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폴 테일러 박사는 2015 워싱턴DC 한국문화원 K-Gally에서 열린 이종능 작가의 작품을 접하고 “처음 보는 유니크한 작품이라 행복하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세계가 신선했고, 특히 도자기 벽화는 기존의 도자기 모습을 탈피한 새로운 시도로 이 도예가의 창의적 감각에 찬사를 보낸다”고 뉴욕일보(2015.10.17.)를 통해 평한 바 있다.

이종능 작가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작가로 선정돼 아시아의 젊은 선수들에게 꿈과 설렘을 줬고 그해 KBS, NHK 합작 월드컵 홍보다큐 ‘동쪽으로의 출발’에서 한국 도자기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며 K –문화의 밑그림을 그렸다.

2022년 열린 2030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기원 행사에서도 음악은 BTS, 도자기는 이종능 작가가 참여해 성황리에 전시회를 마친 바 있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 작가로 영국 대영박물관을 비롯해 뉴욕, 도쿄, 아부다비, 두바이, 러시아 등의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이종능作 ‘우주의신비’ 48.5X55
이종능作 ‘우주의신비’ 48.5X55. (사진=이종능 작가)

이번 ‘순천만 토흔 나들이’ 전에는 2007년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연 달항아리 연작들과 세계 도자사에 유일무이한 토흔 달항아리, 몇 년의 산고 끝에 태어난 회화영역의 벽화 작품인 야수파의 거장 앙리마티스 오마주 작품, 벽화 등 40여 년 흙과 혼연일체를 이루며 새로운 흙의 미학을 추구해온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토흔의 창시자 이종능 작가는 누구인가?

 

지산 이종능
지산 이종능. (사진=이종능 작가)

“흙과 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흙은 곧 사랑입니다. 그리고 불은 열정입니다. 흙과 불은 곧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 작가 토흔의 창시자인 지산 이종능(65)작가는 흙에 대한 철학을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뉴욕, 워싱턴, 런던, 도쿄, 오사카. 두바이. 아부다비.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도예전을 개최해, 각국 최고의 큐레이터와 예술가 또한, 유력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이종능 작가는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한국의 미(美)를 전 세계에 알려왔다.

어떤 계파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창작 욕구를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는 도예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는 대학 4학년 때부터 한국 도자기의 메카인 경기도 이천에서 본격적인 흙 수업을 시작했다.

우리 도자기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인 90년부터 93년까지 모든 일을 접고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몽고는 물론 실크로드까지 답사하며 북방문화와 남방문화의 흐름을 체험하면서 열정적인 연구를 거듭했다.

이 작가는 “일본 도요지를 답사했을 때, 일본 박물관에서 우리 선조의 얼과 예술적 깊이가 담긴 도자기를 보면서 우리의 문화재가 강제로 건너온 과정을 생각하며 쓰린 가슴을 달랬었다”고 회고했다.

작가는 86년 KBS․NHK 공동제작 ‘고향을 어찌 잊으리’에서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간 가고시마 사쯔마 야끼의 대가 심수관 선생의 1대조 심당길 도공 대역으로 물레를 차면서 한국과 일본의 도자에 얽힌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종능 작가는 도예가로서 뜻밖의 참변을 만나 도예 인생을 포기할뻔한 순간을 맞은 적도 있다. 일본에서 도자기 수업 중 뜻밖의 사고로 도예가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는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한 마디를 잃게 된 것. 그러나 이 작가는 부단한 열정과 더 뜨거운 노력으로 손가락 절단의 운명을 극복하고 마침내 자신의 도예 세계를 열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의 명차 산지인 운남성(시수안 반나, 멍하이), 명요(건요, 길주요, 경덕진 등을 체험하고, 도자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끊임없이 던지면서 동양 3국의 도자문화의 깊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한 결과 국제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종능作 ‘소년의꿈’ 37x43
이종능作 ‘소년의꿈’ 37x43. (사진=이종능 작가)

2004년에는 KBS 세계 도자기 다큐 6부작 ‘도자기’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들조차 궁금해했던 도자기의 비밀을 직접 설계한 가마에서 세계최초로 풀어내 일반 시청자는 물론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2004년에는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23인(블룸버거통신, AIG, 3M회장 등)의 부부 찻그릇을 제작함으로써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고 전 세계를 돌며 경제적 관점뿐만 아니라 예술문화의 향훈에 심취한 그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도자의 진수를 보여 줬다.

2007년 9월, 대영박물관에서 백자 달항아리 특별전을 열어 자신만의 자유분방한 도예 세계로 또 한 번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우아하면서도 세상을 품은 것 같은 백색의 달항아리 계보를 잇는 달항아리 연작을 선보였던 일본의 도쿄, 오사카 전시회 때도 일본방송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아사이 방송은 지산의 토흔 작품과 도자철학에 감동해 방송시간을 특별히 황금 시간대에 할애했고,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오사카 역사박물관에서도 그의 백자 달항아리 작품을 소장했다.

2013-14년 미국 LA와 뉴욕 전시회를 통해 많은 미 주류사회 사람들과 미술전문가, 박물관 관계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로 인해 2015년 워싱턴 D.C 초대전을 가진 바 있다.

이종능作 ‘토흔 꿈을 찾아서’ 78x40
이종능作 ‘토흔 꿈을 찾아서’ 78x40. (사진=이종능 작가)

이종능 작가는 한국 도자기에 내재한 한국인만의 독특한 미의식이 ‘비대칭의 소박미’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도자기는 부족함이 만들어낸 균형, 조화의 절제미, 단순 소박미 그리고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아름다운 선만 살려내려는 꾸밈없는 자세에서 우러나온 미를 품고 있습니다. 때문에 더욱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친근한 아름다움이 있지요”라며 작가의 작품세계를 ‘토흔’과 달항아리 등의 작품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현재 ‘피츠버그 국립 민속 박물관’, ‘중국 향주 국립다엽박물관’, ‘일본 오사카 역사박물관’ 등지에 소장돼 있는 그의 작품에 대해 각계의 평가들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술사 황규성(전 리움 미술관 연구원)교수는 “세계 도자사에 찾아보기 힘든 유형”이라며 이 작가의 독특한 도자세계인 ‘토흔’에 대해 “강렬하면서 동시에 비대칭의 소박미를 머금고 있다”고 역설했다.

작가 최인호 선생은 "도예가 이기 보다는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내는 창조자로서의 면목이 있다. 지산에게는 자신의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 치열함, 거짓을 모르는 참 빛이 있으니 육신을 태워 불가마 속에서 하나의 등신불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이 시대의 소중한 장인이 되어 줄 것이다"고 평했다.

또 이상문 KBS 감정위원은 그의 저서 골동이야기(2012)에서 “토흔이란 이종능 도예가의 독창적인 흙의 세계다. 비대칭의 소박미를 추구하는 토흔은 흙의 흔적, 세월의 느낌, 간절한 기도로 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모든 흙은 고열(1250도 이상)에서 원래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유약의 색에 의존하지만 토흔은 태초의 그 색을 불 속에서 그대로 간직하면서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도예 세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작품은 후대에 한국의 훌륭한 문화재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세계 어디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고 평했다.

‘일본의 살아있는 도자기 인간 국보’로 칭송받고 있는 가토 코오죠는 2010년 도쿄 전시회 때 KBS와의 인터뷰에서 “지산의 작품은 강렬한 힘과 동시에 소박하고 순수함을 보여 주는 매력이 있다”고 극찬 했다.

‘빛은 동방에서’라는 주제로 경주에서 열린 도작 35년전에서는 자신의 독창적인 도자세계인‘토흔’작품과 차도구를 비롯해 2007년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선보였던 우아하면서도 세상을 품을 것 같은 백색의 달항아리의 계보를 잇는 일련의 달항아리 연작들과 몇 년의 산고 속에서 탄생한, 회화의 영역을 개척한 벽화 작품 등 100여 점을 선보였다.

2020년 2월, 아부다비에서 한·UAE 수교 40주년 기념으로 열린 지산의 도예 전시회는 많은 문화 외교계 관계자, 왕족 등 많은 이들이 유니크한 지산의 토흔 작품에 매료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도예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동인들에게 우리의 아름다운 도예문화를 선보이면서 신선한 충격을 줬고 양국 문화 외교에 일익을 담당했다.

“도예가란 나의 직업이 아니라 내 마지막까지 함께 가는 길동무”라고 말하는 이종능 작가는 자신만의 흙의 세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의 경쟁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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