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인생을 허비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저에게 잘못이 있다면 ‘인생을 낭비한 죄’일 것입니다. 그 죄를 씻기 위해 늙어 촌음(寸陰)을 아껴 오늘도 열심히 ‘덕화만발’을 씁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이 일 때문이지요.

오늘을 마지막처럼 사는 사람에게는 내일을 염려할 일이 없습니다. 용납하지 못하거나 용서하지 못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을 마지막처럼 사는 사람은 욕심이 없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평안합니다.

독일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황제의 비서 실장을 맡아 일하던 공작이 있었는데, 황제가 그 능력을 높이 사서 총리로 삼았습니다. 그러자 그가 교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그를 싫어했지요.​

공작이 어느 날, 사냥 갔다가 작은 교회를 발견 했습니다. 교회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 십자가에 빛과 함께 3이란 숫자가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그는 자기에게 남겨진 날이 3일 밖에 없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남겨진 3일 동안 천사처럼 살았습니다. 총리로서 황제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3일이 지났어도 죽음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3일이 아니라 3개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개월을 천사처럼 살았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천국처럼 변했습니다. 3개월이 지났습니다. 아직 죽음이 찾아오지 않았지요.​

그러자 이번에는 3년이라고 생각하고 3년을 천사처럼 살았습니다. 3년이 지나는 동안 황제가 감동하였습니다. 신하들과 국민도 감동하였습니다. 마침 황제가 병으로 죽게 되었는데, 황제는 총리를 다음 황제로 세우라고 유언을 하게 됩니다.​

그때 신하들과 국민이 기뻐하며 황제의 유언을 받들었습니다. 3년이 되는 날 총리는 황제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1314년 프랑크푸르트의 다섯 제후에 의해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로 추대된 ‘루드비히(Ludwig)’ 황제입니다.

또 하나의 예화(例話)가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많은 명언을 남겼고 지금까지 존경 받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가 가장 존경한 사람은 바로 친구 집에서 일하던 하인입니다. 어느 날, 셰익스피어가 오랜만에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미리 연락하지 못해 친구가 집에 없었습니다.

그 집 하인은 주인이 곧 오실 거라며 집안으로 안내했습니다. 기다리는 셰익스피어를 위해 하인은 따뜻한 홍차와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쟁반에 담아 왔습니다. 책까지 담아다 준 하인의 배려에 셰익스피어는 감동했고, 하인은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친구가 돌아오지 않자, 셰익스피어는 차를 한 잔 더 마시려고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눈앞의 광경에 매우 놀랐습니다. 아무도 없는 부엌에서 그 하인은 양탄자 밑을 청소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양탄자 밑은 들추지 않는 이상 더러움이 보이지 않아 청소할 필요가 없는 곳입니다. 주인과 동료들이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하인은 자기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큰 감동을 한 셰익스피어는 이후로 사람들이 그에게 성공의 비결과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할 때마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혼자 있을 때도 누가 지켜볼 때와 같이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지,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자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인생은 웃으며 살던 울면서 살던 나의 선택입니다. 짜증 내며 살던 즐겁게 살던 나의 몫입니다. 불평하며 살던 즐겁게 살던 나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웃으며 살며 묵묵히 나의 일을, 하면 삶이 즐거워집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나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부처는 사생일신(四生一身)이란 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세세생생 인천 대중이 다 받들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되지만, 범부 중생들은 늘 상대를 짓고 살아가기 때문에 서로 간에 헐뜯고 해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내 마음 안에 욕심과 사악한 마음이 있는 한 그 무엇과도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 즐거운 것은 좋아하고 괴로운 것은 싫어합니다. 그런데 어느 누가 독하고 악하며 항상 상대심이 치성한 사람에게 다가갈까요? 언제나 내 마음을 비우고 비워서 진심과 천진 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도와 덕을 행한다면 세상은 그 불 보살의 품 안에서 낙원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곧 한해가 마무리됩니다. 우리에게도 얼마의 시간이 더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루하루를 처음 맞이하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마지막처럼 살아가면 마침내 우리에게도 찬란한 영광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갈 때가 다 된 오늘에도 죽기 살기로 덕화만발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젊은 날 ‘인생을 낭비한 죄’를 조금은 용서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단기 4356년, 불기 2567년, 서기 2023년, 원기 108년 12월 19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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