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대립각 형성
친윤·중진들 ‘희생’ 압박

[서울=뉴스프리존]최문봉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수락연설을 통해 내년 총선 불출마와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이날 수락연설에서 “오늘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선민후사(先民後私)를 실천하겠다”며 “지역구와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달라야 한다”며 “우리 당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시는 분들만 공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분들은 즉시 출당 등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선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지도부와 총선 출마 희망자에 대해 불체포 특권 포기를 요구한 적이 있다. 따라서 한 위원장의 '불체포 특권 포기' 발언은 '혁신을 하겠다'는 의미가 있지만 현재 강력한 야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약속했다가 9월 20일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달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이 대표는 6월의 약속이 '국회 비회기 기간에 구속 영장 심사에 응하겠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약속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한동훈 국힘 비대위원장이 정계 데뷔 첫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을 언급한 것은 이 대표의 '말 바꾸기'와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면서 대립각을 세우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사와 피의자' 프레임과도 연결된다.   

여기에 총선 불출마 선언이 더해졌기 때문에 한 위원장이 총선을 넘어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가에선 그가 총선 승리를 이끈다면 자연스럽게 여권 대선 주자로서의 위상을 굳히게 될 것으로 본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불출마는 한 위원장이 정치생명을 걸고 내년 총선에 크게 베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만약 승리한다면 대선행보에 순풍이 불것이고 패배한다면 대선 도전이 아예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위원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다른 한편으로 당내를 압박하는 카드도 될 수 있다.이와 관련해 여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며 총선에서 현역을 대거 물갈이하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데 따라 친윤·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가 나올 수 있다”며 “'국힘이 잘하는데도 억울하게 뒤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등 연설에 담긴 여당에 대한 비판적 평가 역시 현역 의원 상당수를 교체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고 말했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당 지도부, 중진·친윤 의원들의 ‘희생’을 요구했지만 이에 호응한 인사는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유일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수락 연설 직후 경북 안동·예천의 초선 김형동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김 의원은 1975년생으로 한 위원장보다 두 살 어리다.  ‘586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내세운 한 위원장이 첫 당직 인선에서 70년대생을 선택한데 따라 앞으로 여당내 세대교체가 추진될지도 주목된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국민’이라는 표현 대신 ‘동료 시민’이라는 표현을 10차례 썼다. ‘동료 시민(fellow citizens)’은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의 연설에 등장하며 평등한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개인을 강조한 표현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대전을 찾아 “‘여의도 사투리’가 아니라 5000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했는데, 정치인으로 데뷔한 이날 기성 정치권과는 다른 용어를 쓴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