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최정은 기자= 지난 2020년 총선 직전,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31일 손 검사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등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았다.

손준성 검사장
손준성 검사장

'고발사주' 핵심 피고인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번 사건을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선거 개입을 시도한 중대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1심 재판부는 범여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고발장 작성과 이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 및 생성에 손 검사장이 관여한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 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고발장이 당시 검찰을 공격하던 여권 인사 등을 피고발인으로 삼았던 만큼 피고인에게 고발이 이뤄지도록 할 동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검사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것"이라며 "피고인은 당시 여권 정치인·언론인을 고발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기에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텔레그램을 통해 전송된 고발장 이미지에 '손준성 보냄' 표식이 있던 점에 비춰 메시지 최초 생성자가 손 검사로 특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메시지들을 최초 생성한 후 다른 사람에게 직접 전송했다고 봐야 한다"며 "피고인의 텔레그램 계정이 해킹됐다고 인정할 객관적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손 검사가 고발장을 전달한 제보자에게 반송하는 과정에서 '손준성 보냄' 표식이 생성됐다거나 제3자를 통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고발장이 전송됐다는 피고인 측 주장은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또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가 고발장과 관련해 '제보자X'의 인적사항이 담긴 판결문을 검색한 점 역시 손 검사가 고발장 작성·검토에 관여했음을 뒷받침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손 검사에 대해 직무상 취득한 비밀과 형사사법 정보를 누설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발장 초안을 작성하고 전달한 것만으로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객관적 상황이 발생했다 보긴 어렵다"며 판시했다.

앞서 손 검사는 제20대 총선을 앞둔 2020년 4월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김 의원에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여권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열린민주당 비례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황희석 전 최고위원,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미래통합당에서 고발하도록 검찰이 사주했다는 게 혐의의 골자다.

8개월 동안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는 문제의 고발장과 판결문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손 검사→김웅 의원→제보자 조성은씨에 전달된 점을 확인하고 2022년 5월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는 작년 11월 결심 공판에서 손 검사에게 공직선거법상 분리선고 규정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 나머지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유죄 선고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는 선고 직후 "판결문을 받는대로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고발사주' 형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4월엔 손 검사에 대한 감찰도 "대검 감찰위원회 심의 결과 비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로 종결했다. 당시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을 판결도 나오기 전에 무혐의로 감찰 종결하는 건 일반적인 부처에선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손 검사는 그해 9월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구고검 차장으로 영전했다.

이날 법정구속을 피한 손 검사는 선고 직후 법정을 나서면서 "사실관계와 법리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어 항소해 다투겠다"라며 1심 판단에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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