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이 ‘좋은 목표임’은 모든 국민이 이해한다... 더 이상 중증 환자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목표일지라도 추진 과정에 피해자가 급증하면 그건 잘못된 정책이다
의료계가 증원발표 초기부터 부르짖었던 ‘정부와의 대화’, 즉각 조건 없이 실행하라
코로나 팬데믹을 함께 극복했던 ‘하나된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재건의 모습을 보여 주어라
국민도 이제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칫 얻을 것 없는 싸움으로 끝날 수도 있다.

[경남=뉴스프리존]김회경 기자=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한 달여 간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만 명 이상의 전공의들이 이미 의료현장을 떠났으며,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급기야 의사를 길러내는 의과대학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사직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개업의들까지 가담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관련법을 적용해 이미 수사에 착수했으며, 일부 의협 관계자의 업무정지 결정을 통지했다. 이에 맞서 의료계는 관련 부처 장관을 고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의료계 전면 파국 직전이다.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얻어지지 않는 가운데 중증 환자들의 피해사례는 급증하고 있다. 한 달이 지나도록 이 같은 대치 상황에서 한 치도 물러섬이 없는 형국이다. 양측 다 이성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비친다. 국민도 이제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는 “정책의 방향이 옳으니 이참에 반드시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며 고집이다. ‘국민을 위한 미래 의료의 길’이라며 국민을 설득하고 있다.

전공의를 중심으로 저항을 시작한 의료계는 ‘증원을 해야 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증원 규모와 연차별 실행구상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니 먼저 대화하자고 부르짖고 있다.

불합리한 제도 개선이 먼저라고 주창하고 있다. 정부가 바라는 전공의  복귀는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치 상황은 처음부터 답이 전제됐던 갈등이었다. 전공의들도 무작정 반대하거나 사직만이 오로지 길이라고 주장하진 않았다. 대화로 풀자고 줄곧 외쳤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는 반드시 의료 개혁을 달성해야 한다”며 점차 더 날 쎈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러는 동안 제때 진료나 수술받지 못하는 중증 환자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비상 대책을 발표하며 피해자 집계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를 살리는 수단은 의사들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데도 사직한 전공의들은 마지막 배수진을 치고 있다. 급기야 대학교수들이 유급 사태에 직면한 제자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집단 의견을 표출했다. 여기에도 똑같은 단서가 달렸다. “정부가 대화에 나서라”라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의학계의 강대강 대치에 국민의 건강권이 볼모로 잡혔다. 이번 사태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면 아마도 정부의 지지가 분명 높을 것으로 예측 된다. 그런 만큼 의료계에 쏟아지는 국민의 시선은 분명 곱지 않다. 의료계를 지지하는 편이 적으니 하소연할 대상도 많아 보이질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각 직능의 여러 형태의 대치 상황에는 보이지 않는 심판이 개입하게 되고 곧장 결판이 났다. 하지만 이번 의대 증원 논란은 지금까지 발생했던 그 어떤 형태와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대체 수단을 유도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간호사를 대체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결속을 더 다져야 할 의사와 간호사 직군 간의 갈등만 더 커질 조짐을 보인다. 

대한민국에는 수만 개의 직종이 있다. 대분류로 하더라도 수십 종은 넘을 것이다. 이런 직종 간 또는 정부와 특정 직능 간 갈등이 발생할 땐 늘 대체 수단이 있었다. 그리고 적절히 중재를 나서는 조직이나 단체가 역할을 해왔다. 대부분 더 버텨봐야 서로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 해결의 동력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박완수 경상남도지사 등이 지난 15일 마산의료원을 방문하고 있다.(사진=창원시) 
한덕수 국무총리, 박완수 경상남도지사 등이 지난 15일 마산의료원을 방문하고 있다.(사진=창원시) 

이번 사태도 이러다가는 서로 얻을 것이 없다는 전제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의대 증원이라는 큰 주제에는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그 규모와 연차별 실행 방법이다. 덧붙이면 정부는 정부대로,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나름의 주장을 다 펼쳤다. 국민은 양측의 주장을 다 들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부와 의료계가 한 번도 대화를 시도해본 적이 없다. 물밑접촉은 있었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성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 상황쯤 되면 누가 옳고 거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볼모인 국민이 죽어가는 상황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시 대화를 시작하고 의료계는 즉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표현도 지나치면 화근이 된다. 윤석열 정부의 충정도 국민의 충분한 이해를 이끌어 냈다. 국민을 위한 미래 정책인 것도 이해한다. 제자를 안을 수밖에 없는 대학교수들의 선택도 충분히 이해한다. 최고의 지성인들이 표출하는 이러한 행동 하나하나의 과정에 아무런 고뇌가 없었을 리 없었다는 점도 이해한다. 

아마도 많은 의료인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중증 환자들을 보면서 피눈물을 흘렸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정부와 의료계의 충정은 충분히 드러났다. 그러나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는 것은 늦다. 지금 당장 정상화를 되찾아야 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 가운데 의과대학이 설치된 각 대학 총장들의 잘못도 관심을 끄는 화두로 떠올랐다. 교육부와 복지부에 요청한 증원 규모 신청 과정에 교내 의견 수렴이 부족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의과대학 학장과 교수들이 해당 대학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정부와 대학 총장들이 미세한 조정 절차와 관련 업계인 의료계의 의견수렴 절차가 미흡하고 충분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어느 대학 총장도 결과를 놓고 그 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각 대학에 증원 규모를 배정하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정부는 의료 개시 명령도 내렸다. 형사고발이라는 단어가 예사롭게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절차와 방식이 어긋나 보이는 의대 증원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로 고집을 피우는 꼴이다. 영원히 만나서는 안 되는 철길과도 같은 평행선이다. 필자는 누구의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전략이 좋았고 정의로움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하더라도 과정이 난장판이 되면 그 결과까지도 좋고 정의로울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를 최고의 헌법적 가치로 삼는 대한민국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모습이다. 

앞 정부에서도 같은 목표를 두고 실행에 들어갔지만, 성과를 얻지 못하고 중단됐다. 요즘 정부는 연일 의료 정책의 미세 조정을 발표하고 있다. 의료계는 왜 이제야 이러한 일련의 정책을 발표하는지 되묻고 있다. 그러니 더 나아가면 되돌릴 수 없는 극단 사태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권력과 수단을 가진 정부와 이에 맞서는 의료계, 누가 이기고 지느냐도 결국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다 부질없다’는 국민의 탄식이 폭발하기 전에 대화로 풀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물론 최고 지성인들의 집단인 의료계도 먼저 작금의 사태를 유발한 점에 대해 국민께 정중한 사과를 해야 한다. 구차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기를 바란다. 

이러한 사태로 이어지기 이전에 왜 어느 측도 먼저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는지 국민은 반문한다. 정부가 사전에 의료수가 조정 등을 중심으로 한 충분한 개선 대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그리고 의료계는 좀 더 적극적으로 비현실적인 의료 정책에 대해 개선을 촉구했어야 옳았다. 그런 만큼 정부는 물론 대체 수단이 없을 것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전면 파업 수순을 진행한 의료계도 반성해야 한다. 

김회경 기자.
김회경 기자.

전 세계는 불과 1여 년 전까지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다. 우리나라는 의료계의 솔선수범 희생으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코로나 난국을 잘 극복했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등 의료계 전부가 힘을 합친 성과다. 이러한 희생에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작금의 우리나라 의료계 동태에 대해 전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의료인력과 기술 그리고 의료전달체계를 갖추고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대타협을 이뤄,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력을 과시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프로그램은 제3국에 모범 사례로 수출되고 있다. 기술과 시스템을 이식한 원조 국가다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즉시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고, 의료계는 즉시 정상 진료체계를 회복해야 한다. 더 버티다간 적자 경영 위기에 내몰린 대학병원 등 대형 의료시설이 급증하면서 대한민국의 의료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질 수 있다.

장수가 상대를 자르기 위해서만 칼을 뽑는 것은 아니다. 싸움을 걸지 말고 평화를 되찾자는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국민을 먼저 생각한다’는 말을 행동으로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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