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 개인전 30일~ 7월 29일 표갤러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만화경을 보듯 한발짝 더 다가가서 봐야 한다. 가방안에 작은 창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다른 공간, 즉 작가가 표현하고자하는 진짜 소우주가 펼쳐진다. 우리는 지극히 작은 이 공간이 품고있는 광활한 이야기에 끌려들어가게 된다.

'진동하는 모서리에 관하여'( 54 x 40 x 16 cm LED lamp, Arduino, speaker etc 2023)
'진동하는 모서리에 관하여'( 54 x 40 x 16 cm LED lamp, Arduino, speaker etc 2023)
(진동하는 모서리에 관하여의 클로즈업 이미지)
(진동하는 모서리에 관하여의 클로즈업 이미지)

차민영 개인전 ‘Vibrating Suitcase Cells’가 30일부터 7월 29일까지 표갤러리에서 열린다.

가방은 단순한 사물이기를 넘어서 개개인의 우주를 담고 있다. 그 안에는 취향과 습관, 생각이 담겨있으며 가야할 곳과 해야 할 일에 따라 가방이 바뀌기도, 내용물이 달라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가방을 사용해 작업해온 작가는 고착화된 기존의 작품에서 탈피하기 위해 생명체가 세포를 분열하여 증식하듯 그의 작업을 확장시켜 왔다.

작품을 위해 모은자료, 이미지, 과정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우연적으로 아름다운 조형미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작업이 끝난 후 소멸하는 세포처럼 완성작 뒤로 사라진다. 세포가 복제하고 분열하듯 디지털 이미지를 변형 툴과 색상 필터를 사용해 편집한 작품은 익숙해진 작업 방식과 루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하며 생장을 거듭하는 ‘가방세포’인 것이다.

'Inclined Horizon-탐사선 23호-R'( 145 x 165 x 100 cm Stainless steel, LCD monitor etc 2023)
'Inclined Horizon-탐사선 23호-R'( 145 x 165 x 100 cm Stainless steel, LCD monitor etc 2023)
(탐사선 23호-R의 클로즈업 이미지)
(탐사선 23호-R의 클로즈업 이미지)

‘Inclined Horizon’시리즈는 먼 미래 지구 자전축의 경사각 변화로 시스템에 균열이 생겨 더 이상 인간이 지구에 머물 수 없게 된다는 설정을 기반한다. 특히 대표작인 ‘탐사선23호’는 원형 창을 통해 지구의 빙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어쩌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경각심과 우려를 일으킴과 동시에 묘한 향수와 그리움이 느껴진다. ‘진동하는 모서리’는 NASA의 탐사선 인사이트(Insite)호가 화성 표면에 지진계(SEIS)를 배치하여 채집한 지진파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한 사운드와 그 소리를 LED로 시각화한 주파수에 따라 깜박이거나 조도가 변화하는 조명을 통해 견고한 가방에 가려진 미세한 진동과 붕괴의 조짐을 암시한다. 이처럼 차민영의 ‘가방’은 인류 미래에 대한 상징체처럼 다가온다.

'탐사선 23호-H'(55 x 130 x 52 cm Wood, steel, LED lamp etc 2023)
'탐사선 23호-H'(55 x 130 x 52 cm Wood, steel, LED lamp etc 2023)
(탐사선 23호-H의 클로즈업 이미지)
(탐사선 23호-H의 클로즈업 이미지)

차민영의 가방은 물질 그 이상으로 하나의 우주이자 한 사람의 무의식이 담긴 사적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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