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하는 일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하고 그만두거나 대충 하여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끝장을 보지 못하고 물러나면 인생의 성공은 결코 바랄 수 없지요.
고스톱 화투 장의 ‘비 광(光)’ 그림에는 도복(道服)을 입고 우산을 받쳐 들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일본인 ‘오노 도후’로 ‘미치카제’ 라고도 부릅니다.
전설에 의하면 서예가의 길을 걷던 그가 어느 날 마음이 극에 달해 “에라 모르겠다. 이젠 더 못하겠다. 집어치워야지. 내가 글을 잘 써 뭐하나?” 하고 일어나 밖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습니다. 그때 밖에는 비가 뿌려 댔고, 그는 비참한 심정으로 우산을 들고 한참을 걸어갔습니다.
그때 빗물에 불어난 개울 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드리워진 버드나무를 잡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에 젖은 버들 가지는 미끄럽고 너무 높아 아무리 애를 써도 잡히 질 않았지요.
이런 개구리를 보고 ‘오노 도후’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어리석은 개구리 같으니 노력할 걸 노력해야지… ’ 그런데 그때 갑자기, 강한 바람이 휘몰아치며 버들 가지가 휙~하고 개구리가 있는 쪽으로 휘어지자, 이때를 놓치지 않고 버들 가지를 붙잡은 개구리는 죽을 힘을 다해 버드나무로 기어올랐습니다.
그걸 지켜보던 오노 도후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아! 어리석은 건 개구리가 아니라 바로 나로구나! 한낱 미물에 불과한 개구리도 목숨을 다해 노력한 끝에 한 번의 우연한 기회를 자기 행운으로 바꾸었거늘, 나는 저 개구리처럼 노력도 해보지 않고 이제껏 불평만 늘어놓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행운이 따른다는 의미로 ‘운도 실력의 일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혹시 ‘내가 남의 행운 만을 부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오노 도후’는 그 길로 다시 서당으로 돌아가 필사적으로 서예 공부에 매달린 끝에 마침내 일본 제일의 서예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화투 장에서 12월을 나타내는 ‘비 광(光)’ 그림에 ‘오노 도후 이야기’가 그려져 있는 것은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까지 열심히 노력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지요. 예로부터 “노력하는 사람을 당할 자는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같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매일 문자를 주고받을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등등. 행복은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주변의 가까운 곳에 있지요.
행복은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행복은 생각하듯이 큰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에, 숨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도 ‘혼신의 힘’으로 내 앞으로 다가오는 행복을 잡아서 ‘나의 행복’으로 만드는 12월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절은 시절에는 권투 판에서 살았습니다. 당시 <동양 방송 전속 프로모터>였습니다. 환경이 환경인 지라, 주 색 잡기(酒色雜技)에 빠져 살았지요. 그런데 제게도 불연(佛緣)이 있어 원불교에 귀의(歸依)했습니다.
그로부터 만 40년을 매주 돌아오는 법회(法會)에 빠져 본 일이 없습니다. 아니 지난 한 달 간 불의의 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두 세 번 빠졌군요. 그리고 《원불교 전서(全書)》를 1년에 10 번 씩, 303회를 봉독(奉讀)하다가 오른쪽 눈에서 피가 나와 교무님의 허락을 받고 중단했지요.
또한 <여의도 회보>을 창간, 8년 6개월을 쓰다가 후배에게 물려 주고 작가(作家)가 되었습니다. 또 ‘100일 기도’ 10년 개근을 했습니다. 그 밖에도 <원불교 청운회장> <원불교 문인협회장> <원불교 보은 동산 회장> <원불교 모려회(慕麗會) 회장> <사회복지 법인 청운 보은 동산 이사장> 등등, 여러 단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지요.
특히 중요한 일은 다음 카페 《덕화만발(德華滿發)》을 개설한 것입니다. 덕화만발을 개설한 지 17년, 죽기 살기로 매달렸습니다. 덕화만발 글을 주 5회 씩 쓰다가 기운이 달려, 주 3회로, 지금은 겨우 주 2회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제 제 나이 한 주 있으면, 85세로 건강이 여의치 않습니다.
덕화만발도 한결같은 정성을 기울일 동지에게 넘길 때가 되었습니다. 누가 좀 제 뒤를 이을 분이 없나요? 손들고 자수할 분이 있으면 편히 눈을 감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내년 2024년이 ‘청룡(靑龍)의 해’라고 합니다. 용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의주(如意珠)를 입에 물어야 합니다. 여의주는 용이 조화를 부리는 구슬입니다. 인망(人望)이 곧 여의주 아닌가요? 남에게 말을 좋게 하면 덕이, 됩니다.
덕이 인망이고, 여의보주(如意寶珠)입니다. 우리 새해 ‘2024년 청룡의 해’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저마다 여의보주를 얻어 승천(昇天)하는 한 해로 만들면 어떨까요!
단기 4356년, 불기 2567년, 서기 2023년, 원기 108년 12월 26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