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일현대시멘트 하청근로자 컨베어벨트 끼어 사망
올 들어서만 벌써 2번째..중처법 시행 이후 3개월에 1건씩 사망사고 발생
유명무실 중대재해처벌법, 솜방망이 처벌 또 논란

[ 이슈진단=뉴스프리존]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

[편집자 주] 시멘트공장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수리하던 하청업체 직원 A(59)씨가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 지난 달 9일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 사망사고 발생 후 불과 한달여 만이다.

2019년 이후 5년 새 시멘트공장 내 사망사고는 무려 15건에 이른다.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발효된 이후로도 시멘트공장에서만 무려 7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4개월에 한 번 꼴로 억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우여곡절끝에 어렵사리 재정된 중처법이 사망사고 등의 중대재해를 줄이는 예방적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망사고가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공장의 빈번한 사망사고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때 뿐이다. 업체는 '보신대책'이 '안전대책'보다 늘 우선이다. 

이제라도 보여주기식 안전대책이 아닌 실질적이고 전방위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업체의 진지한 노력이 요구된다.

                             영월군한일현대시멘트 전경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군한일현대시멘트 전경  ⓒ한일현대시멘트 

# 시멘트공장 근로자 사망,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고일까?

시멘트공장 사망사고의 피해자는 대부분 하청업체 근로자다.

그도 그럴것이 시멘트공장 현장의 위험한 작업은 주로 하청업체가 맡아 하기 때문에 결국 대부분의 사고로 인한 희생자는 하청업체에 속한 생계형 근로자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대부분의 사고는 '추락, 끼임, 매몰' 등의 사고가 대부분이고 작업환경의 특성상 사고는 곳 사망으로 이어진다. '죽음의 외주화'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5년 동안 시멘트공장 내에서 발생한 15건의 사망사고 유형을 보면 대부분 불가항력의 사고라고 볼 수 없는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人災)'에 가깝다.

그동안 시멘트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살펴보면 시멘트공장 작업현장이 얼마나 안전에 취약한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동안의 사고유형을 보면 동일한 사고유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번 사고에 앞서 2021. 7. 10. 한일시멘트 공주공장에서 하청근로자가 시멘트포대를 쌓는 과정에서 컨베어벨트에 머리가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도 2020. 5. 13. 작업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머리가 끼어 사망했다. 

동인한 유형의 사고가 4년 새 3건이나 발생했다는 것은 만성적 안전불감증과 형식적안전관리 관행이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일현대시멘트는 이 사고에 앞서 2021. 2. 2. 굴삭기 작업자가 분진등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추락해 사망한 전례가 있다. 

시멘트공장 추락사는 이 외에도 2019. 10. 22.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 근로자 대형펜 아래 추락 사망, 2020. 7. 3.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7m아래 추락사망, 2021. 5. 14. 쌍용시멘트 동해공장 천장크레인 10m아래 추락 사망, 2022. 2. 22. 쌍용시멘트 작업자 추락 사망, 2022. 11. 2. 성신양회 단양공장 유해물질적치장 2m아래 추락 독성물질흡입 사망 등 5건의 유사한 유형의 추락 사망 사고가 3년 새 5건이나 발생했다.

이 처럼 일련의 끼임, 추락사고는 시멘트공장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유형의 사고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사고들은 불가항력이 아닌 전적으로 안일하고 부실한 안전관리가 부른 명백한 '인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는 사고 발생시마다 안전관리요원 배치 등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입버릇 처럼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 시멘트공장 사망사고와 중대재해처벌법의 괴리

2022. 1 27.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된 후 시멘트공장에서 만 발생한 사망사고는 2년새 7건에 이른다. 수치상 3개월 남짓한 기간에 한 번 꼴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멘트 공장 7건의 사망사고 중 중처법으로 처벌된 사건은 단 한건도 없다.

시멘트공장 중처법 1호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2022. 2. 2. 쌍용시멘트 동해공장 내 작업자 사망사고 사건을 비롯해 2022. 2. 8. 한일시멘트 사망사건, 2022. 11. 2. 성신양회 사망사건, 2023. 1. 5. 아세아시멘트 추락 사망 사건, 2023. 9. 21. 광양시멘트공장 사망사건 등 5건의 시멘트공장 사망사건은 모두 중처법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거나 계류중이다. 

중처법 시행 이후 발생된 7건의 시멘트공장 사망사고는 모두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중처법 대상 사업장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처법 적용에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시멘트공장 사망사고 중 유일하게 처벌이 확정된 것은 중처법 시행전인 2021. 3. 25.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발생한 굴착기 깔림 사망사건으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2년 7개월만인 지난해 10월 27일 삼표시멘트와 안전경영책임자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된 것이 전부다.

시멘트공장 사망사고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중처법을 적용하지 않고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업주의 과실책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사망사고 등의 중대재해를 줄이겠다고 시행된 중처법이 유명무실한 법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시멘트업계는 사망사고가 발생할때마다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는 등 보여주기식의 대처만 하고 있다'는 질책이 나올만 하다.

안전관리예산을 늘리고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외에 안전관리책임부서를 만드는 등의 겉으로 보기엔 안전관리에 전폭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지만 실상은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해 "겉으로는 철저한 안전관리를 외치면서 뒤로는 무거운 처벌(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면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는 비난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시멘트공장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일이 다반사다. 

사고 발생 직후 사고경위조사, 사업장 작업중단조치 등의 강력한 조사와 조치를 취하는 듯 하지만 정작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이 용두사미 처럼 흐지부지되고 있는 현실이다.

일각에선 "시멘트 업계는 사고가 발생되는 즉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을 선임해 사건 초기단계부터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올해 발생한 2건의 사망사고는 과연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 번 한일현대시멘트 사망사고와 지난 1월 발생한 아세아시멘트 사망사고에 대해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급파해 사고 내용을 확인한 후 작업을 중지시키는 외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멘트 공장 사망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업계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올 들어 연이어 발생한 2건의 시멘트공장 사망사고가 그동안의 솜방망이 처벌때문에 업계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터라 당국이나 검찰이 보다 철저한 조사와 수사에 임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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