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총경회의' 주도했다가 징계→좌천성 인사까지
"경찰 중립 주장하는 서장들 입에 재갈 채우려 지속적인 보복, 블랙리스트 관리"
"경찰 조직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고자 사퇴", 이번 사태 관련해 책 집필 중 밝혀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지난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징계를 받은데 이어 '좌천성 인사'까지 당한 류삼영 총경이 최근 총경 전보 인사를 '보복 인사'로 규정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류삼영 총경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경찰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5년간 경찰조직의 일원으로 사명감을 갖고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최근 경찰 중립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려웠다"며 "감히 14만 경찰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사직을 결심하게 됐다"며 사직을 발표했다. 이번 기자회견 현장에는 경찰 직장협의회 관계자 8명이 동행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징계를 받은데 이어 '좌천성 인사'까지 당한 류삼영 총경이 최근 총경 전보 인사를 '보복 인사'로 규정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징계를 받은데 이어 '좌천성 인사'까지 당한 류삼영 총경이 최근 총경 전보 인사를 '보복 인사'로 규정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류삼영 총경은 이날 기자회견을 연 데 대해 "최근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경찰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국민의 관심과 격려를 호소하기 위함"이라며 "우리 경찰이 처한 최근의 가장 큰 위험은 경찰의 본질인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류삼영 총경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시행령을 통해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신설됨으로써 힘들게 쌓아온 경찰의 민주화 역사가 무력화되고 있다"며 "역사적 퇴행인 경찰국 신설에 즈음하여 우리 총경들이 의견수렴하였다는 이유로 지난 2월 인사에 이어 이번 인사에도 보복 인사가 강행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류삼영 총경은 "경찰의 중립을 주장하는 경찰서장들의 입에 재갈 채우기 위해 지속적인 보복을 하고 있다. 이는 누군가 경찰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면서 경찰청장의 직권인 경찰서장 정보권한을 제한하면서 보복하는 것"이라며 "이런 것은 경찰서장들 사기를 죽이고 조직에 반기를 든 사람들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이기에 수긍할 수 없다. 저뿐만 아니고 우리경찰 조직이 수긍할 수 없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류삼영 총경은 "경찰 조직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고자 사퇴하겠다. 오늘부로 사퇴하겠다"라며 "다시 한 번 호소드린다. 우리 경찰이 권력의 경찰이 아니고 국민의 경찰이 되도록 여러분의 관심과 감시와 격려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7월 류삼영 총경(당시 울산중부경찰서장)은 총경회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최근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112 상황팀장은 지난해까지 총경보다 한 계급 낮은 경정급 간부가 담당하던 자리다. 류삼영 총경 외에도 총경회의에 참석한 이들 역시 줄줄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7월 류삼영 총경(당시 울산중부경찰서장)은 총경회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최근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112 상황팀장은 지난해까지 총경보다 한 계급 낮은 경정급 간부가 담당하던 자리다. 류삼영 총경 외에도 총경회의에 참석한 이들 역시 줄줄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류삼영 총경(당시 울산중부경찰서장)은 총경회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최근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112 상황팀장은 지난해까지 총경보다 한 계급 낮은 경정급 간부가 담당하던 자리다. 류삼영 총경 외에도 총경회의에 참석한 이들 역시 줄줄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여론의 의견수렴없이 시행령으로 강행한 '경찰국' 신설은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퇴행하는 조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존 경찰위원회가 맡았던 경찰 주요정책에 대한 최종결정을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도록 변경한 것으로, 거대 경찰조직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구설을 낳았다. 이는 노태우 정권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조치로 해석됐다. 

류삼영 총경은 사직 이후 계획에 대해 "사직을 안 해봐서 어떤 직무가 주어질지 모르지만 조직 내에서 입에 재갈 물리고 했던 이야기를 조직 밖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 계획"이라며 "경찰국 사태와 관련된 책을 쓰고 있다. 책 통해서,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활동 통해서 경찰에 피가 되고 살이 되고 국민께 도움되는 일에 힘 아끼지 않겠다"라며 부당함을 알릴 계획임을 전했다.

류삼영 총경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총선 출마설’ 등에 대해선 “정치와 관련해서는 제가 정치할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다. 정치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는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찰청 민원실을 통해 사직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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