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달고 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1947 보스턴’

[임순혜의 영화나들이]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가슴벅찬 여정 ‘1947 보스턴’

추석을 맞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 ‘1947 보스턴’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알린 영화 ‘쉬리’를 통해 첩보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한국 전쟁영화를 대표하는 ‘태극기 휘날리며’로 역대 두 번째 천만 관객을 동원,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강제규 감독이 ‘장수상회' 이후 8년 만에 제작한 영화다.

‘1947 보스턴’은 1947년 4월 19일, 8개국에서 온 156명의 선수가 42.195㎞를 달렸고, 가슴에 'KOREA'(한국)와 태극기를 단 생소한 나라의 선수가 2시간 25분 39초. 세계 신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한 역사적인 날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혼란한 정세 속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통해 우리의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도전에 나선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감독(하정우)과 동메달리스트 남승룡 선수(배성우 ), 사상 최초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새기고 국제 대회에 참가한 국가대표 마라토너 서윤복(임시완)의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강제규 감독은 ‘1947 보스톤’에서 전 세계에 우리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그저 온몸으로 달리는 것뿐이었던 시대, 광복 이후 한국과 태극기를 달고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첫 사례로, 대한의 독립을 알리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던 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재현해 감동하게 한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 (BOSTON MARATHON)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매년 4월에 개최되는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다. 1775년 4월 19일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이 보스턴을 공격하자 주민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나가 맞서 싸웠고, 미국은 그 날의 애국적 투쟁을 기념하기 위해 4월 19일을 ‘애국자의 날’로 지정하고 각종 행사를 개최, 보스턴 마라톤도 그 행사 중 하나로, 1897년에 제1회 대회가 열렸고 올림픽 경기 대회 다음으로 오래된 대회다.

한국은 손기정 감독의 지도 아래 1947년 서윤복 선수가 세계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고, 1950년에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선수가 나란히 1~3위로 세계를 제패했으며, 2001년 이봉주 선수가 케냐의 11연패를 저지하고 우승을 기록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세계 신기록을 세운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하정우)은 하루아침에 민족의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다.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시상대에서 화분으로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렸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 1947년 서울, 손기정은 제2의 손기정으로 촉망받는 서윤복(임시완)에게 일본에 귀속된 베를린 올림픽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고 뛰어 보자고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나가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운동화 한 켤레 살 돈도 없던 대한의 마라토너들은 미국 보스톤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1947 보스톤’은 모두가 아는 마라톤 영웅 손기정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마라토너 남승룡과 서윤복, 세 선수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다루며,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기까지의 가슴 벅찬 여정과 실제를 방불케 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선사한다.

1947년 보스턴의 기적을 이끄는 한국 마라톤의 전설 손기정 역은, ‘추격자’, ‘국가대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암살’, ‘1987’ 등 실화를 모티브로 한 여러 작품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떨친 하정우가 맡아,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달려야 했던 나라 잃은 선수의 울분부터 해방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국제 대회의 출전을 이끄는 감독의 리더십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불굴의 마라토너 서윤복 역은, 영화 ‘변호인’,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비상선언’, 드라마 ‘미생’, ‘런 온’, ’트레이서‘ 등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 임시완이 맡아,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는 마라토너의 단단한 정신력과 뜨거운 투지로 승리하는 연기를 펼친다.

국가대표팀의 든든한 지원군 백남현 역은, ‘전우치’, ‘이끼’, 드라마 ‘킹덤’, ‘스위트홈’, ‘마이네임’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개성 있는 연기와 친근한 매력을 과시하는 배우 김상호가 맡아, 통역부터 훈련지원, 교통편과 숙식 제공까지 미국 보스턴 현지 코디네이터로 활약하며 극에 유쾌한 활력을 부여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남승룡 역은 배성우가 맡아, 손기정을 보좌하며 서윤복을 지지하고 용기를 주고 격려하는 역을 연기하며, 서윤복과 핑크빛 기류를 형성하는 옥림 역으로는, 드라마 ‘스토브리그’, ‘연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이 특별출연해,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 ‘1947 보스톤’ 언론시사회에서, 김상호, 강제규 감독, 임시완, 하정우

‘1947 보스톤’은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국가부도의 날’ 등 시대상을 스타일리시하게 담아내는 최찬민 촬영감독과 ‘히말라야’, ‘공작’, ‘스윙 키즈’, ‘헌트’ 등의 작품에 참여한 박일현 미술감독이 가세해 1947년 서울과 보스턴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 외, ‘설국열차’, ‘신과함께-죄와 벌, ’헌트‘,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류재환 VFX 슈퍼바이저가 참여 해, 당시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레이싱 코스를 비롯해 국내외의 다양한 공간의 규모감과 현장감을 실감나게 구현해 내며, CG, 분장, 의상 등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실존 인물의 고유한 특성을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